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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May 09. 2019

<명차열전> 이름만 5개? 우롱차계 절색 '동방미인'

#동방미인 #우롱차

<명차열전> 과일향 은은한 美우롱차 '동방미인'

    우롱차 중 가장 섬세하고 향이 은은하고, 단아한 느낌이 나는 우롱차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만의 명차 동방미인(東方美人·둥팡메이런)이 아닐까.

    동방미인은 백호우롱차(白毫乌龙茶)라고도 불린다. 

    백호(흰털 보송보송 새싹)와 우롱이라는 이름을 보면 알듯이 새싹을 따서 만드는 반발효차다. 새싹을 따서 만드는 만큼 매우 고오급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롱차 중에서는 발효도가 가장 커서 보통 발효도가 60%, 일부 차들은 75~85%에 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발효차 특유의 쿰쿰한 향이 나지 않으며, 떫거나 쓴맛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대만 신주(新竹)와 먀오리(苗栗) 일대에서 재배되며, 최근에는 타이베이 핑린(坪林)구와 스딩(石碇)구 일대에서도 재배된다.

베이징 차 박람회에서 구입한 동방미인

    동방미인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재미있는 사연을 가진 두 가지 이름인 동방미인과 펑펑차(膨风茶)에 대해 소개해 본다.  

    동방미인이라는 별칭은 이 차를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진상했을 때 빅토리아 여왕이 차를 마시고 그 향기로운 맛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때부터 동방 포르모사(대만의 옛 칭호)에서 온 향기로운 차라는 뜻에서 '동방미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이름은 차의 아름다운 향기와도 잘 어울려 현대에도 가장 대표적인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이름이 바로 펑펑차이다.

    펑펑은 한글로는 구분이 안 되지만, 중국어 발음으로는 'pengfeng'으로 f발음에 주의해서 발음해야 한다.

    펑펑은 대만 방언으로 '뻥을 치다'라는 뜻으로 대만이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만을 점령한 일본인들은 대만에서 나는 우롱차를 매우 좋아했는데 특히 웰빙라이프를 즐길 때 동방미인 같은 고급 우롱차를 마셨다.

     하루는 동방미인을 재배하는 한 농민이 차 농사를 망쳐 벌레가 심하게 먹었다. 손해가 막심해 실의에 빠진 농민은 도시로 가서 차를 직접 팔기로 했다. 그런데 뜻 밖에 도시 사람들이 벌레 먹은 차의 독특한 향을 좋아하고, 비싼 값에 사가는 것 아닌가. 이일을 마을에 돌아와 이야기하자 마을 사람들이 "야! 뻥치지마"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영국 홍차가 품귀현상이 일어나듯 당시 대만 동방미인도 굉장히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당시로 따지면 차 500g에 도정미 60㎏에 육박했다고 하니 요새로 치면 명품백 이상의 사치품이었다고 보면 된다.

    동방미인이 재배되는 환경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생산량도 많지 않고, 좋은 품질의 동방미인을 만나기도 그만큼 어렵다.

    양질의 동방미인이 나는 최적의 환경은 해발 300∼400m로 대만의 유명 명차산지인 동정우롱차나 아리산(阿里山) 고산차보다 해발고도가 낮은 곳에서 재배된다.

    동방미인의 효능은 이름처럼 주로 미모에 좋다. 노화방지, 미백, 다이어트 등이 주요 효능으로 알려졌으나 저 정도 효능을 보려면 종일 달고 다니면서 마셔야 하므로 차를 특정 효능을 위해 먹으려 한다면 그냥 포기하는 게 좋다.

    오늘 마신 동방미인은 차 슨생님이 베이징 차 박람회에서 구매해 주셨다. 가격은 50g에 3만 원으로 할인을 많이 받으셨다고 하니 일제시대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구하려면 상당히 비쌀 가능성이 크다.

     동방미인에 걸맞게 오늘 사용한 다구도 우리 집에서 가장 美를 뽐내는 것들로 준비했다.

     차맛은 우리기 전 찻잎에서도 강하게 과일 향이 날 정도로 향기로왔다.

     탕색도 우롱차의 노란빛이 영롱했고, 첫맛이 가벼운데 중반부터 바로 단맛이 치고 올라온 뒤 은은한 향이 끝까지 유지됐다.

    룬차(润茶·우롱차나 보이차를 마시기 전 찻잎을 물로 씻어내는 과정) 이후 마시는 첫물보다는 두 번째, 세 번째가 훨씬 향이 좋다. 우롱차답게 내포성도 좋아서 5∼6번까지는 계속 향이 유지된다.

    차가 아직 익숙지 않다면 과일 향 향긋한 동방미인으로 차에 입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명차열전 #동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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