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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May 20. 2016

영암호, 가학산 자연휴양림에서
지금을 찾다

백조의 호수여행-영암호 1편 

영암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가학산 자연휴양림 -> 점심 (추천 독천 낙지마당) -> 영암호       


지난주 해남 고천암호에서 일몰을 바라보고,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돌아보며 지금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뷰레이크 타임의 열 번째 질문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에 대한 물음을 안고 전라남도 여행은 계속되었다. 이번 주는 가학산 자연휴양림과 영암호에서 지금을 찾는 시간을 가져본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영암호를 바라보며 바쁘게 사는 일상을 되돌아본다.

      

가학산 자연휴양림함께 지금을 걷다 

초등학교 때 아빠가 일하는 하루를 체험하는 방학숙제를 한 적이 있었다. TV로만 아빠의 촬영 영상을 보다가 직접 촬영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아빠를 따라간 곳은 어느 시골 마을이었다. 아빠는 뙤약볕 아래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새 없이 촬영하셨다. 커다란 카메라를 짊어진 아빠의 뒷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왜 그렇게 피곤해하셨는지를 알게 된 하루였다. 그날 이후로 좀처럼 아빠의 하루를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타지로 간 후론 더더욱 그랬다. 전화통화도 자주 못 하고 살았다.   


  

해발 650m 흑석산 능선에 있는 휴양림이다. 산세가 나르는 학처럼 생겼다 하여 원래 가학산이라 불리었다.
아빠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빠의 하루를 다시 본다. 


아빠는 평소에도 일찍 일어나지만 여행 가는 날은 더욱 부지런하다. 가학산 자연휴양림에서도 그랬다. 해남까지 5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하느라 피곤하셨을 법도 한데 새벽부터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카메라를 챙겨 함께 밖을 나선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조용한 쉼의 공간.황토와 통나무로 지은 숲속의 집 B동.

지난밤 어둑어둑해서 보이지 않던 풍경이 아침이 되니 싱그럽게 펼쳐진다. 상쾌한 공기가 식전 애피타이저다. 입구에서 받은 휴양림 팸플릿 속 지도가 길을 헤맬 걱정을 덜어준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이른 시간이라 고요하다. 산림욕 베드에 누웠을 땐 자연휴양림을 통째로 전세 낸 기분이다. 공기 비타민인 음이온도 한껏 들이마신다. 계곡 물소리가 배경음이고 바람에 살랑이는 잎이 간간이 효과음을 낸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저 멀리서 무언가를 찍고 있는 아빠를 발견한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산림욕 베드에 누워 자연을 그대로 느껴본다.

     

아빠는 감흥을 주는 풍경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길. 만개한 철쭉. 풀숲에 피어난 은방울꽃.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행복이 돌아옴’이라는 은방울꽃의 꽃말처럼 아빠가 다시 행복을 찾은 것 같아서다.        


한때 ENG 카메라를 짊어지고 동분서주했던 아빠. 열정을 다해 일하던 아빠의 모습은 여전히 또렷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20kg에 달하는 카메라였으니. 쌀 한 포대를 늘 어깨에 메고 일하셨던 셈이다. 


그 무게보다도
    아빠를 더 무겁게 한 건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게가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
지금을 느낄 겨를도 없다. 


일이 힘들어도, 몸이 아파도 아버지라는 무게 때문에 쉬이 놓을 수 없었다. 몇십 년을 해온 일을 내려놓아야만 했을 때 그 마음의 무게는 또 얼마나 무거웠을까.    


  


아버지의 사랑은 표가 나지 않아서 모른다. 혹여 위험하진 않은지 먼저 걸어가 보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알았다. 


아버지의 사랑은
 뒤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은 뒤늦게 깨닫게 되나 보다. 더 늦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아버지의 지금을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함께 숲길을 걷는다. 지금을 걷는다.           


여행 꿀팁   

1. 주소 : 전라남도 해남군 계곡면 산골길 306 

2. 요금 : 입장료 무료. 주차료 4,000원    

*숙박시설을 이용할 경우 주차료 무료. 

3. 이용시간 : 09:00 ~ 18:00 (7, 8월 08:00 ~ 19:00) 

4. 매점이 없으니 필요한 물품 또는 먹거리는 준비해와야 한다. 

5. 숙박시설 구비 품목 : TV, 냉장고, 정수기, 취사도구, 에어컨, 침구류 등    

*매점이 없으므로 필요한 물품, 먹거리는 준비해와야 한다. 수건도 개별적으로 가져와야 한다.

6. 가학산 자연휴양림 안내 및 숙박시설 예약 홈페이지 

http://gahak.haena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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