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우지우 Sep 05. 2021

[상견니] 너를 만나고 싶어

대드 리뷰

결말까지의 스포를 모조리 담고 있는 주관적인 감상 위주임을 참고해주세요.


상견니 시청 초반 현재 부분이 왜 그토록 힘들고 진도가 안 나갔을까 돌이켜보니, 전 황위쉬안-리쯔웨이 커플에 그닥 호감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잘 봐놓고 주인공 커플에 호감이 아니었다니 이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저 이유가 제일 컸던 거 같아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단 황위쉬안의 현재 상황에 몰입이 힘들었어요. 세상 딱딱하고 경직된 조직에서 일해 본 경험 밖에 없는 저로서는, 회사에서 직원의 사생활에 상사를 포함해 전직원이 저렇게 관심을 갖고 배려해준다고? 싶었거든요;; (물론 연인의 실종이라는 황위쉬안의 상황이 특별하고, IT 기업의 특성상 조직이 유연할 수도 있고, 직장동료가 대학동기인 상황을 감안해서 이해를 하면서 보긴 했지만요.)


고장극에서는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설정들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서, 이상하게 현대극에서는 아무리 뒤에 허구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고 해도,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느낌이 들어야 초반 몰입이 쉬운 느낌이에요. 그리고 저런 황위쉬안에 대한 특별대우(?)가 주인공의 사랑만이 특별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분위기 형성에 일조하면서 이상한 반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물론 황위쉬안과 리쯔웨이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타임리프 속에서 굉장히 특별한 사랑을 나누는 건 맞지만, 그럼 천윈루는? 모쥔제는? 왕취안성은?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저 커플의 사랑에 대해 마음 편히 지켜볼 수가 없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거의 마지막까지 주변 인물들의 최후가 죽음일 것이라는 떡밥을 계속 주니깐, 황위쉬안과 리쯔웨이의 사랑을 위해 주변 인물들이 희생되는 결말로 끝나는 건가 불안해하면서 보게 됐어요.


반대로 과거 부분이 몰입이 쉽고 집중이 됐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어쨌든 황위쉬안인 천윈루가 아직은 살아 있고, 황위쉬안이 타임리프를 통해 미래를 바꾸면 천윈루-모쥔제, 황위쉬안-리쯔웨이 커플이 공존하는 미래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를 가질 수 있었거든요. 이는 단순히 커플 탄생의 의미라기보다 천윈루와 모쥔제의 삶을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과거부분 중에서도 몰입이 확 됐던 부분이 모쥔제가 천윈루를 처음 발견하게 되는 그 독백 부분이었거든요.


모쥔제가 천윈루를 발견하고 마음에 담게 되는 과정이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에게 마음이 흐르는 과정이라면, 천윈루는 자신과 반대되는 부류의 사람인 리쯔웨이를 마음에 담게 되죠. 이 엇갈림이 언젠가는 같은 곳을 향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온리 황위쉬안만을 사랑하는 리쯔웨이와는 달리, 모쥔제는 천윈루던, 황위쉬안이 들어온 천윈루던, 황위쉬안을 연기하는 천윈루던, 천윈루 자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황위쉬안이 들어온 천윈루를 바라보며, 천윈루를 그리워하는 모쥔제의 모습에서 감정적 여운이 크게 남았습니다. 반면, 황위쉬안을 연기했던 천윈루에게 매정한 리쯔웨이를 보면서, 그래도 애 목숨이 중한데 좀 따뜻하게 대해줘라, 니네 사랑만 특별하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튼 모쥔제도 죽었다는 게 밝혀지고, 현재 시점에서 리쯔웨이마저 죽게 되고, 범인마저 타임리프를 통해 과거로 온 셰즈치라는 게 밝혀지며 후반부는 거의 시청자가 추리하고 짐작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떡밥을 던져주자마자 풀고, 이전에 던졌던 떡밥까지 같이 풀면서 휘몰아치죠. 그래서 나중에는 이 떡밥도 좀 있으면 풀릴거야 이런 마음으로, 더 이상 머리 쓰는데서 손을 놓고 그저 떠먹여주면 받아먹는 느낌으로 이야기 전개에 몸을 실었습니다.


결국 천윈루의 죽음으로 황위쉬안이 더 이상 타임리프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원레이 아저씨한테 “이제는 리쯔웨이를 못 구해요”라고 말할 때, 리쯔웨이만 못 구하는게 아니라 천윈루도 못 구하고, 모쥔제도 못 구한다고!!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다시 과거로 돌아간 황위쉬안이 리쯔웨이와 자신의 추억을 포기하고, 천윈루와 모쥔제를 구하는 것을 택하는 걸 보면서, 아, 이것이야말로 상견니의 가장 큰 반전이자 강력한 여운이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황위쉬안과 리쯔웨이 커플에 대한 그간의 모든 불만과 원망을 다 내려놓고 결국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스크롤이 올라갈 때, 어린 황위쉬안과 리쯔웨이의 대화도 물론 좋았지만, 이후 교복을 입은 리쯔웨이와 현재의 황위쉬안이 같이 스쿠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서야 전 이 커플이 애틋하고 아름답구나 생각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서야 주인공 커플에 대해 호감으로 돌아서며, ‘너를 만나고 싶어’라는 제목이 오롯이 가슴에 박히더군요. 그래도 당장 다시 돌려볼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시공간을 순환하는 그들의 거대한 사랑과 그 속에서 온전하게 지켜낸 네 사람의 삶이 주는 충만감을 당분간 간직하고 싶은 느낌이랄까요. 이만 상견니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p.s. 왕취안성은...왕취안성은...아마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을 가진 상견니가 유일하게 회수하지 못한 떡밥이지 않을까 싶어요. 왕취안성의 과거를 그리 감각적이고 여운이 남게 보여주곤, 리쯔웨이가 들어간 이후로 왕취안성은 어찌된 건지 끝까지 나오지 않죠.

매거진의 이전글 [세계미진리] 내 세상에 뛰어든 별똥별(17~18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