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기할용기
<먼저 손을 놓는다는 것…포기할 용기에 대한 단상>
세상을 살다 보면 선택의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잘 감지하고 옳은 결정을 하면 삶이 조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렇지 않으면 조금 옆으로 삐져 나간다.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한발 잘못 내디디면 세상이 끝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삶이란 질긴 쇠심줄 같아서 그리 쉽사리 망하지도, 흥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방향 또한 여러 갈래여서 앞으로 나아간 거 같지만 후퇴할 수도 있고, 옆으로 샌 거 같지만 사실은 더 좋은 방향으로 진로를 튼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이를 직시하고 고민보다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내가 한 발 더 나아가 손을 내밀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손을 놓고 뒤돌아설 것인가. 말이다.
선택의 순간을 앞두면 두려움이 앞서지만, 한편으로는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는 것 자체가 한 계단 더 디딜 도움닫기 판에 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매우 고통스럽고, 고민이 되지만, 그런 순간은 나를 객관화하고 다시 측량해보는 좋은 기회가 된다.
도움닫기 판에서 슬며시 내려온다 해도 이미 저런 순간을 겪었다는 것은 나를 한 뼘 성장시킨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포기를 택했을 때는 조금 뒤처진 것 같아 밑도 끝도 없이 좌절하게 되지만,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나면 그 순간도 맥주에 고소한 땅콩을 집어먹으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일 뿐이다.
반대로 '그래. 한 번 더 힘을 내보자' 다짐하고 밀고 나갈 때는 뚝심 있는 내가 자랑스러워 보이지만, 후에 돌이켜 보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게 된 시발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둘 중에 뭐가 더 어려운가 생각해보면, 나는 전자를 꼽고 싶다.
미움받을 용기 못지않게 어려운 것이 포기할 용기다.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은 현금이네 부동산이네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자존감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포기라는 행위는 용기가 없으면 할 수가 없다.
많은 사람이 이 용기가 없어서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삶에서 뒷걸음질이란 경제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일정 정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고통을 감내하겠다고 포기를 택한 것은 박수받아 마땅할 일이다.
전에 길치를 주제로 쓴 글에서 언급했지만, 아니다 싶으면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아닌지 알면서도 멱살을 잡고 하드 캐리를 하려 든다면 그게 더 큰 고통을 수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아니. 해보면 될지 안 될지 어찌 알고 그걸 포기해!'라고 반박할 수 있지만, 나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이를 인정하고, 다른 대안을 찾을 용기가 아직 마음속에서 자라나지 않아 주춤거릴 뿐이다.
우물쭈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포기할 용기를 점차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을 힘든 상황 속에 던져 넣고 세탁기 돌리듯 탈탈탈 영혼까지 탈수를 하게 만들어 버리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나도 요즘 선택의 순간을 앞에 둔 것 같다.
이대로는 신체적으로나 멘털적으로나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것을 굉장히 노골적으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포기할 용기가 아직 생기지 않아 우물쭈물 대고 있다.
오늘 나와달리 한 친구가 멋진 결정을 했다.
그의 용기에 무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보다 훨씬 멋지고, 용기 있는 친구에게 그간 고생 많았다고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그 친구가 가는 길목마다 서서 지금처럼 계속 박수를 쳐주고 싶다.
포기할 용기는 아무나 갖는 게 아니니까. 이 친구가 무얼 하든 더 잘 해낼 것이라 나는 믿는다.
#단상 #포기할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