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작업은 아주 단순하고, 근본적이며, 엄숙한 일이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해서 고독한 글쓰기에 전염하기보다는, 친구와 멋진 식당에 앉아 인간의 인내심에 대해 토론하거나
글쓰기의 고통을 위로해줄 상대를 찾아가는 데 마음이 이끌리게 마련이다. 이렇게 우리는 지극히 단순한 임무를 스스로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위로해줄 상대. 이 말 앞에 섰다.
나의 마음도 늘 '위로해 줄 누군가'에 이끌린다.
그래서 놓지 못했던, 지금은 놓아버린 어느 모임을 생각한다.
금요일 저녁. 읽던 책을 끼고 지하철을 탄다. 두 번째, 네 번째 금요일 저녁 7시는 독서모임이 있는 날.
밀린 할 일과 두꺼운 분량을 핑계로 허겁지겁 책 장을 넘긴다.
읽을 목록에 있던 책이라 꾸역꾸역 마지막 시간까지 몇 장을 넘겼다. 정작 책을 향한 내 안의 감흥, 울림엔 귀 기울이지 못한 채 '읽어야 한다'는 목표만이 읽는 내내 나를 지배했다.
중요 챕터까지 대충 넘긴 후 지하철에 앉아 인터넷 리뷰, 줄거리들을 찾아보며 모임에서 나눌 대략적인 것들을 정리한다. 이럴 때 긴 이동거리는 제격. 충분히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다.
드디어 모임이 있는 카페에 도착.
얕은 수다로 모임의 온도를 서서히 데운다. 그럴듯한 취지로 모인 모임에서 나누는 수다는 사실 보통의 수다와는 다르다. 아니, 다를 바 없는 수다이지만 독서 모임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각자의 마음 안에 '별개의 기운'이 가득하다. 오고 가는 말에는 유익한 정보도 담겼다. 진심 어린 고백을 나눌 때면 모임의 점성은 점점 끈끈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질 가능성이 농후할지라도 그 시간만큼은 촘촘하다.
이렇게 가깝고도 먼 관계였던 얼마 전 독서모임을 정리했다.
마음 한편에 생성되는 알 수 없는 불편함 때문이다.
읽고 있지만 읽기만 하는 마음, 읽어야 하기에 읽는 마음, 고독을 피하고 싶은 마음.
결국 나에 대한 불편함이다. 뭔가를 의지하려는 마음은 모임의 본질을 흐렸다.
함께의 기쁨보다는 부담감과 불편함으로 마음은 복잡해졌다.
난 그렇게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잠시 불안했다. 그냥 실체 없는 불안.
홀로서기의 이유, 복잡했던 마음의 실체를 문장 안에서 찾은 후 안도감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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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간사해서 고독한 글쓰기에 전염하기보다는, 친구와 멋진 식당에 앉아 인간의 인내심에 대해 토론하거나 글쓰기의 고통을 위로해줄 상대를 찾아가는 데 마음이 이끌리게 마련이다. 이렇게 우리는 지극히 단순한 임무를 스스로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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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앞에서 우린 '위로의 상대'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복잡한 상황들을 애써 만든다.
위로의 상대를 바꿔보기로 한다. 나의 단순한 쓰는 임무를 위해.
'누군가'가 아닌 '그 무엇'으로.
손에 쥔 펜, 따뜻한 커피 한 잔, 물든 은행나무잎, 알싸한 겨울바람, 바스락거리는 발 밑의 낙엽, 책 속의 내 마음, 글 안의 나.
홀로 읽은 것들을 써본다.
단순하고, 근본적인, 엄숙한 기쁨이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