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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Feb 27. 2022

소집을 고하다 2편

소집지기들에게 안부를 묻다

작가들의 사랑, 소집

소집이 계속 존재할 수 있는 건 전시회를 열어주는 작가님들 덕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걱정이 컸던 것 중 하나가,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코로나19 상황 초창기 때, 정말 혼란스럽더라고요. 그때 선미화 작가님의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그때 작가님께서 새 책을 출간하던 무렵이라,  북콘서트도 함께 준비하며 설레는 마음이 컸는데, 계획이 무산되면서 마음이 많이 심란했죠. 지역 분위기가 많이 무거운 상황이라 전시회를 하는 도중에 임시 휴관을 하기도 했어요. 전시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셨을 텐데. 작가님께 정말 죄송했죠.”

- 고기은 소집지기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걱정해주는 작가님의 마음이 힘이 되었다. 이렇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작가님의 좋은 작품을 보여주고,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유튜브로 전하는 “집에서 관람하는 전시회 소집”이다. 작가님의 작품 이야기를 한 편 두 편 전했다. 가까이엔 임신한 동생이 아름다운 작품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전시회를 오고 싶지만 올 수 없었던 사람들도 영상으로나마 작품을 감상하며,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전시 때마다 작가님들과 전시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기고 있다.      


남인희 작가 <연을 잇다> 전시회 (2022.2.1~2.27).


“한 작가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예전에 같이 인터뷰를 했던 영상을 최근에 다시 봤는데, 그때 자신이 앞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한 걸 지금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전해준 마음이 더 고마웠어요. 계속해야겠구나 싶었죠.”

- 고기은 소집지기  

    

영상 편집을 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고, 힘든 점도 많지만 좀 더 오래 전시회를 기억할 수 있어서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버지도 전시 때마다 전시 작품들을 영상으로 담으시며, 전시를 여는 작가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작가님들이 소집을 찾아주고, 이렇게 좋은 전시를 열어주니 참 고맙죠. 작품들도 멋지고, 강릉에 이렇게 훌륭한 작가님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고 좋죠. 코로나19로 전보다 오시는 분들이 적어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걸음 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고맙죠.”

- 고종환 소집지기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작가님들의 심경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공간의 규모를 떠나 전시를 열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는 것이다. 대관 문의를 받을 때마다 그 간절함을 느낀다. 그러한 마음이 모인 덕분에 지금까지 전시회를 꾸준히 열 수 있었다. 관람객 수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작품을 귀하게 여겨주는 것으로 힘을 얻는다. 직접 마주하는 것만큼 감동이 있진 않겠지만, 매일 작품 사진과 전시 이야기를 업로드하는 것으로 작게나마 힘을 보탠다. 이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다.      



앞으로의 이야기, 소집

전시가 꾸준히 열리고 있으니 공간이 잘 되고 있다고 느끼는 분이 있는가 하면, 수익이 도통 보이지 않는 공간인데 어떻게 공간을 유지하냐며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 그렇다. 공간을 운영하고 지속해 나간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챙겨야 하는 1인 자영업자이기에 하루하루가 분주하다. 그렇게 일을 하는 만큼, 돈을 버느냐는 질문에는 의기소침해진다. 매출이 얼마큼 나고, 몇 명이 다녀가고, 작품은 얼마나 판매되는지, 수치화로 평가되는 것이 몹시 싫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물론 수치화할 수 없는 가치가 있고, 그것에 힘을 얻어 공간을 꾸려가고 있지만, 현실을 바로 보고 냉철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제 코로나19 탓은 그만하고 싶다.  

    

“소집은 왜 관람료를 무료로 하냐며, 유료로 하라는 말씀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오시는 분들이 부담 없이 전시를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라서 유료로 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초반엔 어떤 공공기관에서 하는 공간인 걸로 오해하는 분들도 많았죠.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이라고 하면 많이 놀라시죠.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하냐며, 그러면 금세 지친다고 우려도 많이 했죠. 한번 유료로 전시를 진행해보았는데, 영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전시는 계속 무료로 하고 싶어요. 그 대신 공간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는 있는 거죠. 좋아하는 마음만 갖고 하는 건 분명한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 마음이 지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고요.”

- 고기은 소집지기 



소집을 지키는 아버지와 나의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기도 하다. 종종 아버지 소집지기의 사진 클래스나 영상 클래스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으셨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심적인 부담이 크셔서 진행에까지 이르진 못했다. 올해는 아버지께서 용기를 내어 첫걸음을 떼 보기로 하셨다. 조만간 아버지 소집지기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필자는 공간 운영을 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부족한 점을 채우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소집 공간의 쓰임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전시 공간에만 머물러 있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종종 소집에서 공연이 열렸었다. 좀처럼 공연을 보기 힘들었던 분들에게 뜻밖의 선물 같은 시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러한 공연을 자주 열고 싶지만, 생각에만 머물곤 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비용적인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혹시나 이에 대한 지원 사업이 있을까 찾아보았지만, 조건에 맞지 않아서 추진이 어렵기도 했다. 그러다 고민의 무게를 덜어주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아버지 소집지기가 예술가들과 협업한 <예술가의 놀이터 : 놀아보소 놀러오소!> 프로젝트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파견지원-예술로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소집 마당에서 열린 <예술가의 놀이터 : 놀아보소 놀러오소!> 공연


강릉을 알고 싶은 서울 예술가들과, 강원도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강릉 예술가가 만나 6개월 동안 강릉 이야기를 수집하며, 강릉 민요를 재해석하고, 강릉 곳곳의 풍경을 담았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였기에 서로의 분야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처음 이 공간을 꿈꿀 때,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 함께 무언가를 재밌게 하는 공간을 꿈꿨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진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아버지 소집지기는 올해도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마당에서 공연을 열었을 때,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하셨어요. 멋진 공연을 열어준 예술가들에게도 정말 감사해요. 음악 하는 분들이랑 미술 하는 분들이랑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겠지만, 그래도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소집에서 같이 이렇게 재밌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틈틈이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서 좀 담아보려 해요.”

- 고종환 소집지기      


지금 소집에서는 남인희 작가님의 《연을 잇다》 전시회가 한창 열리고 있다. 31번째 전시 이야기를 쌓아가는 중이다. 가끔 전시 제목이 내게 말을 걸 때가 있다. 지금 전시도 그렇다. 소집에서 연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나날이다. 변함없이 이어가는 인연이든, 잠시 스쳐 간 인연이든 그들과 사이사이 함께 쌓아간 이야기는 꽤 두텁다. 앞으로도 그러한 시간을 무던하게 이어가고 싶다.           

        


글 고기은 / 사진 고종환


*<감감무소식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코로나19, 예술로 기록> 사업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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