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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Jul 30. 2024

첫눈

첫눈을 맞이하며 첫눈에 반하는 순간

'첫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이 설렌다. 아무래도 첫눈이 중의적이자 사랑스러운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첫눈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하나는 '그해 겨울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내리는 눈'인 초설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처음 보아서 눈에 뜨이는 느낌이나 인상'을 뜻한다. 첫눈의 의미를 곱씹으면 2017년 늦가을에 떠났던 미국 시카고 여행이 떠오른다. 시카고는 단어에서 두 가지 의미를 고스란히 감정으로 체화했던 여행지였다.


  시카고 여행의 둘째 날이었다. 브런치로 블루베리 팬케이크를 먹던 중에 무심코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창가 너머로 흰 눈이 조금씩 내리는 게 보였다. 우리는 '설마 11월에 눈이라니?' 하며 팬케이크를 마저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오니 도시는 이미 새하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이때 당황했던 기억이 역력하다. 어버버버 했던 것도 잠시, 오들오들 떠는 몸을 웅크린 채 소복이 쌓인 눈에다 발자국을 찍어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신나게 맞으며 각각 20대와 30대였던 우리는 꾸밈없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이날 예상치 못했던 첫눈으로 시카고 날씨는 영하로 급감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몸이 꽁꽁 얼어붙을 것만 같던 추위보다 눈으로 덮인 정수리를 향해 비듬이라고 서로를 놀리며 깔깔 웃던 순간이 반복 재생될 뿐이다. 일 년에 한 번씩 낯선 도시를 향해 비행기에 몸을 싣지만, 시카고만큼은 매년 칼바람이 일 때면 생각나는 여행지로 그 추억이 선명하다. 해외여행에서 처음으로 맞이했던 '첫눈'이 내리던 시카고를 보며 '첫눈'에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첫눈을 맞이하면서 첫눈에 반하는 순간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될까? 눈발이 까불까불 휘날리는 시카고의 전경은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영화 주인공은 도시였고, 나는 그 도시와 사랑에 빠진 조연이었다. 온종일 굵은 눈송이가 날랐던 그날 다음날부터 시카고는 잠잠해졌지만, 시간은 파랗게 시린 손끝으로 정육각형의 눈 결정을 유심히 관찰했던 그때로 되감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후 '첫눈' 하면 시카고가 팝업 카드처럼 머릿속에서 튀어나온다.

  

  첫눈의 중의적인 의미를 처음으로 동시에 체감하게 해주었던 여행지, 시카고. 첫눈을 기다리는 것은 아마도 그날의 또렷했던 두근거림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말이다. 한여름이 지나 절기상 입동(立冬)을 기대하며 귀애하는 나의 님과 순수한 첫눈을 함께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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