청소기에 이런 기능이?

전기 모기채 대신 청소기

by 흥미진진한 독자

청소기는 청소하기 위한 도구다. 하지만 때때로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특별하게 쓰일 때가 있다. 이번 여름에 우리 집 청소기는 모기 잡는 용도로 실력을 발휘했다.


전기 모기 채가 고장 나서 궁여지책으로 모기를 쉽게 잡을 방법을 생각하다 청소기를 활용하게 되었다. 의외로 잘 잡혀 올여름은 전기 모기 채 대신 청소기를 활용해 모기를 포획했다. 청소기를 모기 채로 사용하면 장점이 있다.

<청소기 헤드 중 창문 청소용을 사용하여 모기 잡기>


1. 천장 높이 붙어있는 모기도 쉽게 잡을 수 있다.


손을 뻗어도 천장에 닿지 않아 모기가 천장에 붙어있는 모습을 발견하면 의자에 올라서야 모기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무선 청소기 헤드를 창틀 청소용으로 바꾸어 달면 천장에 붙은 모기도 잡을 수 있을 만큼 길어져 의자가 필요 없어진다. 천장에 붙은 모기를 쏙~ 빨아 당겼을 때의 쾌감이란 요괴를 병 속에 가두는 것 같은 느낌이다.



2. 타는 냄새가 없다.


전기 모기 채를 사용해 파리나 모기를 잡으면 전기로 구워지며 타는 냄새가 난다. 특히 파리를 무심코 전기 모기 채로 잡았다가 타는 냄새에 충격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청소기를 사용해 잡으면 냄새 걱정이 없다. 전기로 구워 모기를 잡으면 생명을 화장(火葬)하는 느낌이 들어 불편했는데 청소기는 그런 불쾌함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3. 벽지가 피로 물들지 않는다.


벽에 붙어 있는 모기를 잡다가 벽에 피가 튄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사람 피를 빨고 날아가 앉은 모기를 때려잡으면 벽에 피가 튀어 벽지를 닦아야 한다. 하지만 청소기를 사용해 모기를 잡은 이후로는 벽지가 피로 물들지 않아서 좋다.



4. 살생의 죄책감에서 약간 벗어날 수 있다.


모기도 생명이지만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다. 청소기로 모기를 잡는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가두어 굶겨 죽이거나, 먼지와 함께 토네이도를 만들어 정신을 잃게 만들어 죽이는 방법이다. 압사시켜 육신의 부피를 제거하는 방법보다는 그래도 약간 인도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살생이지만 간접살생이라 마음이 조금 가볍다.



청소기를 모기 트랩으로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은 거리 조절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멀리서 청소기를 가동하면 빨아들이는 압력이 모기에게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소리에 반응한 모기가 먼저 도망가 놓치게 된다. 모기가 알아챌 수 없을 만큼의 거리에서 청소기 압력을 이용하면 블랙홀이 빛을 빨아들이듯 자연스럽게 모기가 청소기 속으로 입장한다.


새로운 발명만큼이나 새로운 발견도 희열이 있다. 청소기의 일석이조 능력을 발견해서 기쁘다.


우리 집 거주민인 남편의 특별한 능력도 하루빨리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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