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몸이 깨어나면 삶이 깨어납니다

― 문요한 작가의 『이제 몸을 챙깁니다』

by Jasmine

몇 년 전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문요한 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완고한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들로 사느라 힘든 학창 시절을 보냈다. 개업의로 바쁘게 살던 어느 날부턴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진료하는 게 버거워졌다. 그는 자발적 안식년에 몸이 원하는 대로 길 위에 섰고, 몸이 ‘이제 됐다’고 할 때쯤 여행을 마쳤다. 머리가 잠잠해지고 몸이 깨어난 뒤 삶의 속도가 조절되고, 삶의 현재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무렵 나는 친정엄마의 와병에 따른 충격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이 모두 깨져 있었기에 그 강의가 무척 반가웠다.


그는 마음의 고통에 대한 응급조치는 몸을 통한 접근이라고 말한다. 걷기가 효과적인 스트레스 대처 방법인 이유다. 걷기를 통해 감각과 운동의 뇌가 활성화되면 과잉 활성화돼 있던 감정의 뇌와 사고의 뇌는 진정된다. 걷기는 뇌 전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고여 있던 마음을 다시 흐르게 한다. 우리가 분노나 슬픔, 혐오, 두려움뿐만 아니라 기쁨을 느낄 때도 몸은 그에 따른 변화를 나타낸다. 역으로 자신의 신체 감각을 잘 느낀다는 건 자신의 감정 상태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는 뜻이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 지옥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현대인들은 지식의 정도는 높아졌지만 몸과 마음의 괴리는 더 커지고 있다. 바쁜 직장생활에 자신과 소통하는 법을 잊고 산다. 나 또한 그랬다. 점심시간에 요가나 필라테스를 꽤 오래 하긴 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회사 일로 꽉 찬 상태에서 몸만 움직이다 서둘러 회사로 돌아온 날이 많았다. 그게 일상이 되면 몸과 마음은 한순간도 온전히 함께하지 못한다. 어떤 회사 직원, 아무개의 배우자 등 역할에 매몰돼 살다가 결국엔 ‘나’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몸과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흐르게 하는 첫걸음은 약간 빠르게 걷는 일이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려면 우리의 의식은 머리가 아닌 몸에 머물러야 합니다. 생각과 감정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지금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로 우리를 끌고 가기 때문입니다. 67쪽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배워야 할 마음 공부가 있다면 ‘자기 친절’입니다. 뜻대로 되는 것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은 인생에서 자신에게 친절하지 못하면 인생은 더욱 고달픕니다. 100쪽


어른은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커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 친절을 능동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101쪽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재판관이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해낸 일보다 작은 실수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책하던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나조차도 나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다면 이 바쁜 세상의 어느 누가 나를 어루만지고 보듬어주겠는가. 중년의 끄트머리에서 나의 안식처인 몸을 챙기는 일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건강할 때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낼 때는 쉬어주기도 하면서 자신을 돌보는 삶. 그게 젊은 날 앞만 보고 달리느라 조금씩 삐걱거리는 걸 외면해 온 내 몸과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문요한#이제몸을챙깁니다#자기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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