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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별 Oct 25. 2020

엄마 이야기 <호주 어학연수-기숙사에서 살아보기>

기숙사 에피소드


내가 다니던 어학원 건물 위층에는 기숙사같이 있었다.


1인실 2인실 3인실의 룸 형태였고 이미 한국에서 예약을 하고 온 상태라 2인실로 입실하게 되었다. 


방에서 엘리베이터만 타면 교실로 바로 이동 가능했기 때문에 교통비도 따로 들지 않았고 통학이 너무나 용이해 좋았다.


대부분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오래 지내지 않다. 짧게는 일주일이나 2주 아니면 한 달 정도를 기숙사에서 머물렀다가 렌트나 셰어하우스, 홈스테이로  된다.


룸메이트와 깐이라도 영어를 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 어학연수 기간 내내 기숙사에서만 지냈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국인 지낸 적은 없었고 일본인 3명, 브라질 2명, 중국, 태국, 프랑스, 인도 이렇게 6개 나라 9명의 룸메들 만났다.


오늘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 관련 글을 가볍게 써보려 한다.


기숙사방 내 책상


룸메이트와의 기싸움

한 번은 브라질 룸메이트와 있었던 일이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점심도 몇 번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도 자주 나누고 큰 문제없이 잘 지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학원 오후 수업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어떤 낯선 브라질 남자애가 룸메이트 침대에 누워있었다.


기숙사 방이 워낙 좁은 데다 보이기 싫은 개인적인 부분도 있고 해서 남자애가 다녀간 뒤 룸메이트에게 다음번에는 미리 얘기 좀 해달라고 부탁하며 좋게 얘기했었다.


그런데 그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니면 전달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는지 몰라도 다음날부터 룸메는 매일같이 파티를 다녀온 후 새벽들어왔으며 그 시간에 노트북을 켜고 채팅도 하고 전화 통화까지 하는 것이었다.


기숙사 방 침대는 서로 거의 옆에 붙어있어서 소리나 불빛에 굉장히 예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어느 날은 또 파티를 다녀온 건지 술에 잔뜩 취해서 새벽시간 남자애랑 같이 방에 들어왔다. 너무 놀라서 자는 척 그냥 누워있었는데 다행히 남자애는 내게 미안하다며 말을 하고 바로 방을 나갔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자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어느 날 룸메이트가 또 말도 없이 친구를 방에 불렀길래 그 자리에서 부엌으로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마늘과 함께 프라이팬에 신나게 볶아버렸다.


방은 원룸이라 부엌도 바로 옆이었기에 냄새는 심하게 났었 룸메는 같이 있던 브라질 친구와 자기네 언어로 뭐라 뭐라 얘기하면서 방을 나가버렸다. 좋은 얘긴 아닌 것 같은 눈치에 나 역시 한국말로 "그잘 가라~"며 한마디 해렸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다소 유치한 행동이긴 했지만 동안에 쌓였던 감정이 한 번에 폭발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뒤로 룸메이트가 기숙사를 떠나고 다른 브라질 룸메가 왔었는데 성향이 정말 달랐다. 최대한 서로를 존중하며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고 프랑스인도 중국인도 일본인 룸메들도 모두 예의 있게 행동했었다.


주거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배려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은 인도에서 온 룸메이트와 한 번 더 터지고 말았다.




인도인 룸메 나이가 많이 어렸다. 스무 살도 채 안되었고 요리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을 온 학생이었다. 


룸메는 집 생각이 나는 건지 밤마다 내가 자고 있을 때쯤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울곤 했었다. 거기까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는 안타까워하며 룸메 이해하려고 했.


그런데 매일 새벽 1시가 넘 시각에 방으로 돌아 룸메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았고 늦은 시간에 간단하게 간식 아닌 부엌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요리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었지만 한두 번은 많이 배고파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참고 넘겼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룸메는 계속해서 밤늦은 시간에 요리를 했고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룸메에게 다가가 영어로 미친 듯이 마구 쏘아댔다. 뭐라고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다음 날 전날 밤 내가 화냈던 것이 마음에 걸려 룸메에게 편지를 써서 전했다. 별다른 말없이 알겠다는 대답만 하던 그 아이는 이틀 뒤 기숙사를 그렇게 퇴실해버렸다.


좋게 얘기를 할걸 그랬나 내가 너무했나 싶기도 하고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호주에서조차 다이어트라니

브리즈번을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살은 급속도로 찌기 시작했고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기록하고 있었다.


호주의 유명 과자 팀탐을 하루에 한 봉지씩 먹고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 자주 던 것이 주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거기다 한국에서 고민과 걱정 그리고 스트레스를 잠시 잊어버리면서 음을 놓고 있 탓도 있겠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그렇게 매일 밤 운동을 하기로 했다.  


기숙사 건물 4층에는 헬스장이 따로 있었는데 룸키만 있으면 자유롭게 운동을 할 수 있다.


내가 헬스장을 이용하는 동안 그곳에서 한국인 본건 같은 클래스 남자 한 명이었대부분 외국인들이 있었으며 큰 티비도 있어서 게임기로 게임하는 외국인 친구들도 간혹 있었다.


한 번기숙사 경비원이 헬스장을 둘러보더니 혼자 운동하고 있는 나에게 "매일 운동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운동선수인 줄 알았다" 면서 웃으며 얘기한 적도 있었다.


특히 제일 기억에 남는 건 1시간 넘게 운동을 하고서 마지막으로 스트레칭도 할 겸 헬스장 외부 테라스로 나와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는 것이었다.

그시간이 참 좋았다..

                                 




기숙사 화재경보기

숙사 방에는 요리를 직접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런데 연기가 조금이라도 날 때면 예민한 화재경보기가 울리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한 번은 친구들과 고기를 구워 먹은 적이 있는데 연기가 나길래 혹시나 경보기가 울리진 않을까 싶어 의자를 밟고 올라가 천장에 있는 화재경보기를 수건으로 막은 적도 있었다.


화재경보기는 시시때때로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심지어 수업 중에도 울려그때마다 대피방송이 다.  


소방관들은 현장에 엄청 빨리 도착하는데 불이나지 않은 경우라도 소방차 출동 시 생각보다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간혹 연기를 없애려고 복도 쪽 문을 여는데 그럴 경우 건물 전체 메인 경보기가 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피방송이 나오면 소방관들이 출동하고 건물 안 사람들은 모두 비상계단을 통해 1층까지 내려와야 한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한 번은 자다가 울리는 경보기 소리와 대피방송에 못 들은 척 그냥 자버린 적도 있었다.


이렇게 화재에 예민한 이유는 호주의 고온 건조한 날씨 때문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 던 호주의 큰 불로 인하여 소방관들을 포함해 적지않은 인명피해와 동식물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지고 일의 상황을 대비해 예방해야겠단 생각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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