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감정 #12

대화 중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던 날...

by 지은

어떤 말은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내 감정의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더라.


그날도 그랬어.

나름 진지한 얘기를 꺼낸 거였고,

내겐 중요한 맥락이 있었는데

상대방은 그냥

툭, 건성으로 반응하거나

다른 주제로 휙 넘어가버렸어.


“아, 그래? 근데 말이야…”

“그건 네 생각이고…”

“에이~ 그런 걸로 왜 그래.”


그 말투, 그 표정,

그 반응.


그 한순간에

내가 한 말의 무게가

갑자기 증발한 것처럼 느껴졌어.

내 얘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구나,

그런 기분이 확 밀려왔지.

그런 일 겪고 나면

돌아오는 길이 괜히 더 조용해.

방금 그 순간을 자꾸 곱씹게 돼.


“내가 너무 오버했나?”

“괜히 말 꺼냈나?”

“다른 말부터 했어야 했나?”

“내가 좀 유치했나?”


반복적으로 드는 생각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를 향해 있어.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고

민망하고,

왠지 모르게 작아지는 느낌.


그 사람은 벌써 잊었을지 몰라도

나는 하루 종일,

아니 며칠이고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


특히 그게 회사든, 친구든, 가족이든

“내가 믿고 말한 사람”일수록

그 무시는 더 깊게 박혀.


내가 말한 걸 흘려보내는 그 순간,

그건 단지 ‘말’이 아니라

‘나’ 전체가 가볍게 다뤄지는 느낌이니까.

이럴 때 내가 느끼는 건

“무시당했다”는 단어보다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더 가까워.


내 말이 귀찮은 소리처럼 들렸고,

내 감정은 과민한 반응처럼 취급됐고,

그 사람이 날

‘한 사람의 진지한 존재’로

대하지 않은 것 같아서

서운하고… 좀 외로웠어.


그러고 나면

자꾸 말하기가 겁이 나.

‘이 얘기를 해도 될까?’

‘또 그때처럼 무시당하면 어쩌지?’

‘그냥 아예 입 닫고 있는 게 낫지 않을까?’


나조차 나를 검열하게 돼.

생각은 많은데

입 밖으로 꺼내는 게 줄어드는 이유가

이런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오늘은 그냥,

그 감정을 숨기지 않으려고 해.


“그때 나 진짜 무시당한 기분이었어.”

“말할 때 너무 조심스러워지고, 겁이 났어.”


이걸 누군가에게 말하진 못하더라도

내가 나한테만큼은 솔직해지고 싶거든.


그리고 그런 날엔

뭘 거창하게 바꾸는 것보다

그저 내 안에 갇힌 긴장을

조금씩 풀어주는 게

가장 좋은 위로가 되더라.



마음이 찌그러진 날을 위한 스트레칭 루틴

"나의 존재, 가볍지 않아.”

몸으로 나에게 다시 말해주는 시간


1. 무릎 껴안고 누워 있기 (3분)

등 대고 누운 상태에서

두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안아줘.

이마를 무릎 가까이 가져가면

마치 나를 나 스스로 꼭 안아주는 느낌이 들어.


그 누구도 날 안아주지 않을 때

내가 나를 감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해져.


2. 척추 굴곡 스트레칭

(고양이-소 자세, 5회)

테이블 자세에서

숨 마시며 허리 내리고,

시선은 위로(소 자세).

숨 내쉬며 등을 동그랗게

말아올리기(고양이 자세).


하루 종일 움츠러 있던 등과 마음을

펼쳐내는 동작이야.

단순하지만 진짜 시원해.


3. 옆으로 기대며 풀어주기

(좌우 각 1분)

양반다리로 앉아서

한 손은 머리 위로 넘기고

몸통을 천천히 옆으로 기울여봐.


한 방향으로만 몰렸던 생각을

다른 쪽으로도 열어주는 기분으로.

생각이 좁아졌을 때

이 동작이 공간을 만들어줘.


4. 척추 트위스트 (좌우 각 2분)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세우고

한쪽으로 넘겨.

반대팔은 옆으로 뻗고,

시선도 그쪽으로.


내 안에 쌓인 감정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오늘 있었던 일,

하루 동안 쌓인 마음…

조금 흘려보내자.


5. 가슴 열기 자세 (3분)

무릎 꿇고 앉아

손을 등 뒤로 깍지 끼고

가슴을 앞쪽으로 쭉 열어봐.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어깨 힘도 툭 내려놔.


내가 작아졌던 그 순간을

다시 키워주는 자세야.

“괜찮아, 너의 말은 무게가 있었어.”

그렇게 내 안에서 되짚어주는 거지.



내 말이 사라졌다고 느껴졌던 그날,

나에게 해주는 말


사람들이 나의 말을 흘려들었을 때

나는 내 존재도 같이 흘러간 것 같은 기분이었어.


그게 지나치게 예민한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 말은 진심이었고

나는 그 순간,

진심으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던 거야.


그 연결이 끊긴 자리에서

남는 건 쓸쓸함이더라.


오늘은 그 마음을 가볍게 넘기지 말자.

무시당한 기분을

‘그 정도는 별일 아냐’라고 누르지 말고,

그만큼 상처받을 만큼

나는 진심이었던 거라고

내가 나에게 말해주자.

keyword
이전 11화오늘의 감정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