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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Sep 18. 2022

할아버지의 달력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어제부터 소집에서 시작된 전시회는 故고영근 작가님의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전시회입니다. 故고영근 작가님은 저의 할아버지입니다. 전시가 시작된 9월 17일은 할아버지께서 저희 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동생 고은정 작가와 함께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할아버지가 그리고 쓴 화첩, 하루하루 빼곡하게 기록한 달력, 할아버지가 손수 완성한 목공 작품,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짚어보며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할아버지의 달력 이야기를 전해볼까 합니다. 2002년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포남동으로 이사를 오셨습니다. 할머니께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더 이상 계단이 많은 노암동 집에 살 수 없었습니다.  


이 달력은 포남동으로 이사를 오고부터,  하루하루 빼곡하게 기록한 할아버지의 달력입니다. 자식, 며느리, 손주들의 생일을 표시해두셨고, 매일매일 신문을 읽고, 뉴스를 보면서 그날그날 중요한 일들을 기록하셨습니다. 그리고 달력 속에 빼곡하게 쓰인 숫자는 할머니의 혈당 수치입니다.

장손이셨지만, 물려받은 재산을 동생들에게 모두 나눠줄 정도로 할아버지는 돈 욕심이 없으셨습니다.  그런 할아버지 때문에 할머니는 마음고생이 크셨습니다. 녹록지 않은 살림에 젊은 날엔 4남매를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셨고, 나이가 들어선 당뇨합병증으로 오랜 시간 아프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혈당을 매일 체크하셨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를 지키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에도  49재 때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할아버지의 달력엔 할아버지의 마음이 빼곡합니다. 할아버지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달력은 2021년 9월에 멈추어 다음 달을 넘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시를 함께 하며 잊을 수 없는 어떤 하루, 잊을 수 없는 말 한마디, 잊을 수 없는 어느 순간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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