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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Feb 11. 2019

<서평> 책물고기-왕웨이롄의 등장

#서평

표지도 귀여운 냥이가 나오는 책물고기

<서평> 책물고기(书鱼)- 왕웨이롄과 김택규샘의 합주

    '왕웨이롄'
    이란 이름은 잘 기억해 둬도 좋을 만한 작가다.
    중국에는 나와 같은 세대의 많은 콘텐츠 생산자가 있다. 주로 웹소설, 웹툰, 웹드라마 대본, 성장 소설에 '종사'하고 있다.
    아직 한류가 중국에서 먹히는 것은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과 이런 빈약한 문화 기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도 수많은 대학에서 문창과가 픽픽 쓰러져 가고, 저소득에 시달리던 작가 지망생이 죽어 나가는 데 중국이나 뭐가 다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창의성을 찍어 누르고 있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형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인구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끔가다 돌연변이가 나오고, 그 수는 한반도의 정상인들 수보다 많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왕웨이롄이란 작가는 이런 돌연변이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공산당이 아무리 감시의 눈을 부라리고 있어도 사각지대는 있는 법이고, 대륙 어디엔가는 오묘한 생각을 하는 이야기꾼들이 즐비할 테다.
    솔직히 중국과 같은 이런 사회 환경에서 저런 창의성과 깊은 사유와 재기발랄한 유형의 작가가 나오기란 매우 어렵다.
    왕웨이롄이란 작가를 잘 보여주는 이 중단편 소설집을 읽으면서 느낀 생각은 '시진핑 형님 감사합니다. 좀 더 대륙을 억압해 주세요. 굽신굽신'이었다.
    왜냐하면, 이런 작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현해 창작물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한류는 순식간에 역으로 한류(漢流)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한국이 앞으로 먹고살아야 할 품목으로 삼아야 할 것이 근미래에는 반도체와 고급 철강, 일부 가전이고, 먼 미래에는 콘텐츠와 문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다이나믹 코리아 아닌가. 그런데 제조업은 점점 중국의 그늘로 들어가고 있다.
    삼성과 스크 형제가 얼마나 버텨 줄지, 포슥호가 얼마나 힘을 쓸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남은 것은 문화인데 그나마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은 '이야기 능력'과 '음무가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다시피 BTS네 엑소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이 나오고 있고, 한국 드라마는 웰메이드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인 측면도 황하의 물결이 쌓은 두꺼운 퇴적층이 본격적으로 대륙의 맹아들을 발아시키기 전까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격차를 벌려야만 승산이 있다.
    다행히 현재 중국은 경제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미국과 패권 경쟁이라는 무모한 싸움에 뛰어들었으며, 장기집권에 눈이 먼 지도자가 있다.
    나는 중국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왕웨이롄 같은 작가의 등장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미래 먹거리를 앗아가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나도 여전히 근대 이후 정립된 '국가'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왕웨이롄이 표현한 언어의 참맛을 맛깔라게 살린 김택규 샘의 공력을 탐닉하는 데 있다. 번역이 짜증 나 외래 서적을 집어 던졌던 독자라면 참번역이 무엇인지 맛볼 수 있는 책이니 꼭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심지어 책의 가장 재미난 부분이 '옮긴이의 말'에 담겨 있다.
    첨부한 이미지는 왕웨이롄이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소개한 부분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왕웨이롄은 물리학을 전공한 이과굇수였다가 인류학을 전공했다가 중문과로 건너가서 박사를 하며 수사학의 매력을 탐닉하는 경지를 벗어나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형이하학적 콘텐츠로 녹여내 풀어내는 마성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정파와 사파가 한몸에 있는 사기 무협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다행인 것은 중국의 왕웨이롄은 아직 더 윗세대인 반도의 한강 작가님과 같은 거성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가는 것도 시간문제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서평 #책물고기 #김택규샘

++참고로 나는 이 책에 들은 5편의 소설 중 책물고기가 가장 좋았다. 카프카의 변신을 모티브로 한 것 같았는데 우리는 사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너무 칼로 무 자르듯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아주 재미난 단편 소설이었다. 마침 역자인 김택규 샘도 같은 감상을 적어두셔서 제자로서 아주 기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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