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풀 Mar 05. 2024

법륜 스님 유튜브에 중독되었다.

법륜 스님의 유튜브에 중독이 될 수 있을까? 


중독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중독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연탄가스 중독.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카페인 중독. 

3.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기계 문명에 중독 들린 자의 풍을 떠는 말솜씨라고 하겠지만….        출처 <<염상섭, 윤전기>>            


-출처 : 네이버 표준국어 대사전 



첫 번째로, 내가 음식물이나 약물을 먹은 것은 아니었고, 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이 경우는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경우 그러니 첫 번째 정의는 아니었다. 1번  (X) 


두 번째 정의로,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루하루 스님의 유튜브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기에 2번과 연관성이 었었다. 2번 (△)


세 번째 정의로, 법륜스님에 사상에 젖어있었다. 그때 당시 나는 그것이 정상적이었는지 비정상적이었는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훗날 내가 법륜 스님 유튜브에 중독이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법륜스님의 따끔한 말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법륜스님의 사상에 의해 젖어버려서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지금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3번 (○)







그렇다면 스님의 어떤 것에 이끌려 중독이 되었던 것일까? 


인턴을 마치기 4개월 전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병원의 일이란 사람을 궁지에 몰아놓고 테스트를 하는 것만 같았다. 과연 여기까지 일을 처리했는데, 여기서 일을 더 처리해보라고? 전화기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벨소리는 낮이고 밤이고 상관이 없었고, 그 벨소리는 내 고막을 지나 위장 깊숙한 곳까지 찔러댔다. 벨소리가 울려대면 항상 배꼽 옆의 복부가 사르르 아파왔다. 


환자들을 대하고, 과장님들을 만나고, 차팅 업무를 정리하고 터덜터덜 당직실 침대에 와서 눕는다. 그러고 나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 환자들이 왜 자꾸 오는 거야? 나 좀 쉬고 싶다.

- 이 말을 전하는 간호사의 말투는 왜 이래?  

- 환자는 왜 자꾸 아프다고 해서 연락이 오는 거야? 

- 환자의 보호자는 왜 이렇게 요구 사항이 많은 거야? 

- 이렇게 일을 많이 처리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윗년차는 이거 가지고 왜 이렇게 나를 뭐라고 하는 거야?


짜증이라는 감정이 기폭제가 되었고 이 감정은 불길처럼 내 온몸에 번져서, 걱정, 불안, 화 등의 나쁜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었다. 이렇게 온몸에 짜증과, 화 나쁜 감정들이라는 감정들이 내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이때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유튜브를 켠다. 


 유튜브 화면에서 나이는 많이 들었으나 웃음은  6살 아이처럼 해사하게 웃고 있는 스님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상대방을 이해하면 내 마음이 편하다.'



https://youtube.com/shorts/hUFYdWEJroI?si=UWVpqy1z7keNr1ed


상대방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그 사람이 답답한 것이 아니고 내가 답답한 것이다.

상대가 나를 이해 안 해줘서 내가 답답한 것이 아니고, 그런 상대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답답한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면 내 마음이 시원해진다. 



내가 마음이 답답하고 힘든 것은 나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다시 한번 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는 생각들을 점검했다. 



- 환자들이 왜 자꾸 오는 거야? 나 좀 쉬고 싶다.  

 -> 환자들은 아프니까 병원으로 오는 것이었다. 


- 이 말을 전하는 간호사의 말투는 왜 이래?  

 -> 간호사도 업무가 많을 테니 나에게 빨리 후다닥 이야기하고 다른 업무를 해야 할 터였다. 


- 환자는 왜 자꾸 아프다고 해서 연락이 오는 거야? 

 -> 환자는 아프니까 병원에 입원한 것이고 치료를 하는 게 내 일이었다. 


- 환자의 보호자는 왜 이렇게 요구 사항이 많은 거야? 

 -> 보호자는 환자를 병원에 맡겨 두었으니 궁금한 것 등 요구 사항이 많은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 이렇게 일을 많이 처리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윗년차는 이거 가지고 왜 이렇게 나를 뭐라고 하는 거야?

 -> 내가 틀린 것을 봐주는 것이 윗년차의 역할이었고, 작은 실수로 인해서 환자에게 피해가 끼친 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였다. 오히려 고마워할 상황들이었다.  



결국 내가 스트레스받고 있었던 일들은 나의 중심으로 세상을 보았기 때문이었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자니 그들의 말들이 이해가 되었다. 스님의 말이 내 가슴으로 들어와 맑은 생수를 마신 듯 시원해졌다. 짜증이라는 불길이 꺼지니, 답답함, 걱정, 화, 불안이라는 불길도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내가 하루종일 미간을 찌푸리고 주름 짓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소도 지을 수 있었다. 








바뀐 태도로 마음이 시원해지고 난 뒤 기억나는 한 명의 환자가 있다. 


 이 환자의 경우 고령의 여성 환자분이셨는데, 과거력으로 심장 질환, 폐 질환 등을 앓고 계셨다. 요양병원에서 안정가료하다가 갑작스럽게 뇌경색이 와서 반신을 못쓰시고 연하장애까지 오시게 된 경우였다. 잘 삼키지 못해 콧줄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해야 했다. 신경과에서 급성기를 처리하고 재활 치료를 위해 한방 병원으로 전원이 되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 확대된 일교차는 이 환자의 몸을 혹사시켰다. 단순한 감기로 그녀의 몸에 침투해 순식간에 증상을 악화시켰다. 면역력 저하와 연하장애가 있던 그녀의 몸에서 폐렴으로 병이 악화되었고 세균은 자기가 침투한 곳의 방어가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더욱더 날뛰었다. 환자의 몸은 들끓었고, 내 전화기도 들끓었다. 


 한방 치료, 호흡기 내과를 통한 양방치료 모두를 했으나, 결국 세균에게 이기지 못했다. CRE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 진단을 받게 되는데, 카바페넴이라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에 내성이 생겼다는 말이었다. 지독한 놈이라는 소리다. 이럴 경우 환자는 격리병실로 옮겨야 하고, 호흡기 내과로 다시 전과해야 했다. 


이 모든 상황을 환자 보호자에게 알려야 했다. 현재의 상황을 잘 요약해서 정리하기 위해 간단한 키워드 들을 클립보드에 적는다. 그리고 수화기를 들어서 전화하려는 찰나 간호사 선생님이 나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선생님 XXX보호자 보통 아니에요. 마음 단단히 먹으셔야 해요 대화가 안 될 때가 많아요." 

 

그 말에 한 번 더 할 말을 정리할 종이를 본다. 클립보드판에서 CRE, 격리병실, 호흡기내과 전과, 일정한 주기로 피검사 후 나올 수 있음.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이 사람도 오죽 답답할까, 어머니를 치료한다고 병원에 맡겼는데, 갑자기 악화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속상할까. 더군다나 항생제도 말을 안 듣는다고 하고, 병실도 옮겨야 한다고 하면 정말 힘들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다르게 말을 해야 함을 알게 된다. 


"XXX보호자분이시죠? 이런 말씀을 꺼내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찬찬히 설명한다. 뇌경색의 증상인 연하장애로 폐렴이 쉽게 올 수 있는 상황인데, 환절기로 인해 감기에 걸렸고, 감기로 인해서 폐렴으로 악화되었다. 폐렴을 낫게 하기 위해 한방 치료, 호흡기 내과 치료를 다 하였으나 아쉽게도 가장 강력한 항생제에도 내성이 생겨버렸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런 전화를 하게 된 점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럼 저희 어머니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고 나서 어머니는 타 환자들에게 세균을 옮기지 않게 하기 위해 격리병실로 옮길 예정이며, 다시 호흡기 내과로 전과되어 집중 치료를 받을 예정이고, 그 격리병실에서 나오려면 일정한 주기로 피검사를 해야 함을 안내한다. 

 

 "어머니 질병 상황이 악화되어서 얼마나 속상하시겠습니까.." 


 까탈스럽다고 소문이 났다던 환자의 보호자는 예상외로 말이 없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간 있다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선생님 말대로 할게요. 이렇게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선생님들이 없었어요." 


 내가 변화해서 대하면 상대방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첫 번째로 느낀 순간이었다.  감사합니다를 들은 뒤 내려놓은 검은색 수화기의 감촉은 잊지 못한다. 


 




 이 사건을 겪은 후 나는 법륜 스님의 열렬한 신봉자가 된다.  법륜 스님의 유튜브를 계속 찾아가면서 보았고, 어쩔 땐 누가 질문 한 것을 보면 스님이 어떤 대답을 할지도 유추가 되었다. 2~3개월 법륜 스님의 말을 열심히 들어보고 나는 마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인 양 들떴다.


 그러면서 나는 법륜스님의 말을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인지? 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구나.'

'왜 저렇게 한 치 앞을 못 보고 욕심을 부리지? 치즈의 달콤함만 보고 그 안에 든 독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구나'

'저 사람은 꼭 법륜 스님 말을 들어야 할 텐데.. 참 아쉽다.'


법륜 스님의 말을 듣고 그전 보다 마음이 편해진 나는 적당히 깨달음을 얻었다는 우월한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사람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병식(病識)이 없어, 그것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에게 법륜 스님을 알려주고 유튜브를 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누군가 이해되지 않는 행위, 말을 하면,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했다. 그 이유는 내가 법륜스님의 말을 들어서 깨달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들보다 나는 더 깨달았으니 그들을 이해해줘야 했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리고 법륜스님의 말을 빌어 그들의 생각을 뜯어고치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었고,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에 나는 다시 답답해졌다. 아니 이렇게 쉽고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이 있는 데 왜 사람들은 하지 않는 거지? 

 

 마치 나는 그들에게 예수천국 불신지옥 이라고 팻말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법륜 스님의 말을 빌어 그들의 마음에 비수(匕首)를 던졌다. 


 세상은 법륜스님 말대로만 하면 괴로움이 없을 것 같은데, 왜 도대체 사람들은 자기들 멋대로 살아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해가 되지 않으니 스님 말대로 나는 다시 괴로움에 빠졌다. 






  

번화가를 가다보면 볼 수 있는 피켓.. 이때 나는 법륜천국 불신지옥이지 않았을까...ㅎㅎ.. 






 


이전 08화 잇몸 뼈가 녹아내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