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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08. 2018

<취재현장> T3 VIP실 앞

#취재현장 #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는 툰드라 지역이 있다'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정말 정말 추운 곳이 서우두 공한에 있다는 뜻이다.

    장난이 아니라 정말 손발이 꽁꽁 얼고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춥다.
     이렇게 내가 서 있는 땅을 크게 퍼다가 시베리아 한복판에 놓은 것 같은 장소는 바로 T3 VIP실 앞 통로.
     이곳이 추운 이유는 여러 가지 인데 그중 가장 큰 원인은 바람이 잘 통하는 '바람통로'라는 점이다.
     실제 T3 VIP실 앞은 왕복 6차선이나 되는 도로가 있고, 바로 위에 고가가 지나가 그야 말로 바람의 광시곡이 매일매일 불어 닥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시리아에서 돌아왔던 그제(6일) 같이 영하 8도를 기록할 경우는 배터리가 제대로 작동 안 돼 아이폰이 꺼지고, 사진을 찍어도 손이 굳어서 키보드를 두드릴 수 없어 송고를 못할 정도다.
    그제는 칼바람을 맞으며 공항에 4시간을 서 있었다. 나중에 리용호 외무상 사진을 찍고 바로 송고하려고 자판을 치는데 장말로 손이 오그라들어 봉황TV 기자하고 한참을 손을 맞잡고 비벼야 했다.
    남자끼리 뭐가 좋아 비비겠는가 서로 먹고 살라고 그러는 거다. 그러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웃음이 터져 나와버렸다. 꼴이 웃기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그랬다.
     이곳에 취재를 오는 경우는 보통 북한 인사들이 해외 순방을 가거나 갔다가 돌아올 때다. 북한에는 해외 항공 노선이 극히 제한적으로만 운항된다. 현재 중국(베이징, 상하이, 선양)과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만 해외 정기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또 한가지 경우는 중국 국적항공사인 에어차이나가 주 2회 베이징-평양 노선을 운항하기 때문이다. 보통 특정 국가의 인사들은 자신들의 국적기를 이용한다.
     북한 같은 경우야 외화 유출을 막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국가들도 될 수 있으면 자국 항공사를 이용한다. 그래서 중국 인사가 평양에 가거나 하면 T3 VIP실을 통해서 나간다.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중국 인사는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특별사무대표다. 북한 인사들도 급하면 에어차이나를 타고 평양에 가기도 한다.
    아. 그리고 여기에는 가끔 소녀 떼가 출몰한다. 아마 연예인을 보기 위해서 오는 것 같은데 촬영장비가 우리 사진 장비 뺨칠 정도로 전문적이다.
     가끔 소녀떼들은 카메라 장비를 들고 서 있는 취재진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지난번에는 리용호 외무상을 기다리는데 한무리의 소녀들이 내게 다가왔다.
    너무 피곤해 마음 속으로 '말 걸지마라 말 걸지마라' 하면서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는데 한참을 망서리더니 말을 걸었다.

소녀떼 : 저기 ㅇㅇㅇ(누군지 모름) 오빠 오늘 오나요?
나 : 예? 누구요?
소녀떼 : ㅇㅇㅇ 오빠요.
나 : 아... 리용호 오빠요?(아무말)
소녀떼 : (리용호가 뭔가 눈을 굴리며) 아니 ㅇㅇㅇ 오빠요.
나 : 저는 북한 오빠랑 쿵쉬안유 오빠 기다리는데요.
소녀떼 : (혐오의 눈빛을 보내며 총총총 저 앞 쇠창살로 사라졌다.)

    그래도 이런 툰드라 같은 곳에서 저런 소녀떼라도 없으면 지루한 기다림이 더 힘이 들텐데 가끔 발랄한 소녀떼를 보면 귀엽기도 하고 추운데 지극 정성이다 싶기도 해 미소가 지어진다.
    애들아 나중에 커서 너네 오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할 거 같지? 아냐. 현실은 다 나같은 사람이랑 결혼해.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하렴.
#취재현장 #T3VIP #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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