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서 서럽다. 이 맛있는 것들을 먹어보지 못하다니! 새(鳥)로 태어나서 공부 안 해서 좋고, 먹고 자고 놀기만 잘하면 되는 새 팔자였는데. 사람 음식 앞에서는 새 팔자도 서러워진다.
사람 입에 들어간 것은 모두 먹어보고 싶어 하는 앵순이! 본인이 사람인 줄 안다. 미안하지만 너는 먹을 수 없단다.
오빠가 먹는 사탕이 무지 맛있어 보였는지 사탕 막대기에 집착한다. 달콤한 냄새가 살살 퍼지니 새 코가 반응한 것이다.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어떻게든 한 입 먹고 싶어 안달복달했지만, 끝까지 오빠가 주지 않자 삐졌는지 목덜미로 들어가 버린다. 앵순이가 하고 싶은 건 모두 해주고 싶지만 못 먹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할 때는 난감하다. 사랑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 없는 마음이 이런 것이다.
과일 주스도 앵순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앵무새는 과일도 먹기 때문인지 오렌지 주스에도 곧잘 흥분하며 먹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다. 혀끝으로 몇 번 찍어 맛보는 것이 전부다. 좋아한다고 해서 배불리 먹는 법이 없다. 먹고 싶어 하던 욕구에 비해 너무 쉽게 만족하는 모습이다. 그런 앵순이의 모습을 통해 쉬운 만족도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걸 하되 욕심부리지 않고, 해봤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행복도 쉽게 찾아오지 않을까.
치킨 냄새는 사람뿐만 아니라 새 코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나 보다. 가족 식사 시간이면 앵순이는 사람 밥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화장실로 유배를 간다. 치킨을 본 앵순이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종을 초월한 매혹적인 음식 냄새가 존재하나 보다.
앵순이가 관심을 보이는 음식이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고 호기심을 가지다니! 이 음식으로 말할 것 같으면 너의 먼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와 가계도를 따라 올라가 보면 사돈에 4촌 정도는 되지 않을까?
치킨을 먹을 때마다 앵순이에게 괜히 미안하다. 새를 좋아하지만, 치킨은 포기할 수 없는 이 마음. 정말 딜레마다. 새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닭도 조류라서 이렇게 통통하게 살이 있으면 안 되는데, 인간은 잔인하게도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 새의 본성을 저버리게 했다. 집에서 날아다니는 앵순이는 몸에 살이 하나도 없다. 날기 위해서는 몸무게가 가벼워야 하므로 다이어트는 기본인 동물이 새다. 그래서 통통하고 살 많은 닭을 먹을 때마다 미각은 즐겁지만, 마음은 무겁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진동하는 식탁에서 항상 왕따 당하는 앵순이는 집사들을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사람 먹는 음식은 염분이 있고 익힌 음식이기 때문에 새 건강에 좋지 않아 줄 수가 없다. 특히 밥풀을 매우 좋아하는데 쌀 한 톨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앵무새가 되는데 줄 수 없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앵순이도 사람들이 밥 먹을 때가 되면 '또 화장실 가겠구나.' 생각하는 것 같다.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화장실에 머무른다. 단, 밥 먹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때는 앵순이의 짹짹 고함을 듣게 된다. 꺼내달라는 신호다. 앵순이도 참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간들에게 주지 시킨다.
늦게 꺼내주면 손가락을 몇 번 물어 심기 불편함을 드러낸다. 본인 감정은 확실하게 표현하는, 식탐 많지만 살은 안 찌는 앵그리버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