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풀 Feb 17. 2022

명상을 하다가 야한 생각이 났다.

마음 챙김으로 야한 생각을 '제대로' 알아차려 보자. 


오늘도 나는 의자에 자리를 앉고 자세를 가다듬는다. 휴대폰에 알림을 10분에 맞춰 놓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한다. 


호흡에 따라서 움직이는 내 몸을 느낀다. 배가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다시 한번 더 심호흡을 한다. 처음에 크게 느껴졌던 몸들의 감각들에서 더 나아간다. 


내 손바닥과 허벅지가 닿고 있는 부분의 감각. 내가 접지하고 있는 엉덩이와 발의 감각을 느낀다. 천천히 다시금 호흡한다.



© windows, 출처 Unsplash


 그때... 불쑥 야한 생각이 떠오른다. 이 생각은 예고, 전조도 없이 찾아온다. 그냥 떠오를 뿐이다. 이 놈은 독기가 세서, 쉽게 떠나가지고 않고 내 마음에 찰싹 들러붙어서 간지럽힌다. 그 덕분에 그 감각들에 집중했던 내 마음은 흐트러진다. 호흡이고, 감각이고 할 것 없이, 그냥 그 야한 생각에 붙잡혀서 끌려다닌다. 내 몸에선 다른 변화들이 감지된다.




© KlaRoFotodesign, 출처 Pixabay



 한참 동안 끌려다니다가 내가 야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때 우리가 명상을 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아 명상을 하는데, 왜 자꾸 나쁜 생각을 하는 거야.. 야한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다시 집중! 집중! 좋은 생각. 편안한 생각을 하는 거야 다른 생각에 집중해. 

 -부정, 밀어내기 


2. 나는 왜 자꾸 명상하는데 야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나는 진짜 욕구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자책과 자신에 대한 비난


3. 그 외 등등..


 최악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야한 생각에 파묻혀서 끝끝내 그 생각만 하다가 10분의 타이머 알람이 울리는 것이다.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와 같이 생각에 빠져서 허우적 대거나, 그 생각들을 부정하고 밀어내거나, 자책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명상 좋은 건 알겠는데.. 나랑은 잘 맞지 않아."  


 여기서 명상을 하는 사람들의 큰 오해가 하나가 있다. 명상을 하면 생각을 비워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네 삶은 끝도 없이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정신 또한 마찬가지 방황하고 복잡하다. 스트레스받아서 휴식하고 싶어라는 말속에는, 지금 내 복잡한 마음을 delete 키를 눌러서 reset 하고 싶다는 뜻이 있다. 

그렇기에 다들 좋다고 하는 명상으로 내 머릿속을 비워보려고 하지만, 오히려 내 머릿속 안이 더욱 가득 차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면 도대체 명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순간순간 우리의 마음이 어떤가를 알아차리는 것과 우리가 그렇게 할 때 우리의 경험이 어떻게 변형되는가를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MBSR이 하려는 것이며,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다. 마음 챙김은 마음이 방황하지 않도록 강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더 큰 골칫거리를 만들 뿐이다. 마음 챙김은 마음이 방황할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으로 주의를 지금 이 순간에게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무엇으로 되돌려 오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펼쳐 나가는 당신의 삶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 


 -존 카밧진, 마음 챙김 명상과 자기 치유 下, 학지사, 2013, 19-20p-



 MBSR을 창시자 존 카밧진은 마음 챙김에 대해서 이렇게 서술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지금 현재의 이 순간으로 다시 부드럽게 돌아오는 것. 우리 마음은 언제나 방황할 수 있다. 야한 생각이 날 수도,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생각이 가득 찰 수 있다. 그 생각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들을 관찰하고 현재의 주의로 되돌린다. 그것을 연습하는 과정이 마음 챙김 명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명상을 하다 야한 생각이 났을 때 그 생각을 다음과 같이 다뤄보도록 하자. 


1. 처음 야한 생각이 났다면 "내가 지금 야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을 하며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온다.


2. 야한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 생각을 부정하려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면, "내가 야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부정하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며 이 순간으로 돌아온다.


3. 야한 생각으로 인해서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내가 야한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며 이 순간으로 돌아온다. 


 마음 챙김 명상은 텅비우는 것이 아니라, 수 없이 다양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의 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 하는 것이 명상의 주된 요점이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휘둘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을 꾸준히 반복한다면 근육이 붙는 것처럼 마음에 근육도 붙을 수 있게 된다.


  




 따라 하기.


 시간을 내어 딱 1분만 아래와 같은 순서를 반복해보자.


1. 눈을 감는다. 


2. 심호흡을 한 번 하며 내 호흡을 관찰한다. 배가 부풀어 오르거나 코 속으로 공기가 드나드는 것을 관찰한다.


3. 지금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관찰하고 알아차린다.

 - 아 내가 지금 ~~ 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ex) 이거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명상하니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이지?, 근데 나 이거 왜 하고 있지?, 배가 고프네 뭘 먹을까?, 아 잠깐 어제 해야 하는 거 했나? 


4. 그리고 그 생각에 대한 주의를 부드럽게 돌려서 다시 내 지금의 호흡으로 가져온다.



축하한다.

여러분은 방금 마음 챙김 명상을 충분하게 해냈다. 몸짱이 되는 길이 팔 굽혀 펴기 한 번에서 시작하듯, 마음짱이 되는 길은 1분으로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