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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Oct 26. 2024

하찮은데 뿌듯한 기록.

일상에 명상 마흔 세 스푼

나는 평발이다.


태어날 때부터 평발이었다. 조금만 걷고 뛰면 피곤해졌다. 


갑자기 발을 봐서 많이 놀라셨죠...ㅎㅎ;;; 

초등학교 때 달리기를 잘하게 되면 1,2,3등에게 도장을 찍어주곤 했는데 그것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한 번 받았었나?. 가물가물하다.


달리기가 안되니 축구든 농구든 흥미를 가질 리가 없었다.  


훈련소에 있을 때 행군이나 구보를 할 때가 힘들었다. 군화를 신고 조금 뛸라 치면 발바닥에서 불이 났다.


구보를 하면 언제나 늘 맨 뒤에서 쫓아가기 바빴다. 


군화를 신고 조금 먼 거리를 걷거나 뛰고 나면 다리가 터져나갔다. 


그 한 움큼의 살덩이가 뭐라고 이렇게 발바닥을 아프게 하는지..







내가 평발이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에게 바로 나오는 반응이 있다.


바로 박지성도 평발이야.라는 말이다. 


그 말에 익숙해진 탓일까, 나는 정말 박지성처럼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런 생각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실패한 원인을 생각해 보면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1.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세움. (객관적 평가의 결여.) 

2.  평발을 지나치게 의식함.  (내가 안 하고 싶은 변명, 이유를 댐.) 



첫 번째는 객관적으로 초보인데 마음은 박지성처럼 하고 싶어 했다.


순서대로 가야 할 길이 있는데, 훈련과 목표를 너무 높은 곳으로 잡았다. 


초반부터 오버페이스로 훈련을 했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니 몸이 빨리 피곤해졌고 운동할 때마다 하기 싫다는 마음이 늘 지배했다. 


박지성도 처음부터 잘 달린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가 늘 커지니 재미가 없어졌고 불편한 것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두 번째로는 현실과 이상사이 괴리가 커지게 되면 그 자리에 변명 거리들이 공간을 차지한다. 


연습을 하며 힘든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데, 이상과 현실이 커지게 되면 그 자리에 변명이 부풀어 오른다.


뛰다가 힘들어지면 '나는 평발인데...'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그 생각을 하자마자 다리와 발은 더 아파졌다. 


 한 두 번 힘들게 달리다가 다리 아파서 못하겠다. 하고 운동을 포기했다. 


 


 


 


마음 챙김 명상을 접하고 나서 


나의 지나친 욕심이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원래 체력이 다 다른데 중급자, 고급자들에 맞출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냥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는 내 페이스를 찾았다. 그리고 다음번 달릴 땐 그것 보다 10초라도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5초 10초라도 빨리 달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목표가 낮아지니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만들어졌다. 




두 번째로 달릴 때 호흡에만 집중을 했다. 


 달리다가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찬 순간이 온다. 이전까지 이 순간을 맞이하면 '평발이 또 아프네'라며 발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의식의 결과는 진짜로 더 통증을 심하게 만들었다. 


 진짜로 아팠는데 인식이 되었는지, 인식이 통증을 만들어냈는지 모를 일이지만 발은 정말 더 아파졌다. 


  내가 달릴 때 평발을 의식하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평발을 의식하지 않는 방법으로 다른 대상에 주의를 돌려야 했다. 


 나는 명상을 배웠기에 달릴 때 오직 호흡에만 집중을 해보려 했다.


 호흡은 언제나 늘 하고 있으니 집중하기가 쉬웠다. 


 시야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고정했고, 호흡에만 집중을 한 채 달렸다. 내쉬는 숨은 약간 더 길게. 


 시간은 체크하지 않았다. 시간이라는 관념에 내 몸이 반응하지 않도록 그냥 나의 한계를 찾아보았다. 


 오직 발이 아파 힘들어서 멈추는 순간에만 시간을 체크했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순간을 잊은 채 호흡과, 내 몸의 감각들만 알아차리려 했다. 



 이 훈련을 처음하고 난 뒤에 체크해보니 내 한계지점이 생각보다 길었다. 


 어쩌면 시간과 평발이라는 핑곗거리가 더 나아가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호흡을 통해 핑곗거리를 제거하고 나자 신기하게도 그 지점까지 달리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위와 같은 과정으로 나는 조금씩 훈련해 나가서


 지금은 3km를 20~22분 만에 뛴다. 

 무엇보다 뛰고 나서도 발이 아프지 않다. 




 이 기록은 러닝을 잘하는 분, 마라톤을 연습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주 하찮은 기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기록에 나는 당당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1.5km를 시간 내에 완주도 하지 못하던 내가, 지금은 아프지 않게 달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리는 그 순간이 너무나 즐겁다. 


 호흡에 집중하며 달리는 순간만큼은 움직임 가운데 고요함이 있다. 




남들에겐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내 기준에서 소중하게 얻은 것들을 


늙을때까지 계속 하고 싶다. 

 


나는 어제의 기록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지려고 애쓰고


그것을 하는 과정에는 호흡과 몸의 감각에 기울이며 잘하려고 하기 보다 그 과정에 집중하려 한다.


그런 것들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나는 매일매일 재미있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재미와 성장이 있는 삶을 위하여.





P.S 여러분들의 작지만 뿌듯한 기록, 경험은 무엇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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