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당 레전드 찍었다 베이징 은반관
#맛객
평양냉면 다들 좋아하시죠? 평양냉면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오늘 멀리서 귀한 손님이 오셔서 베이징 최고 북한식당인 은반관에 제가 오늘 맘 한번 잡고 찢고 왔습니다.
현재 베이징의 북한식당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로 인해 올해 1월 9일(확인필요)까지 다 중국인 명의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었던 북한식당은 이제 주로 종업원 수입 정도를 버는 곳으로 전환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동업자가 뒤로 주겠지만)
이런 조치가 제 입장에서는 좋은게 난립한 북한식당의 수를 줄여 손맛이 좋아지고, 레시피가 정갈해졌거든요.
은반관은 북한대사관과 담 하나 사이를 두고 있는데요. 북한대사관 사람들이 자주 옵니다. 오늘도 북한 로동신문 특파원과 식당서 마주쳐 정겹게 인사를 나눴습니다.(철컹철컹 주의)
은반관 평냉은 평양식과 마찬가지로 다대기를 무지하게 얹어 줍니다.(니들의 기호 따윈 공화국은 신경쓰지 않갓어)
그래서 일단 덜어낸 다음에 육수 맛을 먼저 보는 것이 좋은데요. 육수는 서울식 평냉보다는 아~~~~~주 조금 간이 더 돼 있는 편입니다.
육수에서 MSG의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도 특징인데요. 면발은 보는 바와 같이 칡냉면처럼 생겼고, 생긴대로 쫄깃합니다. 저는 평냉은 좋아하지만 면스플레인 따윈 안 하니 뭐 특별히 상관 없습니다.(모든 음식을 사랑, 존중합니다. #CJ해물비빔면마저사랑함)
고명은 배, 계란, 소고기, 닭가슴살, 무초저림이 얹어져 있습니다. 한국 냉면집들보다는 고명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이 24위안(약 4천원)인 것을 고려하면 진짜 엄청 훌륭합니다. 일단 한국 유명 냉면집과 은반관 냉면은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데 아마도 평양 옥류관의 방식을 따른다니 여기 것은 평양식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뭐 어찌됐든 난 둘 다 좋아요~
오늘은 사이드로 통김치, 가자미식해, 녹두전, 꼬막초무침, 명태포조림을 시켜 봤습니다.
멀리서 오신 귀인께서 식당을 찢겠다는 저의 의지를 잘 이해해 주셔서 가능한 주문이니 평소에는 저 중 한두 개만 시키면 됩니다.
통김치는 어떻게 숙성시키는지 모르겠으나 매우 아삭아삭합니다. 북방식으로 간도 약하고 공깃밥 두 그릇 거뜬각입니다.
가자미식해는 다른 북한식당에선 조미료 맛이 많이 나는 편인데 여기는 하나도 나지 않네요. 가자미 뼈가 적당한 정도로 삭아서 꼬독꼬독 씹히고, 삭은 정도는 어르신들도 잘 드실 수 있는 정도로 연합니다.
녹두전은 북한식은 얇은 돼지고기를 가운데 넣어 부치는데 돼지비계가 비리지도 않고 고소한 맛을 더해줘 냉면과 환상의 콜라보를 이룹니다.
꼬막초무침은 상상하는 그 맛인데 요건 순천에서 먹었던 참꼬막보단 맛이 덜한편입니다.(역시 꼬막하면 순천이네요)
아마도 꼬막이 공수가 어려운지 냉동꼬막을 써서 약간 에러였는데 썩어도 준치라고 북한산 해산물의 명성대로 살은 탱글탱글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슴슴한 차림에 간이 강한 음식이 하나 있어서 밸런스를 잘 맞춰 주는 역할을 해줬습니다.
마지막 요리는 명태포조림인데요. 이게 북한 음식인 것은 또 처음 알았네요.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 맛이 맞긴한데 사실 그거보다 좀 더 맛납니다. 왜냐면 여긴 북한산 북어를 쓰거든요. 북한산 북어는 알리바바 타오바오몰에서도 파는데요. 맥주 안주로 기가 막힙니다. 가맥의 고장 전주에서 온 제가 보장합니다. 암요. 암요.
메뉴판을 엄청 찍어 왔는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겨운 북한말이 많이 쓰여 있습니다. 냉면종류도 비빔랭면도 있고, 회랭면도 있고, 쟁반랭면도 있어요. 냉면 마니아시라면 한번쯤 와보셔도 될 맛입니다.
뒤로 가보면 단고기도 있는데 단고기는 북한말로 개고기입니다. 저는 댕댕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패스하겠습니다. 좋아하시는 분은 드셔 보셔도 좋습니다.
아 이렇게 배 터지게 먹고 방초지로 이동해 이치도 롤케이크와 커피를 디저트로 먹었습니다. 방초지에 있으니 뭐 맛은 당연히 좋습니다. 그 일본에 있는 이치도 롤케이크 맞습니다. 롤케이크를 얼마나 사랑하면 제 얼굴이 크림부분에 테그가 되네요.
#맛객 #은반관 #부칸식당 #평양랭면 #냉면마니아는꼭와얄각
++평냉 맛나게 먹는 법(절대적인 건 아니고 제가 먹는 법 소개입니다.)
1. 일단 냉면이 나오면 흐트리지 말고 육수를 떠 먹는다.
2. 고명에서 다대기를 걷어 내고 순수한 냉면 육수와 면발 맛을 본다.
3. 절반 정도 먹으면 면 위에 겨자를 뿌려서 쌉쏘름 한 맛을 느끼며 먹는다.
4. 1/4 정도 남으면 식초를 육수에 풀어서 먹는다.
5. 국물과 바닥에 가라앉은 면발은 다대기를 마저 풀어 자극적으로 먹는다.
6. 국물 드링킹하고 완냉 인증한다.
이렇게 먹으면 완냉 한번에 4가지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아 그리거 여기 종업원 분들 아주 친절하고 저 같은 아재에게도 잘해줍니다. 외회벌이 일꾼으로서 손색이 없는 분들. (남남북녀실사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