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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Mar 04. 2016

함께 다시 걷는 길, 영랑호

백조의 호수여행-영랑호 2편

여행을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한다. 걷는 걸 좋아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는다. 아빠와 나의 공통점이다. 학교 다니고, 회사 다니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그런 걸 찾아볼 여유가 없었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아빠와 멀어진다 생각했는데 여행을 다니면서 아빠와 닮은 점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된다.  


여행친구가 된 아빠, 우리의 추억을 기록해주는 카메라

 

여행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어렸을 때 이곳저곳을 다녔다. 지금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건 그때의 정서가 마음에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빠와 함께 한 추억들은 수 천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표현에 서툰 아빠는 딸에 대한 사랑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이 그리웠다. 스무 살 이후로 아빠와의 추억이 멈춰 있었다. 서글펐다. 다시 아빠와 추억을 쌓고 싶었다. 아빠께 같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아빠와 함께 찾은 첫 번째 장소는 속초 영랑호다. 영랑호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호수다. 대표적인 석호 중 하나다. 좁고 긴 사주에 의해 바다와 분리되어 형성된 호수다. 둘레는 약 8㎞다.    


속초 제2경 영랑호 범바위는 어느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보인다.

호수의 이름은 화랑 영랑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호수를 보고 반해 서라벌(지금의 경주)로 돌아가는 것도 잊었다.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는 꽤 낭만적인 사람이다. 그에게서 풍경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배운다.      


[아빠 사진] 신라를 대표하는 풍류 화랑들, 영랑, 술랑, 안상, 남랑 - 고종환 제공


그에게서 아빠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빠도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우선 마음에 담는다. 그다음 카메라에 담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빠의 모습이다. 오랜만에 그 모습을 보았다. 반가웠다.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멋지다. 그런데 아빠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고였다.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아빠의 모습, 오래오래 이 모습을 보고 싶다.

       

그땐 아빠도 지금의 나처럼 30대였다. 낭만을 알던 아빠였다. 험한 세상에서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딸을 키우느라 늘어간 근심만큼 얼굴에 주름이 느셨다. 나 힘든 것만 생각했지 아빠 힘든 건 헤아리지 못했다. 내 나이만 먹는 줄 알았지 아빠 나이를 셈하지 못했다. 조금 더 일찍 이런 시간을 만들지 못한 후회가 밀려왔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아빠와 함께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래오래 함께 걷고 싶다.      


     

여행 꿀팁

1. 주소 : 강원 속초시 영랑호반길 140

2. 영랑호 화랑도 체험관광단지에서 승마체험, 활쏘기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동계 10:00~16:00, 하계 10:00~17:00에 운영된다. 요금은 별도다. 매주 월요일 휴무다.

3. 영랑정, 범바위 등 호수를 찬찬히 돌아보기 위해선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오는 것이 좋다. 편안한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영랑정, 범바위로 오를 때 조심조심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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