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에라 Jun 01. 2022

1. 기자 vs 홍보 (5) 비전

기자와 홍보인 재직자의 미래를 논한다. 필자 개인 시각이다.


시에라의 Pick ‘기자 < 홍보’


언론 환경은 안타깝지만 악화일로다. 이유를 여럿 들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 시작은 광고 물량 축소를 꼽고 싶다. 정확히는 신문, 온라인 매체를 찾는 광고주가 줄어든다. 광고를 노리는 매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전국적인 광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TV 아니면 신문, 잡지 정도였다. 지역적으로 광고를 한다면 버스, 지하철, 또는 건물 옥외(옥상) 간판 등을 활용했다.


그래도 가장 흔한게 신문 광고였다. TV광고는 모델료 등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반면 신문과 잡지는 다르다. 물론 S 또는 A급 배우를 모델로 쓴다면 큰 비용이 들겠지만 그렇지 않면 텍스트, 표 등으로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신문사에 얘기하면 하루만에 '뚝딱' 광고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필자가 처음 언론에 발을 들여 놓았던 90년대 말, 심지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신문 광고는 좋은 지면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신문사 광고 담당자는 밖에서 영업을 하는게 아니라 고객의 광고를 좋은 지면에 넣기 위해 내부 경쟁을 펼쳐야 할 정도였다. 신문은 1면과 맨 뒷면의 경우 광고 단가가 다르지만 다른 면들은 단가가 거의 동일하다. 당시만해도 광고 담당자는 외부에 광고 수주를 위해 나갈 필요없이 광고 요청 전화를 받고 내부 설득작업만 하는 좋은 시절이었다.


어느새 광고도 온라인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대표적으로 온라인이 완전히 광고시장을 뒤집어 놨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그리고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 등 OTT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광고처가 됐다. 여기에 과거에는 광고를 달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규제가 풀렸다. 지하철역은 물론 길거리 대형 디스플레이(사이니지) 등 광고처는 넘쳐난다.


무엇보다 온라인 광고는 기존 신문/잡지 등 레거시 미디어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똑똑하다. 이들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광고효과를 바로 보여준다. 신문사의 경우에는 예컨대 구독부수가 100만부라면 4인 가족 기준으로 400만명이 봤다고 암묵적으로 설득한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요즘 집에서 신문을 보는 곳도 많지 않고 심지어 회사에서도 신문을 잘 들쳐보지 않는다. 신문을 구독한다고 실제로 그 광고를 봤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하철에서 신문 보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더욱 쉽지 않다. 주수익원인 광고가 신문에서는 점점 사라지는 이유다.


여기서 현실을 얘기하자. 그렇다면 기존 신문 등 레거시 미디어는 어떻게 운영이 될까. 업계에서는 소위 ‘보험으로 집행한다'고 얘기한다. 무슨 말일까. 이말은 기자의 취재처인 기업들이 악의적 또는 비판 기사가 나왔을때를 대비 또는 홍보기사를 매체에 반영하기 위해 보험성으로 광고를 집행한다는 것이다. 전자인 악의적인 기사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서는 기사를 내리거나 그게 불가능하면 소위 ‘톤다운(Tone down)’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보험인 셈이다. 예를 들어 ‘A사의 도덕적 비리가 심각’이라는 제목의 기사라면 ‘여전히 심각한 산업계 도덕적 비리’로 특정회사명을 제목에서 빼거나 또는 ‘조직 관리 어려움을 겪는 A사’와 같이 방향을 트는 것이다. 신문 독자가 볼 때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을 들지 않게 기사를 수정하는 것이다. 


한국 매출 대비 광고가 높다는 대기업

하지만 이같은 보험성 광고가 언제까지 집행이 이뤄질까. A 굴지 대기업의 사례다. 전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의 외국계 임원은 한국 수출 비중이 채 10%가 안되는데 왜 한국 광고비용이 30%가 넘느냐며 제동을 걸고 있다. 


유튜브보다 효과가 낮다는 대기업

또 다른 B 굴지의 대기업 임원은 홍보팀에 “100만부 발행하는 신문의 백면(맨 뒷면)의 광고 단가가 5000만원이고 구독자 100만명인 유튜버의 홍보 협찬비가 10000만원이라면 어디에 집행하는게 맞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즉 발행부수가 100만부라도 맨 뒷면 광고를 볼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는 것과  10분 내내 특정회사 제품을 홍보해주는 유튜버 둘중에 누구를 고르는 게 현실적인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홍보팀에서는 참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기존 신문 등 레거시 매체에 대한 광고 집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 더욱이 점점 우리 사회가 ‘공정’이 강조되면서 기존 레거시 매체에 대한 광고 축소 상황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효과를 입증하지 않으면 취재원 입장에서 예산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는 광고 수요처인 언론사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국내 기업의 성장성이 지속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걸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일례로 코로나 팬데믹 직후 항공사들은 사실상 개점휴업이었고 이 때문에 광고는 집행하지 못했다. 그것으로 따질 수 있는 매체는 없다. 이를 달리 말하면 언론이 아무리 악질적이라도 실적이 악화하는 기업에 그대로 광고 집행을 요구하기는 힘들다. 신생업체들은 광고를 안하려 하고 기존 업체는 광고를 줄이려는 게 현실이다.


물론 언론사들은 새로운 사업으로 광고 축소 분위기에 따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펼친다. 실제로 여기에서 답을 찾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언론사의 핵심인 기자들은 언론 이외의 사업을 위해 입사를 한 것이 아니다. 결코 사업에서 비전을 찾는 것은 아닐 것이며 이는 우수 인재를 잃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기자는 회사에서 파견 형태로 신생팀에 착줄돼 직접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 홍보 마케팅에 참여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저건 아니다’고 생각들었다.


홍보인 비전은


홍보 조직원의 운명은 사실 매체 영향력과 어느정도 맥을 같이 한다. 매체 영향력이 크면 그만큼 홍보팀의 영향력도 크다. 하지만 지금 매체 영향력은 과거만 못지 않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다 보니 언론의 영향력이 크지 않게 됐고 . 언론 매체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홍보팀에서는 그만큼 많은 예산(홍보비) 부담을 갖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홍보팀은 ‘돈을 쓰는 부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다손 쳐도 언론생리를 충분히 이해하는 기자 출신 홍보인들은 상대적으로 순수 홍보인들과 비교해 경쟁력은 있다. 언론이 활용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되어가는 만큼 적을 알아야 하는데 기자 출신이다 보니 경쟁력이 되느 것이다. 이걸로 어느정도 명맥을 유지할 수는 있다. 홍보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그 능력만으로는 안된다. 대관, 마케팅, 영업 등 새로운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임원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다. 필자가 아는 홍보인들 가운데 소위 50대 중후반까지 버틴 버틴 홍보인들은 대부분 홍보 이외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거기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케이스다. 특히 영업쪽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면 롱런 가능성은 크다. 결국 ‘수익’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인력을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홍보’는 비용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바로 줄일 수 있는게 현실이다.


기자 출신으로 홍보로 입사 후 타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다. 그 회사에 오래 버티기 위해 일정기간 지난 후 새로운 보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예컨대 마케팅, 영업 등 주류부서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럴려면 충분히 그 분야에서 능력과 실력, 지식을  쌓아야 한다. 남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에 따라 홍보의 비중은 천차만별이다. S대기업처럼 홍보임원이 많다면 홍보로만 경쟁력을 갖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에서는 오랜기간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보직을 찾는 것이 좋다. 참고로 누구나 선망하는 S대기업은 기자 출신 홍보임원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 이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S대기업의 경우 언론 생리를 잘 아는 기자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리


언론사 비전은 사실 원대하지 않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광고 수단이 늘어나면서 매체의 영향력은 불가피하게 계속 쪼그라드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아직도 매체는 존재가치가 충분하다. 기자 그리고 홍보인으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존재의 가치가 줄어든다면 그 조직에서의 비전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언론에서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은 경우 홍보로 이직 후 회사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곳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거나 또는 홍보와 관련 있는 부분을 개척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관련 있는 부분으로는 '대관' 'IR' '리서치'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작가의 이전글 1. 기자 vs 홍보 (4) 자존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