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홍보인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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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에 있어 ‘승진’은 중요한 이슈다. ‘공정’이 화두가 되면서 더더욱 그렇다. 필자가 볼 때 승진은 그래도 ‘언론사’가 공정하다. 어디까지나 '기자' 기준이다. 언론사의 비편집국 인력은 모른다.
기자 평가가 공정한 이유는 하나다. 평가가 쉽다. 즉 ‘저 선배 잘한다’는 평가에 있어 조직원 대부분이 비슷하다. 의견차가 크지 않다. 언론사에서 편집국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다. 대부분 기자라는 동일한 직종에 있다. 그리고 서비스되는 기사 퀄리티(수준)와 양(기사 건수)으로 어느 정도 평가가 가능하다. 당장 기사를 보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선배는 물론 후배들도 알 수 있다. 출입처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언론사에서는 ‘이달의 기자상’이란 포상제도가 있다. 평가는 원칙과 기준에 맞춰한다. 여러 차례 기자상 시상식을 봤는데 ‘불공평하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다. 포상금이 많게는 100만 원에서 적게는 20만~30만 원이었다. 이것을 받기 위해 내부 심사위원들을 매수하거나 잘 보이려고 입김을 행사하거나 하진 않는다. 무엇보다 기사의 파장을 조직원 대부분이 안다.
기자상 심사는 기본적으로 단독, 특종 기사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시상에서 떨어지면 다음 또는 다다음 시상에서 어느 정도 감안이 된다. 심사 대상에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필자가 있던 매체에서는 A, B, C 기사가 심사에 올라온 경우, A기사는 어떤 연유로 수상하고, B기사는 어떤 이유로 수상에서 떨어졌다고 설명이 뒤따른다. 편집국 기자들은 이러면서 어느 기자가 후보에 올랐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많이 거론되는 기자는 그만큼 ‘능력(취재력)이 출중하다’고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매달 평가결과가 쌓이고 이게 몇 년 동안 쌓여서 기자 승진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사실 언론사는 차장까지는 크게 사고 치지 않으면 연차대로 승진한다. 언론사도 ‘선임(대리와 동격)’ ‘수석(과장과 동격)’ 차장, 부장 내부 직급이 있다. 즉 선임, 수석까지는 승진연차가 되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차장도 큰 무리가 없다면 승진시켜준다.
다만 부장부터는 조직 관리력, 외부 평가, 회사 기여도 등 별도의 능력을 본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동안 쌓아온 평가를 바탕으로 승진하게 되고 ‘저 선배는 왜 승진 못했지?’ ‘저 후배는 왜 승진했지?’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부장부터는 다르다. 부장으로서 나름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매체에서 소위 ‘광고/협찬 영업(매출관리)’에 부장들을 투입한다. 본인이 맡고 있는 부서의 출입처가 정부 또는 산업계라면 그들에게 편하게 광고 또는 협찬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흥미로운 것은 부장 승진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다는 점이다. 언론사 부장은 소위 ‘앉은뱅이’다. 취재 목적의 외근은 거의 없다. 데스크 칼럼과 같은 칼럼, 특별대담 또는 인터뷰 등을 제외하고는 취재기사를 쓰지 않는다. 대신 날마다 하루 2~3번 열리는 데스크 회의에 들어가야 한다. 이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왜냐하면 부원들이 날마다 좋은 기사를 들고 오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가 부실하면 데스크 회의에서 누가 혼쭐이 나겠는가? 당연히 데스크다. 물론 데스크는 기자들 역량을 얘기하겠지만 그래 봤자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데스크 사회에서는 ‘필드(데스크가 아닌 평기자) 때가 최고’라고 종종 말한다. 물론 데스크는 발제 스트레스가 없지만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 그리고 똘똘한 기사를 한두 개 꼭 들고 데스크 회의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은근히 고충이다.
기업체 승진과정은 필자가 느끼기에는 부당함도 보인다. 민간기업에서 승진은 마치 전쟁과 같다. 승진 여하에 따라 연봉 차이도 적지 않게 난다. 특히 보직(팀장, 실장, 본부장)을 받으면 수당 및 복지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필자가 있던 회사에서는 보직자에게만 주차가 지원됐다. 주차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보직자는 근처 건물에 주차해야 했다. 주변은 주차비가 비싸서 비용을 아끼려면 걸어서 5분 이상 떨어진 곳에 주차해야 했다.
또한 승진 누락자가 언론사에 비해 훨씬 많다. 필자가 함께 일했던 직원 중에는 대리 승진을 3년이나 누락된 경우를 봤다. 물론 조그마한 실수로 ‘주의’ 경고를 한번 받은 것이 원인이지만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3년 차에 떨어질 때는 상사에게 ‘바른말’을 한다는 게 문제가 됐다. 결국 직속 상사에게 찍힌 결과로 주변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납득을 못했다.
이렇게 승진 누락이 되면 본인에게는 너무나 피해가 크다. 일단 다니는 회사에서는 동기와 비교해 승진이 계속 느려질 수밖에 없다. 특별 승진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과장도, 차장도, 부장도 늦어진다. 직장 생활하는데 치명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타 회사 이직 시에도 원하는 직함을 받기가 어렵다. 대개 과장 3년 차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타 회사에서도 과장 3년 차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상사와의 관계도 껄끄러워지기 마련이다. 승진에서 누락되면 누구나 직속 상사를 의심한다. 대놓고 험담을 하기도 한다. ‘나는 팀장에게 찍혀서 승진에 누락됐다’고 생각하고 평생의 원수로 생각하게 된다. 상사도 모를 리 없다. 서로 간에 악순환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언론사에서는 기자의 경우 외근이 많기 때문에 선배와 후배 간의 관계가 대체로 나쁘지 않다. 자주 봐야 얼굴 붉힐 일도 생가지만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한두 시간 본다면 얼굴 붉힐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물론 기사의 방향성 때문에 데스크와 기자가 치열하게 논쟁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업무의 연장이다.
기업에서는 하루 8시간 이상 부하는 상사와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 한다. 좋은 관계도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런 껄끄러운 관계가 제대로 표출되는 때가 바로 인사시즌이다.
이렇다 보니 인사철에 ‘무리수’를 두는 사람들이 종종 생겨난다. 필자가 있던 회사에서는 정치권에서 온 직원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들이 정치인을 동원해 내부 임원들을 대상으로 승진 압박을 하는 경우를 목격했다. 실제로 그 사람(정치권 출신)이 승진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이 승진대상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내부 불만이 쌓인다. 제대로 ‘불공정’이 펼쳐지는 것이다.
기자 출신으로 홍보맨이 됐을 경우도 적어보자. 대개 기업체에서는 중간간부 이상으로 시작한다. 승진 욕심이 있다면 본인이 열심히 뛰어야 한다. 홍보직의 장점 중에 하나는 기업 오너 또는 임원진과 교류가 많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잘 보이면 승진에서 누락되지는 않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 능력이다. 사실 필자의 경우 언론사에서 승진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상사에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체에서도 승진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승진대상임에도 한차례 고배를 마신적이 있다.
기자 사회는 열심히만 하면 특별한 경우가 없다면 무리 없이 20~30대(대리, 과장, 차장)에 단계를 밟아가며 올라간다. 부장(데스크)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지만 그 결과에 대해 대부분 인정하는 분위기다.
반면 홍보 조직은 다르다. 무엇보다 홍보팀이 주류인 회사는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승진이 쉽지는 않다. 다만 최근 홍보팀의 역할론이 커지면서 고생을 했으니 승진을 시켜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주로 대기업과 공무원 사회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일반 부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임원 승진에서 탈락하는 비중이 확실히 적다. 그만큼 대기업에서는 언론 관리가 힘들고, 무엇보다 홍보를 맡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관가에서도 대변인실을 거친 후 고위공무원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