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으로 야한 생각을 '제대로' 알아차려 보자.
오늘도 나는 의자에 자리를 앉고 자세를 가다듬는다. 휴대폰에 알림을 10분에 맞춰 놓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한다.
호흡에 따라서 움직이는 내 몸을 느낀다. 배가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다시 한번 더 심호흡을 한다. 처음에 크게 느껴졌던 몸들의 감각들에서 더 나아간다.
내 손바닥과 허벅지가 닿고 있는 부분의 감각. 내가 접지하고 있는 엉덩이와 발의 감각을 느낀다. 천천히 다시금 호흡한다.
그때... 불쑥 야한 생각이 떠오른다. 이 생각은 예고, 전조도 없이 찾아온다. 그냥 떠오를 뿐이다. 이 놈은 독기가 세서, 쉽게 떠나가지고 않고 내 마음에 찰싹 들러붙어서 간지럽힌다. 그 덕분에 그 감각들에 집중했던 내 마음은 흐트러진다. 호흡이고, 감각이고 할 것 없이, 그냥 그 야한 생각에 붙잡혀서 끌려다닌다. 내 몸에선 다른 변화들이 감지된다.
한참 동안 끌려다니다가 내가 야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때 우리가 명상을 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아 명상을 하는데, 왜 자꾸 나쁜 생각을 하는 거야.. 야한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다시 집중! 집중! 좋은 생각. 편안한 생각을 하는 거야 다른 생각에 집중해.
-부정, 밀어내기
2. 나는 왜 자꾸 명상하는데 야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나는 진짜 욕구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자책과 자신에 대한 비난
3. 그 외 등등..
최악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야한 생각에 파묻혀서 끝끝내 그 생각만 하다가 10분의 타이머 알람이 울리는 것이다.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와 같이 생각에 빠져서 허우적 대거나, 그 생각들을 부정하고 밀어내거나, 자책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명상 좋은 건 알겠는데.. 나랑은 잘 맞지 않아."
여기서 명상을 하는 사람들의 큰 오해가 하나가 있다. 명상을 하면 생각을 비워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네 삶은 끝도 없이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정신 또한 마찬가지 방황하고 복잡하다. 스트레스받아서 휴식하고 싶어라는 말속에는, 지금 내 복잡한 마음을 delete 키를 눌러서 reset 하고 싶다는 뜻이 있다.
그렇기에 다들 좋다고 하는 명상으로 내 머릿속을 비워보려고 하지만, 오히려 내 머릿속 안이 더욱 가득 차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면 도대체 명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순간순간 우리의 마음이 어떤가를 알아차리는 것과 우리가 그렇게 할 때 우리의 경험이 어떻게 변형되는가를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MBSR이 하려는 것이며,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다. 마음 챙김은 마음이 방황하지 않도록 강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더 큰 골칫거리를 만들 뿐이다. 마음 챙김은 마음이 방황할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으로 주의를 지금 이 순간에게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무엇으로 되돌려 오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펼쳐 나가는 당신의 삶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
-존 카밧진, 마음 챙김 명상과 자기 치유 下, 학지사, 2013, 19-20p-
MBSR을 창시자 존 카밧진은 마음 챙김에 대해서 이렇게 서술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지금 현재의 이 순간으로 다시 부드럽게 돌아오는 것. 우리 마음은 언제나 방황할 수 있다. 야한 생각이 날 수도,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생각이 가득 찰 수 있다. 그 생각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들을 관찰하고 현재의 주의로 되돌린다. 그것을 연습하는 과정이 마음 챙김 명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명상을 하다 야한 생각이 났을 때 그 생각을 다음과 같이 다뤄보도록 하자.
1. 처음 야한 생각이 났다면 "내가 지금 야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을 하며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온다.
2. 야한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 생각을 부정하려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면, "내가 야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부정하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며 이 순간으로 돌아온다.
3. 야한 생각으로 인해서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내가 야한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며 이 순간으로 돌아온다.
마음 챙김 명상은 텅비우는 것이 아니라, 수 없이 다양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의 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 하는 것이 명상의 주된 요점이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휘둘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을 꾸준히 반복한다면 근육이 붙는 것처럼 마음에 근육도 붙을 수 있게 된다.
따라 하기.
시간을 내어 딱 1분만 아래와 같은 순서를 반복해보자.
1. 눈을 감는다.
2. 심호흡을 한 번 하며 내 호흡을 관찰한다. 배가 부풀어 오르거나 코 속으로 공기가 드나드는 것을 관찰한다.
3. 지금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관찰하고 알아차린다.
- 아 내가 지금 ~~ 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ex) 이거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명상하니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이지?, 근데 나 이거 왜 하고 있지?, 배가 고프네 뭘 먹을까?, 아 잠깐 어제 해야 하는 거 했나?
4. 그리고 그 생각에 대한 주의를 부드럽게 돌려서 다시 내 지금의 호흡으로 가져온다.
축하한다.
여러분은 방금 마음 챙김 명상을 충분하게 해냈다. 몸짱이 되는 길이 팔 굽혀 펴기 한 번에서 시작하듯, 마음짱이 되는 길은 1분으로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