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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Oct 28. 2024

천년의 역사 속으로

글로스터 대성당


 ⇲ 글로스터는 영국 역사가 흐르는 동안 모든 시대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독특한 도시다. 특히 글로스터 대성당의 역사는 복잡하기 그지없다. 679년경 글로스터 수도원으로 시작된 이곳은 1080년대에 화재로 1089년에 재건했지만, 1222년에 재앙 수준의 화재가 발생해 또다시 재건된다. 1300년대에도 계속된 공사는 수직 양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후 핸리 8세의 가톨릭 탄압으로 수도원은 해체되고, 영국 성공회 대성당으로 다시 재건된 이다. 18,19 두 세기 동안 많은 복원사업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글로스터시의 심장이 되어 우람하고 매혹적인 자태로 당당히 서있다.

성당 외부는 고딕, 노르만,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증축된 독특한 외관뿐 아니라 내부 또한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교회 수장들의 손길로 바뀌고 다듬어지기를 반복해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한 곳으로 남아있다. 특히 해리포터 영화 호그와트(어린 마법사들의 가상의 기숙 마법 학교) 촬영지로 세상에 알려지며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  우리는 이름 모를 이의 장례식을 뒤로하고 1300년 역사가 숨 쉬고 있는 대상당  외관  탐험에 나섰다. 대성당 정문을 통과해 본당 앞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성당을 한 바퀴 돌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기로 했다.


↓ 글로스터 대성당은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며, 1300년 이상의 기독교 신앙과 유산을 대표하는 곳이다. 건축물 자체가 거대해 한 바퀴 돌아오는데 공원 한 곳을 산책하고 돌아온 느낌이었다.

대성당을 돌다 만난 마을과 이어진 작은 통로(고대 세인트 마이클스 게이트) 바로 옆에 Miller's Green이란 이름을 가진 역사적 건물이 있다. 이곳은 옛 수도원을 방문했던 이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 역할을 했던 곳이다.

↓ 대성당 뒷모습, 이곳 또한 천년의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손끝에 의해 다듬어지고 바뀐 흔적들이 뒤섰여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조화롭다.

↓대성당에는 동서남북으로  다양한 이들이 드나들었던  게이트가 있다. 건축물 하나하나에 이곳을 다듬었을 옛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 대성당 경내에는 다양한 건축물이 많다. 건축물보다 내 눈길이 닿는 건 두서없이 피어난 아름다운 꽃이다.

 ↓대성당 출입문을 통과해 약간의 기부금을 내고 입장하면 바로 본당이다.

벽면의 조각에서 옛 석공들의 섬세한 손길과 그들의 고단했을 삶이 엿보인다.


↓ 관광객들로 가득한 본당,  아치형 천장 아래 거대한 오르간이 자리한 공간은 성직자영역인 제대와 성가대 공간으로, 벽너머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평신도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 군중 속으로 아버지가 사라지셨다. 아!  기도 중이시다.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드리는 아버지의 간구하심은 무엇일까? 하늘에 계신 분이 들어주시길 소망해 본다.

↓다양한 위치에서 바라본 본당의 모습

↓ 성당 동쪽 창문이 있는 Quire, 중세 스테인드글라스 1350년에 완성된 이 거대한 창문은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테니스장 크기) 창문이었다. 지금 봐도 그간 봐왔던 스테인드글라스 중 압도적으로 크다.

↓ 서쪽 창문


↓성당 합창대 루드스크린(본당과 합창대 사이의 칸막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섬세한 조각이 너무나 아름답다.

⇲ 글로스터 대성당 회랑,  1351년 -1377년 사이에 지어졌으며, 최초의 회랑은 이곳 동쪽 회랑이다. 글로스터 대성당에는 아름다운 4개의 회랑이 있다. 영국의 Pevsner 건축가이드 시리즈 'Buildings of Englands'에 영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라 묘사했다. 대성당에서도 이를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팬 볼트 사례라 말하고 있다.

<팬볼트 : 고딕양식에서 볼 수 있는 건축 형태로 일반적으로 돌이나 벽돌로 만들어진 자체 지지형 아치 형태로 천장이나 지붕으로 공간을 덮는 데 사용된다.>

↓ 영국 건축역사의 자랑, 최조의 팬 볼트라 말하기엔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답다.

이곳 회랑은 3편의 해리포터 영화를 찍을 때 배경으로 사용된 곳이다.

↓ 긴 회랑을 걷다 잠시 밖으로 빠져나가 본다.  어느 깔끔한 수도승이 가꿨을 법한 작고 군더더기 없는 단정한 정원이 회랑 안쪽에 차분히 앉아있다.

↓ 더 이상 손볼 곳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대성당은 여전히 보수 중이다.


↓ 다시 본당으로, 대성당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다. 성당 안내자의 지시대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지하 무덤으로,  본당으로,  2층으로, 그리고 성당 꼭대기 종탑과  연된다.

글로스터 대성당에는 중세부터 현재까지 많은 이들의 무덤과 석관이 있다. 영국왕 에드워드 2세, 이곳의 마지막 수도원장, 글로스터 주교 등등..., 많은 이들이 에 묻혀있고 또 묻히기를 희망한다. 이런 무덤이나 주검이 자리한 곳을 지나면 언제나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짧은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된다.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 중 절반 이상을 소모했으니, 이제 행복하고 평온한 죽음의 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됐음을 느낀다.

↓ 나선형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본당을 내려다볼 수 있는  통로 중간중간 성당의 한 부분이었던 석조물 전시와  스테인드 글라스에 대한 자세한 해석을 해둬, 누구든 쉽게 이해할 있는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 놨다.


↓ 대성당의 시계, 1898년에 설치된 시계는 런던  빅벤의 시계를 제작한 Dent And Co가 제작했다.

자 이제 그만 시간을 보라.

시간은 이렇게 쉬지 않고 흘러간다.

대성당 벽에 걸린 시계가 내게 말한다.

나는 절대 쉬지 않으니 너의 시간이 다할 때까지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하라고,

걷고 또 걸으라 말한다.


⇲ 시간은 흐르고 또 흐르듯, 1300년 전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 돌아와 대성당밖으로 나와보니, 성당 앞마당은 현시대의 로컬장터가 펼쳐져있다. 상인과 장 보러 나온 현지인들, 장터 여기저기엔 그날 밤 있을 서커스 홍보에 나선 귀여운 복장을 한 여인들이 오늘밤 꼭 구경 오라며 내 손에 전단지를 쥐어 준다.

두어 시간 사이에 펼쳐진 성당 안팎의 비현실적인 풍경이 다소 낯설었지만, 어쩌리..., 이게 우리의 삶인걸...

↓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한 올드카, Tea & 커피차다.

↓ 장터를 빠져나와 다시 골목 탐험 중 거리에 설치된 조형물 감상 중인 아빠와 딸, 사뭇 진지해 보인다.


↓ 골목탐험은 무슨,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 헤매는 중이었다. 그러다 만난 예쁜 건물과 상점들이다.

⇲ 레스토랑 찾느라 이 골목 저 골목 돌아 다니다 결국 대성당 근처의 펍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영국의 펍은 술만 마시는 곳이 아니다. 그런 곳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펍에선 기본적인 식사를 제공한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맛집으로 소문난 펍들이 더러 있다. 손 안의 인터넷을 뒤져 찾기도 하지만, 우린 대충 눈대중으로 식당을 들어간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으로, 거의 대부분 실내 분위기나 음식에 실망하지 않고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아온다. 그날도 그랬다.

 레스토랑을 나선 우리는  글레스고의 또 다른 명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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