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하루의 기록

제발 아무 일 없기를....

by 봄이

영국에서 돌아와 엄마를 다시 뵌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아직 여행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아침, 엄마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푸념처럼 말씀하셨다.

“왜 이렇게 손이랑 발이 붓는지 모르겠다.”

대수롭지 않게 하신 말이었지만, 나는 그 말 끝에 시선이 머물렀다.
엄마의 손등과 발이 눈에 띄게 부어 있었다.
살이 찐 것과는 다른, 낯선 부기였다. 마치 공기가 들어간 풍선처럼 살이 팽팽하게 올라 있었다.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불안이 스쳤다.
혹시 신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괜히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화장실은 얼마나 자주 가시는지,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숨이 차거나 어지럽지는 않은지.

하지만 엄마의 대답은 늘 같았다.

“붓는 것 말고는 아픈 데 없어.”
“걱정하지 마라.”
“맨날 누워 있으니까 혈액순환이 안 돼서 그런 것 같아.”

엄마는 늘 그랬다.
몸의 이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스스로 이유를 찾고, 스스로 괜찮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결국 오늘,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처음에는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이 정도면 간단한 약이나 처방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사는 별다른 표정도 없이 말했다.

“붓는 건 원인이 여러 가지라 여기서는 진단이 어렵습니다.
큰 병원에 가보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서둘러 엄마를 모시고 시내의 큰 병원으로 향했다.

내과 대기실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마치 세상 모든 아픈 사람들이 그곳으로 모여든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었다.

언젠가부터 병원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잠시 스쳐 가는 곳이지만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자주 들러야 하는 삶의 한 장소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긴 기다림 끝에 전문의를 만났다.
엄마의 손과 발을 보여 드리자 의사는 피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하자고 했다.

검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시간.

휠체어에 앉아 있는 엄마 곁에 서 있었다.
병원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나는 괜히 엄마의 손을 한 번 더 바라보고, 발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흐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리고 다시 의사를 만났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별일 아닐 거야.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당뇨도 없고, 빈혈도 없고, 신장도 괜찮습니다.”

나는 그 말에 잠깐 안도했다.

하지만 의사의 다음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심장이 평균보다 많이 부어 있습니다.
그리고 폐에 물이 조금 차 있습니다.
심혈관내과가 있는 더 큰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게 무슨 일일까.
왜 나는 조금 더 일찍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오지 않았을까.

아무 일도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엄마를 모시고 다시 더 큰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밖으로 나왔을 때
해는 이미 기울어 있었고
거리의 사람들은 평소처럼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내 마음속 시간만 어딘가에서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일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

오늘 밤은 아마 길게 느껴질 것이다.

엄마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괜찮다”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기다리는 일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마음속으로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제발,
엄마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정말 아무 일도 없기를.

그저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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