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면접 다녀올게 #에필로그
소설을 쓰는 것 같은 제 일상들을 마무리하며 간단히 꼭 남겨보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그저 제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작 떠올린 이야기는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마무리를 지어버렸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있었던 에피소드, 그리고 면접과 관련된 일화들. 슬프고 우울했던 감정이나 유쾌하고 어이없던 여러 상황들을 녹여내 보려 시작한 글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제 과거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글을 쓰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분량은 점차 늘어나 정작 본래 하려 했던 이야기는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목에 썼던 "엄마 나, 면접 다녀올게"는 원래 "엄마, 나 면접 다녀올게"였습니다.
차이점이 바로 보이시죠?
쉼표 하나에서 엄마와 나 사이의 거리감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고 이를 어떻게 바꿔볼까 오랜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분명 누군가는 '저 쉼표 너무 거슬리는데..'라는 생각 하셨을 겁니다.
당연히 흐름상 쉼표는 엄마 뒤에 따라붙는 게 맞기도 하고요.
다만 글을 쭉 보신 분들이 라면 아시겠지만 저와 엄마 사이는 매우 각별합니다. 제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항상 힘내라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줄 땐 저에겐 어머니였고, 또 그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엄마가 되는 친근한 느낌.
그 느낌을 쉼표로 인해 떨어뜨리기가 싫었던 제 욕심으로 인해 흐름이 다소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쉼표를 저렇게 썼습니다. 비록 유치하지만 제목 하나에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 표현을 과연 읽으시는 분들이 눈치채 주실까.. 내심 걱정도 됐지만 그냥 지금은 가벼운 에피소드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 5화까지는 쉴 틈 없이 썼습니다. 새벽 3시 4시까지 열심히 쓰고(무려 직장인인데) 고치고 다듬고 그렇게 쭈욱 만들어내다 어느 순간 브런치북 응모 마감기한 날짜를 보며 손가락을 더듬거리며 일정을 맞춰나갔습니다. 썼던 글을 내리고 브런치북으로 다시 옮겨 담고 게으른 나를 채찍질할 최적의 날짜를 정해 26일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회차를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굉장히 함축했습니다. 길게 끌어낼 수 있는 에피소드도 간략하게 줄여버렸고 뿐만 아니라 한 화 분량도 5분 이상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늘릴 수 있었지만 다 덜어내 버렸습니다. 원래 글로 표현하려 했던 직장인 에피소드에 대해 맹목적으로 돌진하다 보니 오히려 재미난 부분을 너무 덜어낸 아쉬움도 남고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설악산 에피소드나 에버랜드 에피소드는 좀 더 다양한 내용이 있었지만 지루한 부분이 될 것 같아 불가피하게도 다 덜어내게 되었습니다.
또... 제 브런치북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 결정적인 부분. 결국 꿈을 포기하고 쓰러지는, 그리고 우울증 진단을 받는 부분은 정말 수십 번을 고쳤습니다. 누구한테 보여주기 부끄러운 글이다 보니 저 혼자 읽고 또 읽고 아침에 읽고 점심시간에 읽고 밤, 그리고 새벽에도 읽었습니다. 때마다 느낌이 달랐습니다.
원래 검수작업은 2~3명이서 교차로 검수하면 좀 더 오탈자라던지 문맥의 흐름을 잡아줄 수 있지만 저 혼자서 온전히 해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마치 독백처럼 감정을 주욱 나열하며 그 감정이 온전히 전해지길 바랐는데 쓰고 나서도 계속 아쉽고 미련이 남습니다.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 더 오그라들고 슬프게 표현하고 싶기도 했지만
지나간 과거에 대해 애써 포장하기보단 덤덤하지만 씁쓸하게 표현하는걸 주목적으로 하여 내용을 많이 고쳐나갔습니다.
아직 해야 될 이야기도 많은데 지금 잠시 접어두는 이유는 원래 제 최종 목표는 '브런치북 응모'였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날이 바로 '오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로써 저는 목표를 이뤄냈고 잠시 휴식 한 뒤 글을 꾸준히 모아 다시 꺼내보고 싶습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누군가에겐 재밌을까? 지극히 평범할까? 그다지 새롭지도 않은 인생이야기에 몰입할 만큼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일까? 표현력에 있어 국어국문학과를 나오신 여러 멋진 분들에 비해 초라하지 않을까? 참으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브런치북은 주 독자층이 작가분들이 많으시기에 검색을 통하거나 메인으로 올려지지 않는 한 다른 작가분들이 읽고 라이킷을 누르고 그렇게 글을 찾아 주지 않는 다면 제 글은 아마 삽시간에 묻혔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꾸준하게 라이킷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는 것을 잠시 멈추고 생각을 다시 다듬어 보려 합니다.
언젠가 꼭 한번 이런 글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아마 브런치스토리가 아니었다면 평생 묻혀있었을 제 이야기들을 이렇게 꺼내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단 1수 만에 작가가 될 수 있어 너무 감개무량하고 뿌듯하면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모 커뮤니티에 면접일화를 썼다가 추천이 1천 개가 넘게 달리면서 처음 글에 대한 욕심을 낸 게 엊그제 같은데 겨우 욕심을 내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잠도 줄여가며 일상의 스트레스에 치인 피로를 글로 풀어내는 것 또한 참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내년이면 저도 마흔이고 현재는 또 이직을 준비하며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발걸음을 어렵게 떼기 위해 열심히 이력서를 쓰고 또 고치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모쪼록 난잡하고 복잡한 에필로그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