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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Jul 17. 2024

미술관

영원한 나의 놀이터

볕이 잘 드는 날보다 부슬비가 잔잔히 땅에 닿는 날과 어울리는 미술관.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발걸음을 맞춰 미술관으로 향한다. 입구의 문턱을 넘어가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번에 넘나들기 시작한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작품 하나하나에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다가 두 눈을 매료시키는 작품 앞에서 시간이 멈춘다. 들숨과 날숨이 빠르게 오가며 작품을 감상한다. 그리고 작품에 압도되어 한동안 사색한다.


  미술관은 규모에 상관없이 구경하는 데에만 한나절이 걸린다. 미술관을 한 바퀴 돌았어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림이 있으면 그곳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때로는 새하얀 스케치북에 가느다란 연필 한 자루로 작품을 모사하며 온종일 미술관에서 시간을 쏟아붓는다. 


  작품에서 묻어나는 표현 기법과 물감으로 작가의 기분을 어렴풋이 살핀다. 그러다가 작품을 비추는 조명으로 작가가 붓을 잡았던 과거의 순간에 동화되어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특히 어두컴컴한 배경에서 나 홀로 벽에 걸린 그림 앞에서는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진공청소기처럼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 주인공을 한 뼘 가까이 바라보며 작품을 나름대로 더듬더듬 해석한다. 


  미술관은 소리 없는 공연장과 같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작품을 실물로 영접할 때면 성공한 덕후가 된 것처럼 그 감동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두 눈으로 작품을 담는 찰나에 가슴에서 불꽃들이 팡팡 터진다. 작품을 마주했던 그 순간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미술관은 작품의 잔상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아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공간이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인 미술관. 후드득 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부딪는 샛노란 우산 아래서 미술관 문을 두드린다.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미술관을 활보하며 각양각색의 미술품에 눈이 트인다. 작품을 알면 알수록 재밌는 미술관은 놀이터와 같다. 어느 곳이든 미술관이 영원한 나의 놀이터가 되어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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