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전체를 새장으로 생각하는 앵무새가 있다. 앵순이의 입장에서 보면 새집에 사람들이 들어와 사는 모양새다. 새장이 아니더라도 아무 곳에서나 편안하게 잘 자는 앵순이는 머리만 대면 잠드는 엄마와 비슷한 점이 있다. 자식이 부모를 닮듯 반려동물도 주인을 닮는 것인가?
앵순이의 잠버릇을 보면 웃기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한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튀어나온 각종 질병과 고통들이 이곳은 방문하지 않은 듯한 무한평온의 잔잔함을 앵순이의 낮잠을 통해 느낀다.
어디서든지 맞춤형 자세로 꾸벅꾸벅 조는 앵무새는 바쁘게 살아가는 가족들의 삶에 여유와 사색을 한 스푼 얹어준다.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형세로 잠들었다. 세상에나 이렇게 사랑스럽게 자는 앵무새가 있을까? 숲 속에 잠자는 공주는 들어봤어도 손바닥 안에 잠자는 앵무새는 처음 보았을 것이다. 이불을 폭 덮고 자는 사람처럼 사람 손을 덮고 자는 앵순이!배려심 깊은앵집사라면 숨은 편안하게 쉬기 위해 부리는 꺼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사람이 대자로 뻗어 자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앵무새가 대자로 뻗어 자는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배를 보여주며 누워 잔다는 것은 경계심 없이 이 공간이 편안하다는 의미로 느껴져 앵집사로서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수면자세다. 목을 가누지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목이 뒤로 넘어갈 때도 있어 손가락 하나를 적당한 위치에 놓아 앵무새가 편안하게 잘 수 있게 해주는 센스 또한 필요하다. 반려 동물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심성도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배려하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람 목에 기대어 자는 모습도 가관이다. 목덜미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기 위해 앵순이도 몸을 유연하게 S자로 기대어 잔다. 밀착형 수면 자세로 앵집사도 따뜻한 목도리를 두른 것처럼 서로 체온을 나눌 수 있는 잠버릇이다.
손안에 보들보들, 몽글몽글한 존재가 잠들어있다. 손을 움직일 수 없어서 불편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행복감도 크다. 행복을 손으로 잡을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새들은 길게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손가락에 쥐가 나더라도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있다.
날이 쌀쌀해지면 엄마의 콧바람 스팀을 쐬며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느낌이 피부로 전해진다. 너무 귀여워서 인형인 줄 알았는데 심장 뛰는 소리를 듣고서야 생명이 있는 존재임을 실감한다. 콧바람이 이렇게 따뜻하고 유용할 수 있다니 콧바람이 신바람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앵순이의 소원은 사람 품 속에서 자는 것이다. 매번 사람들이 취침 준비를 하면 같이 자겠다고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자면 압사당해 죽는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것이 있다. 저녁마다 원망하는 울음소리를 내지만 이불속에 5분 정도 머물다가 아쉬움을 뒤로 한채 새집에서 잔다. 앵집사도 앵순이가 작아서 아쉽다. 푸들만큼 크면 꼭 안고 잠들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저녁마다 사랑하는 연인 헤어지듯 애잔한 이별을 매일매일 맞이하는 것 또한 앵집사 삶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