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09. 2018

책상정리? 나만의 꿀팁을 소개합니다

#단상 #에세이 #책상정리꿀팁

<나를 이용한 나만의 정리법에 대한 단상>

    나는 정리를 무척 잘하는 편이다.

    물론 남들이 보면 저게 정리를 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난삽하지만, 진짜 정리를 잘한다.

    그래서 깔끔한 주변 정돈을 기대하고 내 책상을 본다면 약간을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물건은 거의 잃어버리는 법이 없다.

    정리를 잘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해 줄 것은 딱 하나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마법의 주문을 잘 외우고 있으면 웬만해서는 물건을 놓아둔 곳을 까먹어도 무조건 찾을 수 있다.

    '그게 무슨 멍소린가?' 하는 말이 벌써 귀에 들리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정말 저 마법의 주문을 무지하게 효과가 좋다.

    예를 들면 나는 한국 신용카드는 여행용 캐리어 안쪽 주머니에 놓는다. 카드는 한 곳에 딱 모아서 정리해 둘 수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한 곳에 딱 모아 둔 다음 어디에 뒀는지를 기억을 못하니 한국카드, 중국카드를 각각 위치에 놓는다.

    그래서 한국 신용카드는 캐리어에 넣어 두는 것이다. 그 사고 과정을 들여다 보면,

    '내가 한국에 갈 때 한국 신용카드가 필요하다→한국 갈 때는 캐리어를 가져간다→신용카드를 캐리어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을 수 없다→캐리어 안쪽 망사 주머니에 넣는다'

    이런 게 효과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매우 효과가 있다'고 답하겠다.

    한국 신용카드 사례로 부족한 거 같으니 하나 더 설명하자면, 한국에 들어갈 때는 유심칩을 반드시 갈아 끼워야 하는 데 이때 필요한 것이 아이폰 유심칩 저장 공간을 여는 '無날개' 선풍기를 닮은 클립이다. 하지만 매우 작은 크기인 이 클립은 언제나 필요할 때는 없고, 필요 없을 때는 방구석을 굴러다닌다.

    그래서 나는 요 클립을 항상 신용카드를 넣어두는 캐리어 망사 주머니에 함께 넣어 둔다. 왜냐면 한국 갈 때 필요하고, 내가 반드시 꺼내야 하는 신용카드를 챙길 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거다.

    '아니. 그 많은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어떻게 기억하나?'

    이 많은 것을 기억할 만큼 나는 암기력이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슨 수첩 같은 데에 적어두는 성격도 못 된다.

    그럼 어떻게 그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앞서 말한 대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곱씹으면서 물건을 찾는다.

    마치 처음 그 물건을 받아든 것처럼 상상하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골똘히 생각하면 대충 감이 온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허섭한 방법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확률이 90%가 넘는다.

    이 방법이 통하려면 일단 A라는 어떤 상황 또는 조건이 주어지면, 거의 변함없이 B라는 일을 하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신용카드를 예로 든 것처럼 나는 여행 갈 때 꼭 큼지막하고 먹색인 내 여행용 캐리어를 가져간다.

    일단 한국에서 사 들고 와야 하는 물건들도 많고, 지인들에게 부탁받은 물건들을 싸서 가야 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한국행이 결정되면 나는 반드시 작은 방 장롱 위에 놓아둔 여행용 캐리어를 열어 보는 습관이 있다.

    그러니까 한국행이라는 A가 결정되면, 여행용 캐리어 뒤지기라는 B라는 행동을 하는 셈이다.

    이런 정리 비법은 책상을 정리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일단 내 책상을 보면 일반사람들은 도대체 저런 상태에서 물건을 어떻게 찾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잠시 내 책상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내가 앉은 자리 앞에 바로 노트북을 두고, 이 노트북에 연결해 쓰는 듀얼 모니터가 앞쪽에 있다. 내가 앉았을 때 왼편에는 요새 보는 책이 쌓여 있고 노트북을 중심으로 내가 필요한 물건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또 예를 들어 보겠다. 나는 맞춤법을 자주 틀리기 때문에 책상 왼쪽 모서리 독서대에 외래어 표기표를 둔다. 왜냐하면, 뭔가 맞춤법을 모를 때는 나는 꼭 독서대에 쌓인 A4용지 더미를 뒤적거리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바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회사 총무 업무도 담당하고 있는데 회사 관련 중요 서류는 서류가 생길 때마다 책상 왼쪽 아래 있는 3단 서랍장에 중요도에 따라 1, 2, 3층에 나눠 넣어 둔다. 서랍 안은 영수증, 진단서, 증빙 서류로 난장판이지만, 다 중요도에 따라 나누어져 있다. 3층은 회식 영수증, 2층은 개인 서류, 3층은 아주 중요한 서류를 넣어 둔다.

    하나 사례를 들면 얼마 전 영혜 고용 계약을 갱신할 때 현지 직원 고용 관련 서류가 필요했고, 나는 서랍 1층에서 그 서류를 찾았다. 1층은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서류를 넣어 두기 때문에 고민할 것도 없이 영혜 서류는 1층에 있는 것이다.

    이런 정리법을 가동하려면 또 한 가지 필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자신에 대해서 매우 잘 알아야 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으면 아무리 물건을 찾으려 해봐야 소용이 없다.

    아니, 세상에 자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자신에 대해 과대 또는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너는 자신을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 고 반문을 할 수 있는 데 나도 나 자신을 잘 안다고 확신하진 못한다.

    다만, 나는 자주, 보통 하루에 한 번쯤은 '복기'라는 것을 한다.

    아니, 무슨 또 미생 따라 하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이다.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고, 기자 일을 하면서 그런 버릇이 생겼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낙종도 하고, 또 겨우겨우 땜방 정도나 하는 평타 기사를 쓰기도 하고, 아주 일이 잘 풀려 특종을 하기도 한다.

    이때마다 취재 과정을 복기하는 시간을 자신도 모르게 갖게 되는데 이런 복기를 하다 보면 내가 무슨 실수를 하는지, 어떤 경향인지,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고, 내가 알고 있었지만 과대 또는 과소평가하던 점도 알아챌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내가 잘하는 것 중에는 '스킨십'이 있다. 뭐 미투 당할 일을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나도 잘 몰랐었는데 나이 든 아재 취재원의 팔짱을 낀다거나 악수를 하고 손을 길게 잡고 이야기한다거나 요런 행동을 잘한다. 아무래도 막내로 자란 탓이 좀 큰데 의외로 꽤 높은 직위의 사람들한테도 이런 행동을 잘한다.

    반대로 전화통화를 할 때 반말을 섞어서 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기자 일을 하고 나서 그런 게 아니라 아마도 권위 의식이 '0'인 아빠 밑에서 자라다 보니까 자연히 생긴 버릇 같다. 이런 단점은 사건기자를 할 때 한 사건의 담당자와 한 전화통화 녹음을 다시 들으면서 알게 됐다. 그 뒤로 엄청 신경을 쓰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뭐 꼭 기자 일만 그런 것은 아닐 거다. 공부를 하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든, 일을 하든 뭔가 잘못했거나 잘한 일이 있으면 꼭 복기하면서 자신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예습은 안 해도 복습을 꼭 해야 공부를 잘하는 법 아니겠나. 인생공부도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하자. 나를 제대로 알아야만 인생이 정리가 좀 될 거다. 물론 어떤 정해진 틀에서 할 필요는 없고,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방법대로 잘 정돈해 놓으면 된다.

    내가 무슨 책상 정리하기 싫어 길게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의심받기 전에 이 이야기를 끝내야겠다. 내가 아는 나라면 몇 줄만 더 넘어가면 진실을 말할 테니까.

#단상 #나의정리법 #책상좀치웠!

++돼지터리언 베이징 방랑기 구독해주세요.

https://brunch.co.kr/@kjbsem

베이징 맛집 유랑기 <맛객>

에세이 시리즈 <단상>

생생한 베이징 특파원 취재현장 <취재현장>

동물이야기 <초보 댕댕이시터의 보모일기>

지금 들러보세욧.

작가의 이전글 <취재현장> T3 VIP실 앞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