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Feb 15. 2019

베이징서 일식 선술집이 그리울 땐 'TAMARI-BA'

#맛객 #이자카야 #선술집

<맛객> 베이징서 일식 선술집이 그리울 땐 'TAMARI-BA'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끔 고독하게 일본식 선술집 바에 앉아서 하이볼 한잔을 홀짝거리고 싶은 때가 있지 않나.

    너무나 단출해 안주라고 부르기도 뭐한 그런 삶은 콩이나 마른 새우튀김 같은 것을 앞에 두고 혼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싶은 그런 날 말이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답게 모든 게 통제가 돼 있다.

    통신, 거주, 통행, 소비 등등 모든 게 감시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러더가 실존하는 것 같다고 보면 된다.

    이런 곳에서 스트레스가 가득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그냥 가족도 친구도 다 저만치 떼어 두고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은 순간이 온다.

    그럴 때 찾아갈 만한 선술집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한다.

    전에도 여러 차례 말했다시피 중국에서 한식과 일식의 위상은 매우 격차가 있다.

    한식은 중국에 뿌리내리는 데 실패했지만, 일식은 본연의 모습 그대로 현지화도 없이 중국 사회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 초밥집, 라멘집, 고급 일식집 등이 다양하게 쇼핑센터나 유명 미식 거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중 요새 인기를 끄는 곳은 선술집, 다른 말로 하면 이자카야.

    젊은 사람들이나 셀러리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퇴근하고 가볍게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기 좋은 것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하다.

    그러나 모든 이자카야가 맛이 좋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가 지금까지 중국에서 괜찮은 이자카야를 만난 것은 딱 세 군데뿐이었다.

    하나는 일본인 국제학교가 있는 리두에 있는 북해도라는 선술집과 또 하나는 같은 동네에 있는 호태랑이란 가게였다.

    북해도는 가격이 좀 센 만큼 웬만큼 수준 있는 안주가 나오고 고급 사케부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일본 맥주를 갖추고 있다.

    호태랑도 야채 튀김이 아주 맛있는 가게로 가게 안이 조금 혼란스럽기는 한데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하이볼이 너무 맛이 좋아 인기가 많았다. 

    아쉽게도 지금은 리두에 있던 가게가 한인 지역인 왕징으로 이전하면서 리모델링 중인지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 소개할 '타마리-바'(溜場)는 내가 가봤던 선술집 중에서는 가성비와 음식 맛을 포함해 단연 압도적 1위라고 할만한 곳이다.

    '아지트'라는 뜻의 일본어 이름을 가진 이 선술집은 나오는 모든 안주가 하이 퀄리티를 자랑한다.

    일본 음식에서 느껴지는 단짠의 향연이 적절히 조절되면서 안주를 많이 먹어도 일본 음식 특유의 그 느끼하고 질리는 느낌이 없다.

    물론 양이 조금 적은 편인데 그래도 간단하게 술을 마실 만큼은 나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한겨레 선배 환송회차 최근 젊은 기자들의 모임을 이곳에서 가졌다.

    제법 모임 성원 수가 돼서 많은 요리를 맛볼 수 있었는데 항상 하던 대로 맛있었던 순으로 소개해 보겠다.

    가장 맛있었던 것은 타코야키!!

    타코야키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명동의 길거리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그 타코야키가 일본에서 먹는 그 타코야키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먹은 타코야키는 일본에서 먹던 그 맛이 고대로 느껴졌다.

    식당 위치가 베이징 메리어트 호텔과 주중 한국대사관 근처 샤오윈루에 있는 데 여기서 일본인 마트까지 차로 한 5분 거리니 아마도 일본 식재료를 공수해다가 요리를 하는 것 같았다.

    타코야키가 아주 짜지도 않고 문어살의 질도 좋다. 그 특유의 단짠단짠 맛이 나면서도 평양 냉명의 완벽한 균형 잡힌 간처럼 그보다 농도는 물론 진하지만, 혀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다.

    특히 가츠오부시 양이 적절해서 먹으면서도 반죽과 문어살, 가츠오부시 삼박자가 딱 들어 맞는 것이 중국에서 먹은 타코야키 중에선 최고였다.

    다음은 새우깡. 새우깡은 일식당이 아니더라도 중국 식당 어디서나 요새는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대부분 가게는 말린 새우를 쓰는 데 새우 살이 거의 안 느껴질 정도로 말라 비틀어진 것을 많이들 사용한다는 것이 나는 불만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바삭한 식감에 더 무게를 두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 집은 아주 통통한 작은 새우를 사용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식감이 좋았다. 간 역시 과하게 짜지 않아 많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다음으로는 생선가스가 압권이었다.

    생선가스는 진짜 잘하는 집이 아니면 어려서 먹던 급식과 군대서 먹던 짬밥을 생각나게 하는 게 곤혹이다.

    그래서 나는 어디 가서 생선가스를 잘 시켜 먹지 않고, 예식장 같은 데나 가서 지나치다가 당기면 하나 정도 집어 오곤 한다.

    이 집 생선가스는 나의 이런 선입견을 완전히 뒤바꿔 놨다. 일단 소스가 어마무시하다. 생선살의 담백함을 튀김옷 때문에 다 해쳐버리는 일반적인 생선가스와 달리 이 집 소스는 튀김 옷의 느끼함을 소스가 싹 걷어 주면서 생선살의 담백함도 같이 느끼게 해준다. 사람이 많지 않았으면 내가 다 집어 먹고 싶었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다음은 소고기볶음 계란말이.

    계란은 엄청 맛있다. 소고기도 맛있다. 맛탱+맛탱은 항상 내가 말하지만 존맛탱이 된다. 거기다가 소고기볶음 양념이 진짜 계란과 잘아 울 리가 적절하게 단짠이다.

    계속 느꼈던 것이지만 이 집은 간이 예술이다. 음식을 자극적으로 해서 손님의 입맛을 대충 맞추려는 식당들과 달리 이 집은 음식마다 간의 정도로 적절히 조절할 줄 안다. 물론 내 기준에서 그러니 다른 사람이 먹으면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 안주의 중심을 꽉 잡아준 것은 감바스였다. 

    새우를 넣은 감바스가 아니라 오징어와 백합을 넣어 만든 감바스였는데 올리브유에 오징어와 조개가 들어가니 훨씬 깔끔한 맛이 났다. 곁들여 나오는 바게트를 찍어 먹으면 더 꿀맛인데 느끼한 맛보다는 그냥 물로 끓인 맑은 수프에 빵을 찍어 먹는 느낌이 났다.

    내가 생각할 때는 오징어를 빼고 새우를 넣으면 더 맛이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오징어는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이라 많이 먹기에는 좀 힘들었다.

    여기까지는 순위를 매기긴 했지만 사실상 거의 맛의 우위가 없을 정도로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금 아쉬웠던 소고기 후추 철판구이와 명란 구이, 그리고 타코와사비.

    소고기 후추 철판구이는 우리가 흔히 먹던 그 맛이다. 맛이 없어 아쉽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안주가 엄청 맛난 데 비해서 이 요리는 그냥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다른 가게보다 후추 양이 적은 것은 좋은 선택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맛이 특출난 것은 아니다.

    명란 구이는 이 집 셰프의 잘못은 아닌 거 같고 아마도 선도가 좀 떨어지는 것이 문제 아닐까 싶다. 명란이 곁이 잘 구워지긴 했는데 안에 냉기가 살짝 남아 있어서 조금 먹을 때 깔끔한 맛이 떨어진다. 나는 감바스랑 같이 나온 바게트에 넓게 펴 발라서 먹었는데 간이 좀 세서 잘 어울렸다.

     타코와사비는 베이징의 다른 선술집에 가서 내가 가장 자주시키는 안주지만 오늘은 가장 맛이 덜했다. 왜냐면 다른 안주가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이집은 아까도 말했지만, 재료의 선도가 좋은 편이라 다른 집의 타코와사비보다 문어의 맛이 너무 좋았다. 그럼에도 다른 요리에 비해서는 조금 평범한 느낌이 들었다.

    이 가게 주요 손님은 근처 외교공관 직원이나 일본 주재원들이었다.

    가게 인테리어도 대부분 일어로 된 판촉물과 일본 애니 피규어, 맥주 빨리 마시기 기록을 경신한 손님의 플라로이드 필름 사진 등으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좀 독특한 것이 일본 방송을 두 개의 모니터에 틀어 둔다.

    주로 일본인 손님이 80% 이상일 정도로 일본인에겐 향수를 자극하는 장소 같았다.

    가게 이름 그대로 일본인들에게는 아지트가 돼 주고, 우리 같이 외국인들에게는 일본 여행을 하며 먹었던 그 이자카야의 맛 난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 좋은 식당이었다.

#맛객 #이자카야inBeijing          

매거진의 이전글 전주의 손맛은 '저주받은 재능'이 되선 안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