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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20. 2018

사교파티란 무엇인가? 내가 직접 가봤다

#단상 #에세이 #사교파티

<사교파티에서 아재가 된 나에 대한 단상>

    난생처음 사교파티에 가봤다.

    일단 첫 느낌은 굉장히 이질적이고 혼란스러웠다. 

    대사관이나 중국 정부 주최 파티는 많이 가봤지만, 거긴 뭐 일하러 가는 것도 있고, 재미도 드럽게 없고 그렇다. 그런 파티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최대한 영화처럼 꾸미려고 했는데 할리우드의 자본력과 중국에서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싱글의 자금 동원력은 차이가 있다.

    그래도 제법 그럴싸하게 영화 '프롬'(졸업파티)에서 보면 나오는 졸업파티 수준은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장식이나 진행 순서, 그리고 참석자 간 사교 수준이 말이다.(왜 뭐 그런 거 있잖아 응? 보헤미안랩소디서 막 가죽 바지 입고 응? 아이즈 와이드 셧. 응? 그런 것은 없다)

    내가 가장 놀란 것은 캐이터링인데 일단 꽤 수준이 높다. 음식은 직접 하지 않고 별도로 주문했다. 

    이번에 파티가 열린 공간은 중국 예술구 '798'가 인기를 얻으며 바로 맞붙어 있는 단지에 생겨난 디자인구인데 가구 디자인 공방 같은 곳이 모여 있는 '751'다.

    캐이터링은 아마도 파티가 열린 카페의 잘 생긴 젊은 사장이 한 것 같았다. 음식 수준은 파티에서 제공된 샴페인, 레드 와인에 맞춘 것 같았고, 맥주 안주는 특별히 없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인적 교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단 부류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어제 구성원을 보면 크게 예술가 집단과 전문직 집단으로 나뉘었다.

    파티가 열린 카페 파티룸은 1960년대 기차를 개조해 만든 아주 매력적이면서 폐실 공포증을 불러일으키는 아담 아늑 답답한 곳이었다.

    예술가 집단은 열차 앞쪽에 대부분 모여 있었고, 스텐딩 파티를 하듯 서서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를 나눴다. 전문가 집단은 열차 뒷부분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가끔 자리를 찾아 '익스큐즈미', '不好意思'라는 말을 건네는 사람들과 명함을 교환하며 교류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 집단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없었는데 이유는 일단 복장이 너무 달랐다. 전문가 집단은 평소 입던 정장을 벗어 던지고 나름 날라리처럼 입었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크게 쳐주면 '댄디'한 모양새였고, 예술가 집단은 '천하제일 트로트 대회'에 나갈 각오로 화려한 옷을 입었다. 여성분들은 등짝이 파이거나 앞쪽 목라인 아래로 깊숙하게 파인 이브닝드레스를 입었다.

    그리고 외국인도 꽤 있었는데 개인치고는 주최자의 평소 대인 교류 폭이 꽤 넓었던 것 같다. 그중에 크로스 드레서도 있었는데 당당하게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멋있었다.

    파티가 진행될수록 복장으로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내 평소 지론은 개나 줘버린 지 오래고, 나는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을 콜드체인(신선식품) 물류센터의 자동로봇들처럼 옷 모양새에 따라 분류하고, 구분 짓기 바빴다. 이렇게 안 하면 대화 주제 잡기도 어렵고, 명함이 없는 사람에게 명함을 건네는 '실례'를 범하기도 쉬웠다.

    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음악은 요새 유행하는 '클럽 DJ 음악'이 계속 쉼 없이 나왔다. 이 부분이 좀 아쉬웠는데 '퍼지'가 없다 보니 좀 채 서로 대화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그 족보 없는 박자라니. 홀리 쉣. 유로인들의 저 근본 없는 32비트를 넘어서는 64비트 음악이란. ㅡㅡ. 차라리 국악 산조를 틀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트렌디한 음악이 좋더라도 노래 사이사이 8비트의 익숙한 댄스곡을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같은 세대가 아니어서 그런 것인가. 근데 다들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이던데 내가 너무 노땅같이 살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흥이 좀 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벤트는 나름 좋았던 것 같다. 

    나도 선물을 준비해 갔지만, 이번 파티는 주인공과 그의 몇몇 친구들이 합심해 주최한 것 같다. 아마도 기업이 아니다 보니 혼자 그 큰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고, 구석구석 챙기는 것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역시 회사 체육대회와 마찬가지로 선물 추첨이었다. 선물 추첨은 입장할 때 참석 사인을 하면 손에 채워주는 헝겊 팔지에 적힌 숫자를 선물을 협찬한 사람이 나와서 제비뽑기하는 방식이었다.

    선물 구성도 개인 파티치고는 꽤 훌륭했다. 사업하는 지인들이 자신의 제품을 기부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은데 선물의 종류보다 그냥 집중해서 이벤트를 하는 것이 좋았다.

    나는 '33' 삼땡을 잡았는데 족보 있는 패는 역시 기본은 했다. 이벤트 말미에 앰플형 스킨케어 제품을 받았다. 가장 탐이 났던 상품은 공진단이었는데 "와씨. 공진단도 있네"라고 외쳤다가 이거 준비해 온 의사 슨상님과 안면을 텄다.

    이 선생님은 미국에서 의학 학위를 마치고 동양의학을 배우기 위해 중국에 왔다고 했다. 현재는 병원 일을 하면서 베이징중의대에서 박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니 왜 중국에 와서 배우느냐고 물었더니 중국은 동서양 의학에 차별을 두지 않고, 협진을 많이 해 자기가 원하는 바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중국의 최초 노벨 생리의학상을 타신 투유유 선생님의 연구실 바로 옆 연구실에서 공부한다고 했다. 이 분 지도교수도 역시 중국 정부에서 최고 권위가 있는 의사에게 부여하는 국의대사(한국의 명의)인가 그런 훌륭하신 분이라고 한다. 

    아무튼, 투유유 선생님과 지도교수가 친하다고 해서 투유유 선생님 인터뷰를 부탁하고 왔는데 성사가 될지는 모르겠다.

    이번 파티의 전체적인 감상은 처음치고는 괜찮았다. 일단 과음하는 사람이 없고, 과하게 텐션이 높아진 사람도 없었다. 물론 내가 너무 일찍 나와서 소돔과 고모라 같은 광경을 못 봐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또 파티의 형태로만 본다면 기자가 파티 주최자라면 훨씬 더 매끄럽고 참석자 구성, 교류에도 더 강점이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기자가 오라고 하면 아무도 안 오겠지만ㅡㅡ.

    어쨌든 재밌는 경험이었는데 기회가 되면 다른 형태의 파티에도 가보고 싶다. 물론 대사관이나 중국 정부 주최 파티는 사양하겠다. 재미 너무 없엉????

#단상 #사교파티 #아재아재바라아재 #파뤼피플 

++사교파티 원래 저런 사진 같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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