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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Oct 04. 2019

조국 이슈와 인간실격

#조국

++이 글은 누구의 편을 들려고 쓰는 글은 아님을 밝혀 둡니다.

조국 이슈와 인간실격

    일을 하다 보면, 특히 우리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런 사람 중에는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꽤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실격된 인간들이라고 부른다.
    대게 어떤 경우냐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직업, 직책에 파묻혀 본연의 인간성을 상실하는 경우다.
    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주화입마에 빠지는데 이들은 자신의 하는 일이 곧 자신을 구성한 모든 '자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같은 시기에 좀 예민하긴 하지만, 사회의 악을 찾아 기소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검찰을 예로 들어보자.
    그중 어떤 사람은 그 절대적 권력을 손에 쥐고 마구 휘두르거나 상대를 겁박하는 만행을 부리기도 한다.
    굳이 검찰의 예를 들었지만, 기업가나 의사, 경찰, 고위 공무원, 하다못해 기자들도 이런 경우가 파다하다.
    나는 이런 사람에게서 사회적 '공기'(公器)를 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양이 덜 된 사람에게 이런 공기를 준다는 것은 사이코패스에게 흉기를 쥐어주고 형법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 풀어놓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직업에나 수습 기간이란 것이 있지 않나. 처음에는 권력의 달콤함을 혀로만 할짝할짝 핥다가 어느 순간에 악마로 변하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들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누가 판단해 주느냐는 철학적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이게 말로 설명은 어려운데 내가 지금 언급하는 케이스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커먼센스' 즉, 상식의 차원에서 봐도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기자들도 기사를 함부로 싸지르는 경우가 있다. 남을 상하게 하는 기사를 말하는 거다.
    나는 이를 매우 경멸하는데 어느 정도 연차가 된 기자라면 자신의 기사 때문에 누군가 삶이 망가지거나 심하면 자살을 하는 일을 겪게 된다.
    그때 자신이 손에 쥔 도구가 잘못하면 흉기가 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다행이지만, 오호 이것 봐라. 하고 마구 휘두르면 악마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손에 쥔 흉기를 내보이고, 자신 앞에서 벌벌 떠는 먹잇감을 내려다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군대에서 처음 총을 만졌을 때의 그 차가운 느낌이 느껴진다. 여차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그 차가움 말이다.
    나는 이럴 때마다 '나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라는 생각의 회초리를 뒷목에 세게 내려친다.

    요즘 조국 장관을 둘러싸고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진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피로감에 관련 뉴스를 거의 안 보는 편인데 오늘 조국 장관의 가족 인터뷰 전문을 보게 됐다.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의 잘잘못은 차치해 두더라도 요즘 사태를 보면 사회적 공기가 어느 정도까지 사유화하고, 정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가를 절절히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회적 공기는 말 그대로 공기다.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때마침 최근 터진 몇몇 정치인 자녀들의 범죄에는 이 공기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한 상식과 비상식을 가르는 기준이다.
    그냥 정규 초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부분, 즉 상식이다.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의 죄가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재판을 통해 판단하면 된다. 다만, 정당한 절차와 사회적 상식선에서 균등한 정도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의 사태 속에서 나는 악마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각자 상식에 맞는 선에서 움직인다면 분노하는 이도, 실망하는 이도, 광장으로 뛰쳐나오는 이도 없을 것이다.
    오늘 아침 한 친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와 관련된 사람의 근황을 전해 듣고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신을 믿는 이유 중 하나는 이승에는 권선징악의 법칙이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인간의 좁은 시야로 선악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언젠가 악은 처벌받는다는 것을, 만약 내가 악하다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면 저 세상에서는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사회적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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