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대로도 조타>

#에세이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지금 그대로도 조타>

최근 내 주변에 정말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내 일이 아니라 나 아는 사람의 친구 일이다.

무슨 일이냐면,

그 친구네 이모님이 계시는데 결혼도 안 하시고, 혼자 평생 사시다가 얼마 전 소천하셨다.

평소에 알기로 서울에 집도 좀 있고 재산도 좀 있는 편이셨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얼마 전 식구들을 모아 놓고 재산 정리 이야기를 꺼내시는데 재산이 거의 한국에서 손꼽히는 거부급으로 있었다고 한다.

가족들도 모두 놀랐다고 하니 평소 이런 이야기를 안 하셨던 모양이다.

재산 목록을 보니 부동산은 물론이요. 각 지방에 온갖 땅, 또 동서양을 넘나드는 예술품까지 엄청 수집하셨다고 한다.

진짜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오는 뻔한 벼락부자 스토리 아닌가.

역시는 역시라고, 영화 같은 현실은 영화 같이 흘러갔다.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재산 분할을 두고 나머지 자매 둘의 사이가 틀어진 거다.

일반인은 상상 못할 천문학적인 액수라 둘이 안 싸우고도 넉넉해 보이는데 참, 사람 욕심이란 게.

그래도 워낙 큰 재산이라 그 친구는 벼락부자가 됐다.

내 지인은 나와 워낙 친한 사이라 한국 갔을 때 같이 앉아서 이 이야기를 하는데 진짜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

이 행운의 주인공인 친구는 친하진 않지만, 전부터 지인 통해 이야기도 많이 들은 터라 내 주변에서 그런 일이 진짜 일어날 수도 있구나 생각하며 괜히 볼도 한번 꼬집어 보기도 했다.

듣고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픽션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엄청 그 친구를 부러워했다.

나도 당연히 '우와 우와 좋겠다'라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사실 그다지 부럽거나 하진 않았다.

아. 물론 그런 돈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굴러떨어지면 나도 매우 기쁘고, 좋을 거 같긴 하다.

엄빠 집도 사주고, 누나 차도 사주고, 주변 지인들도 좀 나눠 주고,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그리고 나 하고 싶은 공부도 좀 더 하고, 아니다 공부 뭐하러 하나 그냥 띵까띵까 한량 짓이나 하고 다니고 싶다.

아무튼, 지인 셋이 둘러앉아 무슨 월요일에 로또 하나 사서 당첨 희망 사항 늘어놓는 거마냥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그런데 사실 나는 지금 그대로도 좋다.

예전 생각하면 지금 이러고 사는 것도 참 기적 같은 일이기도 하고, 특히 현재 생활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일, 가족, 돈 등등 록수가 들으면 짜증 내겠지만, 그냥 이 정도면 된 거 같다.

내가 워낙 기준이 낮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진짜 지금보다 돈이 더 많아 봐야 어디에 쓸지도 모르고, 몸이 좀 편하겠지 하는 정도다.

오히려 지금 누리는 지극히 평범한 가운데 가끔 사치를 부리는 생활의 소중함을 빼앗기는 게 더 두렵다.

누가 그러던데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렵다고.

정말 지금 이대로가 좋다.

옛날처럼 돈 걱정 안 하고, 돈 꾸러 이리저리 다니지 않아도 되고, 가족들 아프면 병원비 어쩌나 전전긍긍 안 해도 되고, 내 깜냥 안에서 재주껏 남한테 베풀 수도 있는 지금 정도가 딱 좋다.

아침에 문득 좋은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무 불만도 없고 적당히 딱 좋은 지금을 기억하려고 몇 자 적어 봤다.

지금 그대로도 참 좋네.

#지금으로도좋다


keyword
이전 27화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인간관계의 불편함이야 있겠냐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