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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Oct 25. 2024

내가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일상에 명상 마흔 두 스푼

과거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고등학생 때를 돌이켜 보자면..


고등학생 때의 기억은 우측 손가락에 남아 있다.


늘 책상에 앉아 공부를 오랜 시간 하다 보면 우측 새끼손가락의 첫 번째 마디가 쓰라렸다


공부를 하다 보니 종이에 계속 그 부분이 쓸려서 반들반들해지다가 피가 나곤 했다.


얼마 뒤 그 피가 난 부분은 다시 단단해졌다. 그렇게 몇 번을 피가 나고 반들반들해지다가 단단해졌다.


우측 손날의 부분은 항상 거뭇했는데 글을 쓰다 보면 볼펜 똥들이 우측 손날 부분에 잘 묻었고 떨어지지가 않았다.


비누로 몇 번씩이고 문질러대야 연해지곤 했다.


고등학교 때의 기억은 잘 지워지지 않고 불편한 것으로 남아 있다.


손에 묻어있는 볼펜 똥처럼.

 

그때의 나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를 밀어붙였다. 잠을 이겨내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을 원망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타인을 좋아할 리가 만무했다.


 옆에 아이들은 내 친구들은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라고 생각했다.


 성적은 곧 계급표였는데, 나보다 윗 등수에 있는 아이들은 부러워했고 나보다 밑에 있는 아이들에 우쭐해했다.

 심지어 나랑 비슷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제집도 보여주지 않으며 공부하는 것을 숨겼다.


그러했으니 공부했던 시절 친구들과 지금까지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 


 그때는 진짜 속이 좁았었다.


 


 다행히도 재수를 하고 나서 한의대에 합격했다.


 고등학생 때 그렇게 바라던 한의대였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학교 초반의 기억은 설렘과, 술자리, 고기냄새 들로 엉겨 있다.


좀 더 기억을 할라치면 부끄러움이 시야를 가리다가 멍해진다.



 왁자지껄한 신입생 술자리. 널찍한 테이블에 소주와 맥주가 엉겨있고, 안주거리들이 즐비하다. 술 냄새와 안음식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자리 저 자리로 이동하는 새내기들로 왁자지껄하다.



 커다란 테이블에 나와 현역으로 온 동생 한 명을  여러 명의 선배들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우리 둘 뿐이었다. 새내기로 들어온 얘네들이 얼마나 궁금할까.


마치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앞두고 그들은 서로 경쟁하듯 우리 둘을 찍어먹을 준비를 한다.


 자연계에서도 고기를 뜯어먹을 때 가장 나이 든 짐승부터 먹듯이


본과 4학년 선배가 소주 한 잔씩 따라주며 묵직한 한마디를 툭 던진다.


 "그래 이름은 잘 들었고, 장기 자랑 하나씩 해봐"


 제일 고학년 선배의 말에 다른 선배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내가 이때까지 잘하는 것이라고는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와서 엉덩이를 눌러앉은 채 공부하는 것뿐이었다.


더군다나 친구들도 잘 없던 터라, 이런 자리는 정말 생소했다.


 내가 잘하는 게 뭐지?


 그런데


내 옆자리에 현역으로 바로 들어온 녀석이 화려한 말발을 구사한다.


 "아 이 자리에서 선배님들께 제 장기자랑을 선보이게 돼서 영광입니다만, 제 장기자랑도 자신이 있는지라, 선배님도 재밌게 공연비를 내는 측면에서 저랑 술 한잔 같이 해주시면 제가 선보이겠습니다."



 6살이나 7살 많고 다른 한 두 학년 선배들도 무서워하는 본과 4학년 선배한테 저런 패기를 부린다고?


역시나 반응이 대박이다.


주변 선배들은 놀람과 동시에 박장대소를 한다. 나와 비슷한 반응이다. 감히 5학번 차이나는 선배에게?


 선배는  웃으며 잔을 든다.

 

"너는 먹지 말고, 나 혼자 먹을게 대신에 너는 진짜 뭐든 재미없거나 잘 못하면 죽는 줄 알아라"


 장기자랑 시키던 본과4학년 선배도 재미가 있다는 듯이 자기 혼자 소주를 들이켠다.

내려놓는 소주잔에 힘이 들어가 있다.


 이 친구가 목소리를 큼큼 다 잡더니



        
            
                
                    
                    
                
            
        
    



비트박스를 시작한다.



 근데 잘한다....



 북 치기 박차기, 틱틱.. 쓰윽.....


 

나는 시간이 없어서 잠도 줄여가며 공부했는데, 이 녀석은 어떻게 이렇게 비트박스까지 잘하는 거지?  


선배들의 반응이 뜨겁다. 와 하는 반응에 다들 놀란다. 본과 4학년 선배도 한마디 거든다.


"이 새끼, 인정!"



 그 친구는 말발과 비트박스로  분위기를 띄우다가 어느덧 나에게 관심이 쏠린다.



 "얘는 비트박스 잘하고 그래서 너는 잘하는 게 뭐야?"


 "어... 음... 그게..."


 수 십 개의 눈 알들이 내 입술만 바라본다. 그들의 귀는 내 목소리만 들으려 한다. 내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간다. 얼굴은 점 점 더 빨개진다.


 할 말이 없다..... 고개를 젓는 선배들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 옆 자리의 친구 재롱을 보면서 웃다가... 술 마시다가..


그러나 뭔가 초라했던 감정들은 남아 있다.

 


 슬프게도 대학교 초반의 기억들은 이런 것들이 많다.


 부끄럽고, 부러워하고, 자신감이 없었다.


 돈 많은 친구들, 말 잘하는 친구들, 웃긴 친구들, 잘 생긴 친구들, 몸 좋은 친구들, 머리 좋은 친구들..


 그들을 동경했던 나날들과 나 자신에 대한 자책, 패배감들만이 남아 있다.


 힘이 들면 익숙한 것을 그리워한다고 주말만 되면 집으로 왔다.


고향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버스로 편도 4시간 걸리는 거리를 마다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에겐 오직 집이 안전한 피난처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를 개선해 보려고 책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 유행했던 자기 계발서를 꽤나 많이 읽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 박웅현의 여덟 단어 등..


자기 계발서를 읽고 전 보다 변화는 했다만 삶을 변화시키진 못했다.


나는 양 극단사이를 오갔다

자기 계발서의 약빨(?)이 돌면 열정맨으로 돌변했다.


그래 나 자신을 바꿔 보겠어!

나는 고등학생 때 공부를 하며 며칠 밤을 밤새어서 무언가를 이룬 경험이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자감이 올라왔고, 나를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학과 공부를 하고, 새벽까지 영어공부를 했다가, 갑자기 자기 전에 운동을 미친 듯이 하고...


한 번 미친 듯이 살아보자라고 했지만


내 육체의 한계는 존재했다.


작심삼일이라는 만고 불변의 진리가 있듯, 정말 3일을 가기가 어려웠다.


3일이 지나게 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다시 보냈다.


이런 시기가 찾아오면 이번에도 변하지 못했다는 패배감과, 절망감, 비교하는 마음이 치솟았다.


게임을 잘하는 것도, 운동을 잘하는 것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어느 것도 잘하지 못했다.


나는 늘 어디선가 방황했다.






그래도 책을 꾸준하게 놓지 않았던 것에 감사한다.


책이라도 보았기에 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우연히 접한 '심리학자의 인생실험실'이라는 책은 잠깐 나의 시간을 멈추게 만들었다.


'명상이 이렇게 좋아?'


그 뒤로 명상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보았다. 줄을 긋고, 종이로 접고, 펜을 쓰고..


명상이 효과 있다는 것은 너무 자명하기에 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기에 매일 명상을 해나갔다.


효과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를 변화시킬 마지막 동아줄이라 생각하며 계속했다.



어느 날 그저 그런 명상을 하다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눈을 감고 있는 시꺼먼 공간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 고등학생이 보인다.


쉬지도 못하고 자신을 지나치게 몰아세우고 있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아이를 안아주었다.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며 이것 저곳을 돌아다니며 방황하는 한 대학생이 보인다.


그 아이도 안아주었다.


그래, 네가  인생 한 번 잘 살아보려고 그렇게 애썼구나. 고생했다. 다 괜찮다.


그랬구나  


그 아이들이 운 것인지 내가 운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눈물이 쏟아졌다.


속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애썼다는 말이 왜 그렇게 눈물이 나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 후로 나는 조금씩 변했다.


엄청나게 큰 사건을 겪은 것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계속 무언가를 했다.


주변의 사람들을 덜 의식하게 되었고, 초점을 나에게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머리는 좀 더 명료해졌다.


운동을 조금 더 하고, 책을 조금 더 많이 읽고, 글을 쓰고


나 자신의 온전함을 받아들인 채 오늘 하루 충실하고 어제 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나를 지나치게 채찍질 하지 않는다.


하루를 충실하게 살다 보니 현재의 직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며 만족하고 있고


명상도 계속하다 보니 명상 지도자 자격증도 따게 되어 환자들을 지도하고


지역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상도 타고


https://www.imaeil.com/page/view/2020022519254901692


매일 브런치 스토리에 나의 글을 올리고 있다.


열등감 덩어리였던 내가 명상 덕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지금의 아내를 첫 만났을 때 명상 이야기를 2시간 동안 했다. 아내는 그게 좋아 보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공간에 감사한다.


어디 가서 나의 이런 이야기들을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매일 하루를 감사로 시작하고 하루를 감사로 마무리한다.




샤우나 샤피로의  "당신은 지금 당신 그대로 완전하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


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모순 처럼 들리지만,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러하듯 여러분도 그러하다.


여러분은 지금 그대로 완전하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







여기까지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런 글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kjh2011123/156

 

https://brunch.co.kr/@kjh201112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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