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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Sep 08. 2019

금수저 전성시대, 흙수저에게 출구는 없는가?

#시사


<시사진단> 금수저 전성시대, 흙수저에게 출구는 없는가?

    ++옛날에 대학 다닐 때 흙수저 넷이 모여 흙수저 탈출 방안을 모색했던 기억이 나 적어 봅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의 기자간담회와 청문회에서 불거진 금수저 논란 때문에 한국사회가 흙수저와 금수저 이야기로 들끓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나경원, 장제원, 김성태 의원 자녀들, 다시 소환된 정유라까지 온갖 금수저들의 특혜 의혹이 터져 나왔다.
    진보든 보수든 모두 한국사회의 시스템 문제를 지적할 정도로 계층 간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졌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흙수저 청년들은 좌절감에 빠져 '그래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아. 우리는 흙이나 퍼먹고 살아야지. 이 환멸 나는 세상 술이나 처먹자'를 외치고 있다.
    나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누구를 힐난하고 원망하기보다 우리 애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이대로라면 우리 애들도 흙수저로 살아갈 것이 뻔했다.
    그러다 문득 대학 때 흙수저 4명이 자취방에 모여 앉아 어떻게 해야 흙수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했던 날이 생각났다.
    우리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어찌어찌 인서울 대학에 들어왔던 흙수저로 그래 봐야 삼국지 게임에서 하후무 정도의 스텟을 갖고 있었다. 하후무로 평생을 살 수 없어 간손미(유비 책사인 간옹, 미축, 손건을 지칭하는 말로 애매한 능력치 캐릭터의 대명사)라도 돼 보자는 게 고민의 주제였다.
    당시 우리가 내린 결론은 '그래도 공부밖에 없다'였다. 그래 봐야 금수저는 못되고 흙수저를 겨우 면한 청동기수저가 되는 정도였다.
    나중에 우리 4명 중 3명은 기자가 됐고, 1명은 정체불명의 미디어 기업을 운영 중이다.

    각설하고 다이아수저부터 모래수저까지 곁에서 지켜본 기러기로서 환멸 나는 세상에서 흙수저를 탈출할 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일단 대학 때 도출한 '공부'라는 답안도 요즘엔 해답이 되기 어렵게 됐다.
    이제는 부모의 재력과 입시 정보가 정비례하는 시대다. 여기서부터 심각한 정보 불균형이 발생하니 흙수저가 공부로 청동기수저가 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흙수저 전형으로 어렵사리 대학에 들어온다 해도 취업까지 인턴이네 뭐네 넘어야 할 고비가 산더미다. 금수저라면 아빠 친구네 회사서 대충 하면 될 일이지만, 흙수저에겐 언감생심이다.
    요새 후배들에게 들어보니 예전만큼 대기업 공채도 없다고 한다. 많은 부서의 인력이 AI나 무인 시스템으로 대체됐고, 나머지 분야도 아웃소싱이 대세가 됐다.
    아웃소싱 업체에서도 피 튀는 경쟁 때문인지 신입보다 경력자 위주로 채용을 진행하니 취업의 관문은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공부가 더는 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내가 접한 금수저들은 운 좋게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신규 분양받아 부동산 로또를 맞는 정도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넘사벽 재력을 갖고 있다.
    그 자녀들도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개망나니 같을 것 같지만, 의외로 매너도 좋고, 성격도 좋고, 외모도 훌륭하고, 공부도 잘한다.
    예전엔 부모 믿고 개망나니처럼 사는 애들도 많더니 요새는 금수저 부모들이 부를 지키고, 흙수저로 떨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아이들을 교육한다.
    아무래도 IMF를 넘어오면서 추풍낙엽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경험한 학습효과가 있지 않나 싶다.
    이제는 진짜 흙수저가 파고 들 공간이 바늘 귀정도로 좁아진 거다.

    그래 어차피 삼국지에 나오는 간손미 브라더스도 되기 어려운 거 '모 아니면 도'라고 기왕이면 금수저에 도전이라도 해보는 게 낫겠다 싶은 게 내 결론이다.
    그래서 추려본 답은 이러하다.
    1. 인기 아이돌이나 잘 나가는 배우 되기.
    2. 돈으로 X 닦는 미국 힙합 스타 되기.
    3. 스타 유튜버 되기.
    4. 타고난 신체 재능으로 스포츠 스타 되기.
    5. 스타트업 대박 나서 대기업에 인수되기.
    6. 맛집 사장님 되기.
    7. 넷플릭스, HBO에서 제작하는 작품 작가 되기.
    8. 조성진처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되기.

    그나마 도전해 볼 만한 것이 이 정도다.
    대부분 선천적 재능이 필요하지만, 금수저들이 관심 두지 않는 분야 거나 관심 있어도 되기 어려운 분야들이다.
    오늘부터 내가 흙수저다 싶으면 자녀들이 저런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탐색해보자.
    호수야 단아 아빠가 낼 카세트 플레이어 사줄게 춤하고 노래부터 연습해보자. 그다음은 체육, 그 담은 연극, 그다음은 글짓기, 그다음은 피아노, 그다음은 스타트업 메카 판교로 가자.
    아빠가 흙수저라 미아네 ;ㅁ;
#흙수저탈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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