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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by 들국화

어쩌면이라는 말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 말이 자꾸 입 안에서 맴돌게 된다. 어쩌면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나는 이대로 혼자 살아가게 될까.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그 삶 속에서 어쩌면 나를 떠올릴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에 남게 될까. 뭐 그런 것들.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꿈꾸는 것은 마약같다. 덧없지만 멈출 수 없으니까. 나는 자꾸만 불가능한 것들을 떠올리고 그 일들이 끝내는 불가능한 것임에 떠올린 일을 후회한다. 당신이 말했듯 나는 과거를 살고 현재를 살아가는 당신과는 끝내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것이다. 내가 쏘아 놓은 화살은 결코 과녁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제논의 역설처럼 아주 미세한 간발의 차이를 두고 우리는 끝내는 닿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점을 살고 당신은 선을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나는 머물러 있는 사람이지만 당신은 나아가는 사람이니까. 나는 앉아있는 사람이고 당신은 날아다니는 사람이니까.


일어나지 않을 일들은 일어나지 않고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 뿐이다. 제발 일어나주기를, 그리고 제발 일어나지 않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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