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May 21. 2019

<명차열전> 홍차 탑티어 금빛눈썹의 '금준미'

#중국차 #홍차

<명차열전> 정산소종의 금빛 눈썹 '금준미'    

    홍차의 본고장은 바로 푸젠(福建)성 우이산(武夷山)이라고 이미 5만 번쯤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 보자.

    사실 중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차 산지가 있고, 우리가 모르는 좋은 차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많은 차를 알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상식적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차 산지 두 곳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 두 곳이 바로 보이차의 고장 윈난(雲南)과 대홍포가 나는 우이산이 자리한 푸젠이다.

    홍차하면 아름다운 찻잔에 또도록 고상하게 차를 따라 마시는 영국 황실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항상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홍차의 원산지는 중국이라는 것이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1840년 아편전쟁이 발발한 이유도 다 이 차 때문 아닌가.

    홍차가 귀하디 귀하기 때문에 중국의 홍차의 향을 모방해 비슷한 향의 '베르가못 오일'을 가향(加香)한 것이 얼 그레이 같은 영국 차다.

    오늘은 가향이 없이도 이런 영국 홍차와 같은 아니 더 훌륭한 맛을 내는 원조 홍차 '금준미'(金駿眉)를 마셔 봤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차와 인연이 있어야 그 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 민생은행현대미술관이 휴관하는 바람에 헛헛한 마음을 달랠 겸 지음의 사무실에 갔다가 떡하니 이 귀한 차를 얻었다. 그것도 작퉁 금준미들이 난무하는 중국에서 진퉁 오브 진퉁인 금준미를 말이다.

    이 금준미에서는 베르가못향과 비슷한 향이 난다고 하는 데 직접 마셔보니 얼 그레이와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첫 입에 매우 짙은 스모키향과 뒤이어 달큰하고, 귤처럼 향긋한 향이 났다.

    찻물은 향긋한 향기와 달리 묵직한 우이산차 본연의 맛이 났다. 보통 '암운'이라고도 하는데 대홍포를 비롯해 수선, 육계 등등 우이암차에서 나는 바위맛(?)을 말한다. 이게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차를 마시다보면 딱 알 수 있다.

    금준미의 뜻을 먼저 풀어보면, 금(金)은 금처럼 귀하다 해서 붙었고, 준(駿)은 험준한 산령에서 나는 이 차가 이른 시일 내에 널리 사랑을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마에서 중간자를 땄다. 미(眉)는 찻잎의 모양이 눈썹과 같다 해서 마지막 자로 쓰였다.

오늘 금준미를 우린 ZENS의 휴대용 다구.

    금준미는 이전에 포스팅했던 정산소종의 일종으로 정산소종의 24대 계승자인 장위안쉰(江元勋) 선생이 2005년에 만든 차이다.

    정산소종의 계승자답게 훌륭한 차를 만들어 냈는데 500g의 금준미를 만드는데 수만 번의 손이 갈 만큼 제다(製茶) 기술을 총집합한 차다.

    그러니 여타 정산소종과 비교했을 때 어떻겠나. 게다가 오늘 차를 선물해준 분은 고오급 취향을 가진 분이니 분명 이 금준미는 상급 금준미일 가능성이 크다.

우이산 전경

    금준미를 만드는 찻잎은 우이산 동목촌에 자란 고수(古樹)의 싹만을 이용하며, 이 차나무들은 해발 1200m 이상, 1년에 120일 이상 운무가 끼는 곳에서 자란 나무여야 한다.

    또 평균 기온이 11~18도 내외이어야 하고, 강수량도 2000㎜ 안팎, 평균 습도 80%의 엄격한 환경에서 자란 찻잎을 써야 한다.

    와인으로 따지면, 엄청나게 까다로운 떼루아 조건을 가진 셈이다.

    정산소종은 이전 포스팅에도 밝혔든 찻잎을 백송(흰 소나무)을 태워 열건조시키기 때문에 스모크향이 강한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시듯 강한 훈연향이 난다.

    특히 금준미는 정산소종 중에서도 탑티어기 때문에 그 향이 더욱 진하다. 물론 이런 향을 싫어할 경우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흔히들 정산소종을 담뱃재 향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정말 차를 우리다가 뚜껑을 열고 있으면 고급진 향이 방안에 가득 퍼진다.

    일단, 먹사형에게 먹여 봤는데 문외한인 먹사형도 좋은 차인지 알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좋은 차가 분명하다.

    오늘 손님이 돌아가 헛헛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는데 금준미를 마시는 행운을 얻으니 다시 마음이 훈훈한 온기가 돈다.

    

우리고 난 금준미 찻잎 모습. 담뱃재 같기도 하다.

#명차열전 #금준미


매거진의 이전글 <명차열전> 이름만 5개? 우롱차계 절색 '동방미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