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021.01.20
자신감이 없는 편이다. 질투만 있어도 힘든 판에 자책까지 있어 꽤 오래도록 멈춰있는 중이다. ‘이제는 일어나야지’ 하다가도, 일어서는 근육을 모조리 까먹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어제는 친구에게 제로에 가까워지는 통장잔고와 질투를 넘어 내 것을 빼앗길 것만 같은 두려움을 털어놓았다. 먹고 싶어서 산 떡볶이는 맛이 없었고, 평소엔 좋아했으면서 어제만큼은 유난히도 저렴한 맥주의 맛이 나를 건드렸다.
인생이란 게 참 묘하지. 절망의 구덩이에서 헤엄치던 나에게 누군가가 툭 하고 꽃을 내밀었다. 공연계에서 일한 지 14년째가 되면서도 어쩌다 보니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배우였다. 좋은 기회로 드디어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지난번에 쓴 인물론 기사를 보고 그가 나에게 꽃을 선물했다.
나도 종종 꽃을 선물한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위해서는 꽃을 사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무용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이유로 많은 축하와 감사와 응원이 사라지고 있었다. 꽃은 무뚝뚝한 성향의 내가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존재였고, 종종 꽃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 꽃을 받았다. 어제의 절망은 순식간에 오늘의 희망으로 얼굴을 바꿨다. 꽃이 시들기 전까지 나는 누군가의 감사와 응원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