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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연 Oct 25. 2024

서른-2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왜 소설을 쓰지 못 했을까?

생활에서 오는 여유가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회사를 다니며 깨달았다. 돈이 있다면 안정을 찾고 소설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편집자 생활을 하면서 등단을 한 부지런하고 멋있는 작가님들이 계시지만 말이다...) 나는 하루종일 다른 이의 글을 보는 것에 지쳐 내 글을 쓰지 못했다. 파주와 서울을 오가는 것도 엄청난 체력 소모가 있었다. 빨간 버스가 합정과 파주를 이어주지만 그곳을 지나는 일은 너무나 지난한 일이다. 퇴근길이 잘못 걸리면 엄청나게 막히기도 한다. 장마철에는 다리 위까지  넘칠듯이 불은 한강물의 수위를 만나기도 했다. 폭설이 내렸을 때 4시간 동안 버스에 갇혀 있었다는 전설을 듣기도 했다.

나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밥을 먹고 뻗어서 ott로 외국이나 한국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도저히 책을 펼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최대한 책과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언니가 결혼하기 전이라, 같이 드라마를 챙겨보며 이게 재밌니 저게 재밌니 공유하기 바빴다. 그렇다고 친구를 만날 에너지는 없어서 매일 집구석에 들어가거나, 좀 만날까 싶으면 책 마감 때문에 바빠서 만나지 못했다. 이렇게 한 해, 두 해 가면 나는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큰 돈을 번 것도 아닌 상태의 직장인으로 남겠구나 생각했다. 나의 다른 꿈이기도 했던 편집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편집자는 지금의 나로서도 다시 하고 싶은 직업이지만 그것으로만 충족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외부 강의를 기웃거리게 되었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님이 소설 창작 수업을 꾸리신다길래 냉큼 신청했다. 그 수업을 기다리던 와중에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 그건 친구의 대학원 제의였다. 처음에 너도 올래? 라고 들었을 땐 별 감흥이 없었다. 난 연구하고 싶은 것도 없고, 대학원은 돈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겁도 났다. 하지만 친구의 열성적인 설명에 나는 넘어갔다. 수업의 개론을 들었을 때 너무 흥미로웠다. 이론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기에 더 솔깃하기도 했다. 또 그곳의 교수님도 고등학교때부터 팬이었기에... 수업을 듣고 싶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마감이 있어야겠구나 싶었고, 그런 환경에 다시 나를 가둬두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과 기대로 갑자기 부풀었다. 그때가 대학원 서류 마감까지 한 달이 겨우 남은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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