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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 중국 4대 요리 후아이양(淮扬) 요리는 어떤 맛일까?
요즘 부쩍 문송한 중국 강남(江南) 요리(저장, 장쑤 요리)를 먹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강남이 문송하다는 것은 당나라 송나라 등 당송 8대 문장가라 불리는 문송이들이 많이 난 지역에다가 더 거슬어 위로 올라가면 초나라 굴원과 같은 사람도 江 이남에서 난 사람이니 어찌 문송하지 아니하리오. 이다.
요즘 강남 요리를 자주 찾는 것은 의도한 것은 아니고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나도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의 입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강남 요리로 분류되는 저장(浙江) 성과 장쑤(江蘇) 성 음식은 약간 달짝지근하고, 짭조름한 것이 특징이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다.
오늘 찾은 곳은 장쑤 요리의 두 개 지류(상하이, 후아이양) 중 하나인 후아이양(淮扬) 요릿집이다.
후아이양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어디지? 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내가 항저우(杭州), 쑤저우(蘇州), 상하이(上海)는 알아도 후아이양은 처음 들어보는데. 라는 생각이 들 거다.
후아이양은 지명을 가리키는 말로, 후아이안(淮安)과 양저우(扬州)를 뜻한다. 후아이양 요리는 중국 4대 요리(산둥<鲁菜>, 쓰촨<四川>, 광둥<廣東>, 후이양<淮扬>)로 중 하나다.
가끔 같은 장쑤 요리라고 4대 요리에 상하이 요리를 넣기도 하는데 정확하게 4대 요리는 후아이양 요리가 들어가야 맞다. 요즘에야 상하이가 발전했지만, 당나라 때만 해도 대운하가 있는 후아이양 지역이 더 발달했었다.
자꾸 중국 4대 요리네 8대 요리라고 하니까 헛갈릴 것 같아 이번 참에 정리를 하자면, 일단 중국 4대 요리는 위에서 언급한 후아이양과 산둥, 쓰촨, 광둥을 일컫는다. 그 뒤에 4개 지역의 요리가 추가돼 중국 8대 요리라 칭한다. 추가된 나머지 4개 요리는 저장(浙江) 요리, 푸젠(福建) 요리, 안후이(安徽) 요리, 후난(湘·상) 요리다.
후아이양은 세로로 맞닿아 있다. 북쪽에 후아이안이 있고, 그 아래 양저우가 있다. 이 지역은 양쯔 강 북부 대운하가 있는 곳이다. 예전 당나라 때는 강남의 풍부한 물자를 대운하를 통해 수도인 베이징으로 올려보냈기 때문에 이 지역이 매우 번성했으나 송나라에 들어서면서는 쑤저우, 항저우에게 밀려나 지금까지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장쑤 요리는 식자재를 뭉개질 정도로 부드럽게 요리하는 특징이 있다. 대표 요리로는 쓰즈터우(사자머리)탕, 쑹수위(솔방울모양 물고기 탕수), 양저우 볶음밥 등이 있다.
나머지 요리는 생소하지만, 양저우 볶음밥은 우리가 즐겨 먹는 한국 중화요리 볶음밥의 원류라 할 수 있다.
잠시 양저우 볶음밥을 소개하고 가자면, 주재료가 밥, 소시지, 계란, 새우살이 들어간다. 아니 근데 그 시대에 무슨 소시지가 있나요? 라고 할 수 있는 데 사실 소시지라고 보기보단 훠투이(火腿) 즉, 돼지고기 생햄이라고 하는 게 맞다. 아무튼 훠투이가 듬뿍 들어간 것이 양저우 볶음밥과 다른 지역 볶음밥 간 가장 큰 차이다.
그러면 이런 소시지는 어디서 왔을까? 정확하진 않지만, 당나라 물류의 중심지였던 양저우는 서양과의 교역도 활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포르투갈이나 대항해의 시대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서유럽 나라에서 들어 왔을 것이란 설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운남, 후베이, 저장 등 남중국에서도 진화훠투이(金华火腿)가 널리 만들어 진다고 하니 자체적으로 햄을 공급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만약 앞의 것이 맞다면 마치 한국의 의정부 부대찌개와 같다고 볼 수도 있다.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오늘 온 식당의 이름은 후아이양푸(淮扬府)다. 풀이해보면 뭐 후아이양의 관아, 또는 후아이양의 지방정부 쯤 될까? 대충 그런 의미다.
식당은 내부 인테리어부터 해서 음식 수준까지 내가 여태껏 갔던 강남 요리집 중 가장 고급스러운 집이었다. 지난번에 갔던 강남 요리집진산청 후판런자(金山城湖畔人家)이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고급스럽게 꾸몄다면, 이 집은 당나라 시대 컨셉으로 앤티크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오늘의 메뉴는 나의 먹부림 동반자인 먹사형이 직접 간택을 하셨다.
홍샤오러우(红烧肉), 성젠바오(生煎包·반만구운만두), 사자머리탕, 생선머리 조림, 게내장 두부, 양저우 볶음밥, 실장어 조림, 각종 냉채 등등등이다.
언제나 그렇듯 맛있었던 순서대로 소개해보자면, 역시 단연 최고의 요리는 홍샤오러우였다.
지난번 강남 요리 집에서 먹은 동파육을 소개할 때 동파육과 홍샤오러우가 같은 양념을 쓴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둘 중 누가 먼저냐고 묻는다면 홍샤오러우가 먼저다.
둘을 구분하자면 홍샤오러우는 집에서 늘 먹는 가정식이고, 이를 소동파가 발전시켜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 발전시킨 게 동파육이다. 조리법이 조금 다른데 홍샤오러우는 여러 번 양념을 끼얹으며 조리는 스타일이고, 동파육은 중간 불로 느긋하게 조리는 차이가 있다. 육질은 홍샤오러우가 더 탄탄하고, 동파육은 두부처럼 부드러운 특징이 있다.
개인적으로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홍샤오러우의 손을 들고 싶다. 왜냐면 고기는 씹어야 맛이지라고 인사돌 아저씨들이 그랬으니까.
이 집 홍샤오러우는 정말 정말 특이한 맛이었는데 이게 동파육인지 홍샤오러우 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부드러웠다. 웬만한 집 동파육보다 3배 이상 맛이 좋았을 정도로 여태껏 내가 중국에서 먹은 홍샤오러우 중 단연 최고였다.
다음으로 맛있었던 요리는 의외로 주식인 성젠바오. 성젠바오는 한쪽 면만 구운 군만두인데 안에 들어 있는 소는 돼지고기 베이스다. 이게 생만두를 한쪽 면만 구운 것이 아니라 일단 한번 찐 만두의 아랫면을 구워서 내는 음식이다.
중국에는 만두 종류가 엄청 많고, 다양하다. 그러나 솔직히 한국 만두가 더 맛있다. 이유를 굳이 대라면 중국인들이 좀 더 고기 비린내에 둔감하다고 해야 할까. 한국 만두는 소금과 후추 등으로 잡내를 확 잡는 데 반해 중국 만두들은 굳이 그러지 않는 경우도 많고, 고기 향을 즐기는 느낌도 좀 있다.
그런데 이 집 성젠바오(生煎包)는 잡내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만두피도 한국 맛집 만두에 필적할 만큼 맛있다. 게다가 위쪽은 부들부들하고, 아래는 바삭바삭한 군만두처럼 구워져 있어 한국의 최고급 만두와 겨뤄도 비등비등할 정도로 맛있었다. 이 만두는 먹사형의 회심의 요리로 오늘의 최고의 반전요리로 뽑힐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이름이 왜 성젠바오냐면 생반죽을 찌지 않고 그대로 기름에 올려 굽는다. 그래서 육즙을 완전히 보존하고 있어 샤오롱바오를 구운 것 같은 맛이다.
다음은 비주얼로 오늘 식탁을 점령했던 생선 머리 요리. 생선 머리 요리는 중국에서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되는 요리로 유명하다. 나처럼 웬만큼 중국 요리를 잘 먹는 사람도 생선 머리를 주문해서 성공하기가 어렵다. 광둥 요리고, 저장 요리고 다 포함해서 말이다.
이유는 일단 어두육미라고 생선 머리가 맛은 있는데 중국에서 기름에 소스를 배합해 조리할 때 머리뼈가 많은 생선 머리를 제대로 조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머리뼈를 뚫고 머릿살에 양념이 배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러다 보면 비린내가 남아 있기도 하고, 아니면 기름만 많은 굉장히 느끼한 요리가 되기에 십상이다. 물론 엄청난 실력의 세프가 있는 중식당에 가면 이런 우려는 깨끗이 무시해도 될 만큼 맛있는 생선 머리 요리가 나온다.
오늘 우리가 온 식당은 사실 중국 요리평가 앱인 따중뎬핑(大众点评)에서 선정한 '흑진주' 식당이다. 따중뎬핑은 '대중이 점수를 매기다'라는 뜻으로 식당 손님들이 평점을 매기고, 후기도 남기는 그런 앱이다. 각종 할인혜택과 공동구매까지 다양한 혜택이 있어 미식가들의 필수앱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요리평가 앱은 솔직히 신뢰가 안 가는 경우가 많지만, 14억 인구를 모집단으로 갖는 따중뎬핑은 상당한 정확도를 자랑한다.
아무튼 이 앱에서 선정한 흑진주 식당은 기본적으로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따슐랭이라 부른다.
결론적으로 이 생선 머리 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일단 크기에서 식탁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컸고, 생선살도 골고루 양념이 배어서 맛이 좋았다.
나와 먹사형은 반드시 생선요리를 시키면 소스에 비벼 먹을 면을 추가로 시키는데 이날 생선 머리 요리 소스는 시큼 짭조름한 맛이 밀가루 면과 정말 잘 어울렸다.
다음은 사자머리탕. 지난번에 갔던 강남 요리집인 진산청에서 먹었던 바로 그 요리다. 이 요리는 장쑤가 원류인 요리로, 사자머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탕 안에 들어 있는 커다란 완자의 모양이 사자 머리와 같아서 붙은 것 같다. 이 집의 탕 맛은 지난번 식당보다는 깔끔한 맛이 덜했는데 탕을 내오는 그릇이 정말 사자 모양을 하고 있어서 보는 즐거움이 맛을 더 돋웠다.
반면, 게내장 두부는 진산청의 것보다 훨씬 맛있었는데 지난번 내가 지적한 대로 게 내장 양을 많이 들어가니 구수한 맛이 두부의 풍미를 더 하고, 콩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먹은 요리 중 가장 특이했던 요리가 있었다. 이 요리는 실장어를 간장 소스에 조린 요리다. 보기에는 좀 징그러운데 우리 장어 소스에 가느다란 장어를 조려서 나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약간 뱀같이 생겨서 무섭지만, 가시가 너무 연해서 그냥 면발 먹듯이 장어를 후루룩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대망의 양저우 볶음밥. 이 볶음밥의 가격은 98위안 한국 돈으로 16000원 상당이다. 한국에서도 볶음밥이 16000원이면 엄청 비싼 가격이다. 그럼 중국에서는 어떻겠나? 말 그대로 주식 가격이 2000~3000원 중국에서는 엄청난 가격이다. 그래서 얼른 한술을 떴는데. 크흠. 맛이 없다. 일단 잘 못 볶았다. 너무 실망해서 숟가락을 내려놓아야 할 정도였다. 나뿐 아니라 동석한 지인들도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하지만 먹사형과 내가 누군가 우리는 아직 124위안(20000원 상당)짜리 양저우 볶음밥을 파는 흑진주 식당을 한 곳 더 알고 있다. 다음에는 그곳에 가서 진짜 양저우 볶음밥이 어떤 맛인지 맛볼 예정이다.
그리고 오늘의 반주는 엄청난 술을 마셨다. 동석한 지인 중 한 분이 가져온 술인데 나도 여태껏 한 번도 마셔 본 적 없는 술이었다.
이 술은 전에도 한번 고급 훠궈집인 레드볼에 갈 때 소개한 적 있는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인 양허다취(洋河大曲) 중 가장 급이 높은 멍즈란이다. 그런데 멍즈란 중에서도 M3, 6, 9로 양주 라벨 나누듯 또 등급이 나뉘는 데 이날 마신 술은 바로 가장 높은 단계인 M9이다.
건륭황제가 짱수 성에서 나는 이 술을 극찬했다고 했는데 아마도 황제가 극찬했을 정도면 M9정도는 되야 할 것 같았다. 농향형 바이주인데 목 넘김이 거치는 것이 없고, 한없이 부드럽고, 뒤끝이 없이 깨끗했다. 지금껏 내가 먹어 본 술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다.
물론 가격도 엄청나니 이런 술을 눈에 보이거든 무조건 마시는 것이 좋다.
이날 술은 두 병이었는데 나머지 한병은 역시 명주인 펀주(汾酒)였다. 펀지우는 산시(山西) 성을 대표하는 술로, 청향형 바이주의 대표 술이다.
바이주는 장향, 농향, 청향 등 3종류로 나뉘는데 각각 종류를 대표하는 술을 꼽자면, 간장향 같이 향긋한 냄새가 밴 장향형은 마오타이주, 진하면서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인 농향형은 양허다취나 우량애, 그리고 마지막 우리나라 소주 느낌으로 청아하고 톡 쏘는 느낌의 청향형은 바로 펀주가 가장 고급술이다.
펀주는 4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술로서 중국 술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삼국지 시대인 1500년 전 위진남북조 시대에는 펀주는 궁중 어주로 사용됐다.
요즘 두 번 연달아 저장과 장쑤 요리인 강남 요리집을 가봤다. 두 군데 모두 훌륭하고 맛이 좋은 집이었다. 다만, 가격 부담이 있어 이런 곳은 한국에서 손님이 올 때나 와야 할 것 같다.
그러니 이 요리가 먹고 싶다면, 지금 빨리 베이징행 비행기 티켓을 끊으면 된다. 나는 언제든 환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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