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07 명상 일지
설렌다는 건 언제나 좋은 감정입니다.
평소와는 다른 어떤 것을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서 기분 좋은 감정이 듭니다.
제가 설레는 이유는 아주 친숙하지만 '낯선' 사람을 오랫동안 만날 수 있어서입니다.
바로 '나'입니다.
지난 일주일간 저는 저를 잃어버리고 살았습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그러고 사는 듯합니다.
요즘 세상은 나를 잃어버리고 살기 딱 좋은 세상입니다. 일어나면 정신없는 출근, 해야만 하는 시급한 일들, 돈을 부쳐야 하는 일들, 돌아서면 울리는 카톡 알람들
휴.. 그리고 한 번 쉬어보자
숨을 돌리면 나의 생각 감정들을 빼앗아 버리는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 예능들, 게임, 인스타그램 등등
어머, 근데 출근해야 하니 이제 잘 시간입니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반복입니다.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할 시간이 없습니다. 집에 쌓이는 분리수거 물품들처럼, 있었던 감정들을 내 마음 깊숙이 한 구석에 쌓아둡니다. 하지만 분리수거 물품들처럼 냄새가 나기도 하고 찌꺼기들이 묻어있습니다.
'표현되지 않는 감정은 언젠가 표출된다.'
누가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묻지 마 폭행, 범죄가 많이 늘어난 것도, 감정의 찌꺼기들이 쌓이고 쌓여 나도 모르게 폭발하고 마는 게 아닐까요.
저는 항상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하는 날처럼, 화요일 날에 마음속 깊이 있는 나를 만나며 정리합니다.
되레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화요일 오전에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일단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그리고 눈을 뜨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명상들을 시행합니다.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호흡 집중 명상, 호흡 관찰 명상, 자비 명상. 내가 하고 싶었던 명상들을 하며 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생각들을 마주 합니다.
15분 정도 호흡 관찰 명상을 하면서 드러난 생각들입니다.
23.11.07 명상일지 08:20 - 08:35 (15분 명상)
시행하려고 의도했던 것 : 호흡 관찰 명상. (마보 애플리케이션을 통함)
1. 가부좌를 하고 호흡 관찰 명상을 시작. 손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음. 하나의 덩어리처럼 인식이 됨. 숨을 쉴 때마다 복부가 부풀었다 오르는 것처럼 내 손도 호흡에 따라 부풀었다가 내려가는 게 느껴짐
2. 문득 왜 손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봄. 머릿속에서 손가락에 대한 부분을 굉장히 많이 신경 쓰고 있는데 그 부분으로 다른 감각을 인지 하니 손에 대한 감각이 쉬지 않나라고 추측, 그리고 이것을 명상일지에 적어야겠다고 인지.
3. 이것 또한 내가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내 호흡과 내 몸에 대한 감각으로 다시 돌아옴.
여러분들도 집안의 분리수거를 하듯, 여러분들 만의 마음을 명상을 통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아 저는 화요일 내 마음의 청소뿐만 아니라, 집안도 분리수거하며 청소합니다.)
명상수련은 완벽한 거울이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문제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문제는 크든 작든 마음이 우리에게 쳐 놓은 덫으로, 우리는 그것에 붙잡히고 때로는 갇혀 꼼짝 못하게 한다. 그러나 마음챙김의 거울을 통해 우리 마음이 만들어 내는 문제를 본 순간 그전에는 힘들고 어려웠던 것들이 쉬운 것으로 변화한다. 통찰의 순간 그녀의 혼란과 어려움이 사라져 적어도 잠시나마 거울은 텅 비워졌고, 그녀가 웃은 것이다. - 마음 챙김 명상과 자기 치유, 上 257p, 2013, 학지사, 존 카밧진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