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스터 대성당 앞마당산책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마을과 성당을 잊는 작은 문(St. 마이클스 게이트)이 하나 보인다. 그곳을 빠져나가면 문 왼쪽벽과 맞붙어있는 'Beatrix Potter의 Attraction and Shop'이 있다. 앙증맞은 2층 건물인 이곳은 베아트릭스 포터가 그녀의 이야기 '글로스터의 재단사'를 배경으로 선택한 곳이다.
1894년 5월 어느 날, 베아트릭스 포터는 그녀의 사촌이 살고 있는 글로스터 인근 사촌집에 머물다 사촌 캐롤라인에게 들은 글로스터에 있는 재단사 존 프리처드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동화 속에서는 재단사가 고양이에게서 쥐를 구해줘 이를 고맙게 여긴 쥐들이 재단사의 조끼 작업을 마무리해 준다는 이야기지만, 실제 이야기는 재단사와 그의 조수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크리스마스 동화다.
어느 금요일 저녁 재단사는 조끼를 재단만 해 둔 체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아침 가게 문을 열었을 때 조끼가 완벽하게 꿔 메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조끼의 마지막 단추 구멍에는 "더 이상 꼬임실이 없음"이라는 작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그는 본인이 작업하지 않는 조끼가 완성되어 있음에 놀라고 당황했지만, 밤사이 요정(사실 조수들이 늙고 병든 재단사가 안타까워)이 나와 조끼를 완성해 줬다는 소문을 낸다. 소문이 꼬리를 물고 돌고 돌아 베아트릭스 사촌에게로 다시 베아트릭스에게 전해진다. 베아트릭스는 이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 사촌과 함께 글로스터 재단사 가게를 방문했고, 글로스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건물과 상점들을 스케치한다. 아마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동화책 한 권이 완성된 상태였을 것이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가정교사 딸 프레디 무어가 아프다는 걸 알고,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해 1901년 이 이야기를 삽화와 함께 손글씨로 써 내려간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그녀가 직접 인쇄한 단 한 권의 책이었다. 책 속에는 크리스마스카드도 잊지 않았다.
사랑하는 프레디에게,
네가 동화를 좋아하고 많이 아프기 때문에 나는 너를 위한 이야기를 만들었단다.
아직 아무도 읽지 않는 새로운 동화책이야.
그리고 이 이야기는 글로스터셔에서 들었고,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이다.
최소한 재단사 조끼 그리고 "더 이상 꼬임실은 없다."에 대한 이야기 란다.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1901년 크리스마스에
베아트릭스 포더
그리고 1903년 이 이야기는 정식으로 출판된다
이런 사랑 가득한 책과 편지를 받은 아이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작가가 직접 쓰고, 예쁘게 채색된 삽화를 그려 넣은 그 최초의 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해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봤지만 찾을 수는 없었다.
나는 다채로운 색감의 삽화와 고운 손글씨로 쓰인 상상 속 동화책 한 권을 만들어 본다.
⇲ Beatrix Potter는 '글로스터의 재단사'에 등장하는 조끼 삽화를 그리기 위해 런던의 빅토리아 & 알버트(V & A) 박물관을 드나들다 아래 조끼를 발견한다. 그녀에게 강한 영감을 준 이 조끼는 1780년 - 1789년 사이 제작된 이름 모를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베아트릭스 포터가 이를 토대로 삽화를 그려 '글로스터의 재단사'에 자주 등장한다.
⇲ 1980년 베아트릭스 포터의 독자 6명이 삽화 속 조끼를 복재해 기증해 글로스터 재단사의 집에 걸려있다.
⇲ 베아트릭스 포터(1866년 7월 28일 ~ 1943년 12월 22일)는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류 작가이자 삽화가, 화가, 아동 문학가, 균류학자, 식물학자이며 환경보호론자였다. 그녀는 동물을 특징으로 하는 아동 문학 작가로 알려졌고, 1902년 그녀의 첫 상업적 출판작인 피터 레빗 이야기( The Tale of Peter Rabbit)등 수많은 작품이 있다. 그녀의 책은 전 세계에 2억 5천 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기업가이기도 했던 그녀는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를 상품화한 캐릭터 산업의 선구자였다. 1903년 피터 래빗은 특허받은 봉제 인형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가상 캐릭터였으며, 가장 오래된 라이선스 캐릭터가 되었다. - 위키토피아 발췌 -
⇲ 그녀의 작품 중 일부
세상의 많은 엄마들은 아마도 이중 몇 권은 아이들에게 읽어줬을 동화책이다. 동화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피터레빗 봉제인형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 베아트릭스 포터의 동화 속 삽화
⇲ 글로스터의 재단사의 집, 이 작은 건물도 세월의 풍파를 많이 겪은 곳이다. 한때 매출감소에 직면해 당시 소유주였던 Frederick Warne 출판사는 2005년 문을 닫는다. 다행스럽게도 사라질뻔한 이곳을 지켜낸 이가 있었다. 이곳 출신 보석상사업가 Lvon Taylor이 도시를 살리기 위해선 이 건물을 지켜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물 살리기 캠페인을 열었고, 지역 변호사와 시의원 등 지역민들이 마음을 모아 건물을 살 만큼의 돈이 모여져 2007년 다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현재 상점과 박물관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옆 건물과 같은 2층임에도 당장 동화 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이 작은 재단사의 집
⇲ 앙증맞은 건물만큼이나 작은 출입문이 아담한 내게도 작게만 느껴진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1층은 주로 상업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샵 안쪽 주방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 벽에는 그녀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이 기부한 책과 그녀가 직접 그린 삽화와 스케치 일부, 그녀의 사진, 글로스터 재단사 소개글, 봉재인형, 바느질 공예품, 찻잔 등과 함께 요즘 보기 드문 이런저런 물건들을 모아 전시해 두고 있다. 2층에는 재단사 프리처드의 일대기와 그의 작업도구 컬렉션을 전시해 뒀다.
↓1층부터 천천히 샵 이곳저곳을 살펴봐야겠다. 어머나, 내가 좋아하는 귀염둥이 톰이 터질 것 같은 옷을 입고는 잔뜩 뿔이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 1층 안쪽 재단사의 주방,'글로스터 재단사' 삽화(17~21페이지)를 바탕으로 복원된 재단사의 주방엔 벽난로와 시계, 고양이 심킨이 잡아둔 쥐를 자랑스럽게 지켜보고 있고, 찬장에는 예쁜 티컵들이 놓여있다.
⇲ 주방 주변과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벽엔 빽빽하게 베아트릭스 포더가 그린 삽화와 글로스터의 재단사 이야기와 관련된 기사 등 많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 재단사의 컬렉션이 있는 2층, 컬렉션뿐 아니라 베아트리제 포터의 책과 그녀가 만들어낸 캐릭터도 함께 전시해 뒀다.
베아트릭스 퍼터의 '글로스터의 재단사'뿐 아니라 그녀의 동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코치월드 여행 중 이곳에 들러 발도장을 찍고 가길 바란다. 특히 아이와 함께 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 단언한다.
이제 그만 이곳을 떠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일대기를 읽다 보니 그녀의 삶을 좀 더 들여다볼 필요를 절실히 느낀다. 특히 그녀가 환경론자로서 지켜낸 아름다운 '디스트릭트 호수'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것 같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돌이킬 수 없게파괴될 위기에 처한 계곡과 구릉지대를 지켜내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투자해 디스트릭트 호수 주변 부지를 모두 사들여 결국 아름다운 호수를 지켜냈지만, 개발로 큰 이익을 꿈꿨던 이들에게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그녀의 모든 재산은 Nation Trust에 기부한다.
* National Trusts는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전역의 국가 이익을 위해 역사적 관심 장소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영구히 보존하는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