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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1. 2019

남편의 비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재편집해 묶은 글입니다.


<남편의 비밀>


1. 주말출근

거 왜 가끔 남편들 주말에 근무하는 날 있잖습니까?

한 오후 5~6시나 퇴근해서 "아. 진짜 피곤하다", "옛날에는 주 6일 어떻게 했는지 몰라", "아. 좀 누워야지 도저히 안 되겠다" 하면서 앓는 소리 하고 그러죠.

그렇다고 주말 내내 애들 보느라 힘들어서 애들 목욕 좀 시키라고 하면 갑자기 "나는 놀다 온 줄 알아!!!"하고 열폭하는 남편들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놀다 온 겁니다.

원래 주말 근무가 있는 회사나 3교대 같은 형태의 근무하는 곳 아니면 주말 근무 여유로웁니다.

대표 당직 형식이 대부분이어서 그냥 사무실 나가서 비상상황 있나 없나 보는 게 다예요. 인터넷 서핑하거나 SNS 하거나 친구들이랑 시시덕거리거나 좀 널널한 직장이면 영화 보고 미드 보고 그러다 옵니다.

남편이 강하게 항의하거나 그러면 주말 당직 업무 매뉴얼 뽑아오라고 하시면 바로 꼬리 내립니다.

그러니까 집에 오면 바통 터치하고 편히 부려 먹으시면 됩니다.


2. 전화통화

거 왜 가끔 뭐 궁금한 거 있어서 근무시간에 남편한테 전화할 때 있잖습니까?

그때 아예 안 받으면 모르는 데 굉장히 빨리 받은 다음에

"어. 지금 회의야. 이따 할게", "어. 지금 외근이야. 이따 할게", "어. 지금 급한 일 있어서. 이따 할게"이러는 경우 있잖아요.

이런 경우 십중팔구 핸드폰으로 페북이나 유튜브 보다가 실수로 눌러진 겁니다.

다시 걸면 거의 높은 확률로 "아. 무슨 일인데?(약간 짜증)"하면서 받으니 계속 거세요.

어떤 때는 막 불같이 짜증 낼 때 있죠??

그건 핸드폰 게임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전화 와서 다 망쳤을 때니까 급한 일 아니면 그냥 집에 오면 물어보세요.


3. 회식

거 왜 연말 되면 남편들 막 회식이 줄줄이 있고 그렇잖습니까??

보통 한 오후 4시쯤 전화해서 대뜸 막 이러죠?

"아 그 왜 재수 없는 팀장 알지? 연말 팀 회식 하자네. 미안", "아 그 대머리 부장 알지? 얼마 전 집들이 한 사람? 연말 부 회식하자네. 미안", "그 왜 임원 달라고 난리 피우는 본부장 알지? 팀 성과 좋다고 연말 회식 하 자네. 미안"

이런 경우 십중팔구 구라입니다.

어떻게 구라를 칠까 해서 고민하고 고민하고 하다 보면 퇴근시간 다 돼 가고 그러다 보면 다급해서 4시쯤 전화하는 거죠.

요새 52시간제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다 뭐다 해서 연말 회식 진짜 안 하고 한다 해도 팀, 부, 본부 통합 한 번이나 할까? 조직문화가 그리 바뀌었어요.

그럼 어디 가느냐... 보통 절친이랑 만나 신나게 자기들끼리 송년회 하는 겁니다.

그럴 때는 다시 전화해서 애기가 아프다고 하세요. 그럼 양심에 찔려서 "알았어 부장님한테 말해 볼게"하고 일찍 옵니다.

그래도 연말이니 한두 번 봐줬는데 또 그러잖아요? 그럼 남편 절친 중에 꽉 잡혀 사는 사람 와이프한테 연락해봐서 뭐 상갓집 갔다 그럼 100%니까. 문자로 '그만 놀고 들어와라' 하면 바로 옵니다.

그리고 가끔 저한테 우리 애아빠는 거짓말 안 해요. 차라리 갔다 온다고 당당하게 말하지.라는 분 있는데 이런 남편은 (당당하게 말하기+거짓말) 만큼 '회식' 약속 나가는 겁니다.


4. 대휴

거 왜 남편들 가끔 집에 왔는데 실실 웃고, 누구랑 카톡 하면서 괜히 신나 있는 때 있잖습니까?

그러면서 "아. 요새 진짜 스트레스가 많은지 뒷목이 뻐근하네", "아. 요새 회사 가기 싫고 막 그렇다.", "요새 영화 뭐 재밌어?"라며 평소 안 하던 소리 하고, 갱년기 초기 조증 온 것처럼 들떠있는 때 있죠.

이거 십중팔구 다음날 대휴인데 말 안 하고 출근하는 척 딴 길로 새는 겁니다.

특히 그 전 주나 전전 주쯤에 주말 당직이나 공휴일 당직 걸렸던 적 있으면 이거 100%입니다.

요새 당직 수당 부담되고, 워라밸이다 뭐다 해서 회사에서 엄청 대휴 권장하거든요. 회사 조직문화가 싹 다 이렇게 바뀌었어요. 그래서 생각보다 대휴가 많습니다.

그럼 이런 날 어디 가느냐면 절친이랑 대휴 맞춰 내서 낚시 가기도 하고, 조조 영화 보는 사람도 있고, 근교로 먹방 여행 가기도 하고, 몰래 골프 가는 사람도 있고 그럽니다.

보통 이런 날은 저녁에 회식 있다고 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로 놉니다. 사람이란 본디 놀 때 확 놀고 싶거든요.

아내분들 보면 그 왜 육감이라고 오감만 있는 남편들이 없는 감각이 있잖아요. 몇 번 신경 써서 보면 딱 보입니다.

전날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다음날 괜히 점심시간쯤 남편한테 "회사 앞인데 점심이나 먹자"라고 해보세요. 그럼 바로 이실직고합니다.

그리고 가끔 우리 애 아빠는 일밖에 몰라요. 1년에 연차 한번 제대로 안 쓰고 일만 해요.라는 분 있는데 이런 남편들 짬짬이 연차, 대휴 잘 쓰고 있습니다. 보통 신입이나 대리급 아니면 15~20일 정도 연차 있으니까 오늘 한번 잘 세어 보세요.


5. 에필로그

거 뭐 남편의 비밀이다 뭐다 남의 가정 분란 일으킬 연재를 했습니다만, 본 취지는 그냥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하면서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웃으면서 읽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더 쓰려고 초벌 원고를 몇 개 써놨는데 그건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미리 써놓은 원고는 '수당편', '취미편', '비상금편'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 이거까지 쓰면 진짜 연쇄 가정파괴마가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귀 칠 때 떠나라는 옛 현인들의 말을 아로새기면서 연재를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요즘 남편들도 알고 보면 불쌍합니다. 직장에서 치이고, 가정에서도 구박댕이고, 뭐 그렇죠. 잘해주라는 말은 안 하겠지만, 그냥 불쌍하게 생각하고 가엽게 여겨 주십시오.

그리고 남편분들 막 댓글서 분기탱천하셨지만, 속으로 '아 다행이다'하신 거 다 압니다.

손자병법에 보면 이런 전략이 있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모두 숨기지 않고 적에게 슬쩍 일부만 보여줘 안심하게 하는 것이죠. 쿠쿠쿠쿠.

여러분~~ 진정한 비밀은 공개하지 않은 거 다~~~ 아시죠.

++그리고 이거 하나만은 기억해 주십시오. 저는 자살하지 않습니다. 읍읍읍.

++삭막한 이 세상에서 잠시 웃어 가는 글이 됐길 바라며 저는 이만 총총총


6. 에필로그 2 아내의 비밀-쇼핑

거 왜 퇴근하고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이 발에 채서 보면 번쩍번쩍 빛나는 아내 구두 같은 거 보여서 아무 생각 없이 "어. 구두 샀네. 예쁘다"하는 때 있잖습니까.

그러면 아내들 괜히 "아니. 오늘 회사 사람들이랑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백화점 갔는데 세일을 하더라고", "연말이라 그런가 블랙프라이데이랑 광군제 해서 보니까 엄청 싸더라고", "ㅇㅇ이 있잖아 지난주 홍콩 간다길래 물어보니 98% 세일하길래 샀어"라고 TMI 남발하잖아요.

이런 경우 십중팔구 가을이면 장롱에 트렌치코트, 겨울이면 캐시미어 코트 아님 구스다운 같은 거 더 있습니다.

평소 아내가 씀씀이가 크다고 생각되면 그 장롱 위나 구석에 넣어둔 여행 캐리어 있지요. 거기 열어 보면 가방 같은 거도 나옵니다.

우리는 진짜 사든 말든 전혀 상관없는 데 이런 날은 막 옆에 와서 "내가 뭐 평소에 내 물건 사냐. 애들 거나 사지", "내가 옷이 없다 없다 속옷도 기워 입는다", "모임 나갈 때 입을 옷이랑 들 가방이 없다", "말하는 데 표정이 왜 그래?" 이러고 시비 거는 아내들도 가끔 있습니다.

이 말이 다 맞긴 맞는 말인데 굳이 이야기하자면 아내들 대부분 어제 백화점 갔다 와도 오늘 물어보면 입고 나갈 옷 없다고 합니다.

애들 물건 많이 사는 것도 다 맞는데 애들 물건 쇼핑 200번 할 돈 한 번에 쓰시는 갓리적 합심이 들기도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아야 합니다.

속옷 기워 입는 것은... 제가 속옷을 본 적이 없어서. 크흠크흠.

쇼핑 자금 출처는 여러 군데인 거 같은 데 통장 관리 아내분이 하시면 알 방법이 거의 없고요. 애기 어린 집 같은 경우는 아이사랑 카드인가 국가에서 육아 수당이 꽤 들어오더라고요. 저도 얼만진 모르는데 그것도 쏠쏠한 거 같아요. 그리고 뭐 사실 하등동물인 남자가 아내의 자금 사정을 어떻게 아나요.

아. 그리고 가끔 우리 아내는 쇼핑 나가면 꼭 내 티셔츠나 넥타이, 가죽 장갑 같은 거 챙겨서 사다 준다는 남편분들 계시는 데요. 음... 그 물건값 곱하기 10배 많게는 50배 정도 아내가 뭐 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브랜드는 사은품으로 간단한 남성 의류나 소품, 화장품 같은 것도 주기도 하고, 아내들 너무 큰 거 사면 백화점에서 나올 때 1층 행사장 매대에서 남자 겨울 쎄무(스웨이드) 장갑 같은 거 양심상 하나 사서 들고 나옵니다.

++진짜 소재가 없어서 중단하는 겁니다. 어떠한 외압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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