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1.
오늘은 결혼식에 다녀왔어.
결혼식이란 태어나서 지금까지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앞으로 평생 같이 살겠다는 약속을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하는 거야. 보통은 인생에 딱 한 번만 하는 귀한 이벤트야. 그래서 자기만의 특별한 웨딩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 대개 신부쪽이 그래.
오늘 아빠가 간 곳은 누군가에게 로망이 될만한 예쁜 곳이었어. 천장에는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조명이 흐드러졌고, 테이블마다 하얗고 뽀얀 생화가 아름드리 탐스러웠단다. 신랑 신부를 가운데 두고 수많은 사람이 모여 플래시를 터뜨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어.
오복이가 자라면 궁금해하겠다. 왜 엄마랑 아빠는 남들 같은 결혼식 사진이 없냐고.
오복아, 엄마랑 아빠는 결혼식을 하지 않았어. 화려한 예식 대신 서로 소중히 여기자는 조용한 약속을 나누며 부부가 되었단다.
결혼식 없는 결혼은 아빠의 오랜 바람이었어. 그 바람을 엄마가 이뤄주었지. 빛과 꽃이 찬란한 버진로드 위를 걷는 주인공이 되는 대신, 아빠라는 사람을 지긋이 안아준 거야. 깊은 배려이자 큰 양보야.
금이야 옥이야 키운 맏딸을 번듯한 식도 없이 시집보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도 평생 갚지 못할 감사한 일이야. 우리가 오복이를 만날 수 있게 된 건, 이렇게 모두가 도와주신 덕분이야.
오해는 하지마. 아빠가 항상 고집만 부리는 사람은 결코 아니야. 엄마랑 아빠는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면서 꽤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어. 진짜.
예를 들면, 결혼식은 안 했지만 결혼 직전에 제주도에서 스냅 사진을 찍는다거나, 백화점 유명 브랜드에서 반지를 맞춘 건 전부 엄마의 뜻이었어. 아빠가 직장을 옮긴 것, 서울로 이사를 한 것, 오복이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 다닌 것, 곧 새 차를 사기로 한 것까지도 엄마가 마음을 먹은 일이야.
아니, 너무 미주알 고주알 얘기하니까 마치 아빠가 변명을 하는 것 같은데, 정말이야 오복아. 아빠도 엄마 말을 충분히 경청하고 있다니까?
아니, 정말이라니까?
아니, 엄마 말만 듣지 말고 아빠 말도 믿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