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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an 07. 2024

햇살! 햇살! 햇살~

모처럼 해님이 났어요.

아침 빵을 굽는 순간까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중충한 날씨였다.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다 유리창을 넘어 들어온 햇살에 놀라 아침식사를 서둘렀다.

이런 날은 누구랄 것도 없이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한다.

(겨울에 해나면 무조건 나가기 = 우리 가족 약속)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한 날씨다.

오늘 같은 날,  많은 이들이 우리처럼 집을 나선다.

한산하던 도로에 교통체증이 생기고, 조용하던 타운 내 펍(술집)들의 문지방이 닳는다.

반가운 햇살을 맞으러 사람들은 시내로 공원으로 바닷가로 몰려든다.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나, 차로 어디로든 발길 닿는 곳으로 떠난다.

바닷가 산책로엔 사람들이 넘친다.

집에서 가까운 바닷가에 도착했다.

하늘은 푸르다.

바다도 밍크담요를 덮고 곤히 잠든 듯  잔잔하고 고요하다.

하늘과 맞닿은 저 바다의 끝은 어디쯤일까?

 


그 찬란한 햇무더기 속에 살 땐 햇살의 소중함을 모르고,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오히려 햇살 가리느라 양산이나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으니 할 말이 없다.

이곳에 와보니 진심으로 귀하고 귀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왜 난 소중한 것들을 무심히 바라만 보며 살아왔을까?

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좀 더 살뜰히 살피려 하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햇살을 듬뿍 맞아 행복한 하루였다.

햇살에, 고요한 바다에 감사함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햇살멍 때리게 자리를 내준, 바다를 향해 앉아있는 벤치에게도 감사하고,

이 벤치를 통해 사랑하는 이를 기리며, 이곳에 벤치를 앉힌 이도 감사하다.

나도 죽기 전에 이 바닷가 어디쯤에 이런 벤치 하나 앉혀놓고 가야겠다.

이 산책로엔 이런 벤치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벤치 등받이에 그리운 이를 기리는 작은 이름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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