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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키위 Mar 26. 2023

연대의 이유


 사랑이 혐오와 폭력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자명한 듯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이 관련되지 않은 일까지 사랑할 여유가 없다. 그리고 억지로 포장된 사랑이 불편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폭력에 대항하여 약자와 소수자, 피해자와 희생자를 사랑하려는 시도는 찰나의 무의미한 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세대를 거쳐 세습되어온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은 힘들다. 어떤 폭력은 너무나도 거대하고 뿌리 깊어 영영 해체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시간 동안 폭력에 맞서는 힘없는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도구는 호명이었다. 언어의 힘은 위대해서, 어떤 개념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그에 대한 관심과 생각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렇지만 만연한 혐오와 크고 작은 폭력을 호명하는 것에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늘 연대가 요구되어 왔다.


 혐오를 내포한 거대 담론에 맞서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연대의 가장 큰 이점은 지속적이고 거대한 희생 의지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피켓을 들지 않아도,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강력한 무기이다. 힘없는 소수가 집단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담론에 맞설 수 있는 또 하나의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연대의 목적이다. 폭력에 저항하는 연대의 목적은 그 이유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가 연대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인가. 연대는 사람이 사람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지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 옆에 서서 가만히 경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목소리를 막으려 할 때 그 우악스러운 손아귀를 붙잡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여기에 이런 삶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 삶을 위해 조금의 관심이라도 보태는 것이다.


 우리가 연대하는 이유는 우리가 공동체를 이룬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음을 아는 이상 그것을 방관할 수는 없다는 개인적인 도덕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양심을 갖춘 현대인은 폭력적인 세계에 맞서기 위해 함께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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