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여행-영랑호 3편
영금정에 오르니 겨울바다가 펼쳐진다. 선물 같은 풍경이다. 아빠는 저 멀리 지나가는 배를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는다.
영금정이란 이름은 파도가 바위산에 부딪칠 때마다 거문고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그런데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지금은 들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 때 속초항 방파제를 짓는 골재 채취를 위해 폭파했기 때문이다. 손을 쓸 방도도 없이 소중한 걸 잃고 말았다. 지금의 정자는 그 소리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소리는 잃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내려다본 바다는 변함없다. 절경이다.
영금정에서 내려와 동명해교로 발길이 향한다. 바다로 쭉 뻗은 다리는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선물한다.
"기은아 거기 서 봐봐."
잊고 있던 한 마디가 살아났다.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아빠의 부름에 카메라 앞에 곧잘 서서 포즈를 취하던 꼬마가 된 것 같다. 그 꼬마가 이젠 서른이 넘어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감사한 순간이다.
"아빠 잠시만요!"
내 목소리를 듣고 아빠가 뒤돌아본다. 나도 아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젠 아빠보다
내가 더 많이
아빠의 모습을 담고 싶다.
아빠를 더 많이 닮고 싶다.
여행 꿀팁
1. 주소 : 강원도 속초시 동명항길 35 (동명동)
2. 주차장 요금은 승용차 기준 최초 1시간까지 1,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