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쓰기 목표 확인

- 사전과제 (글쓰기 목표를 글로 정리하기)

by 강진


무슨 일을 시작하던 목표 설정이 중요합니다. 목표는 도달해야 할 지점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시작점에서 목표가 또렷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을 써보고 싶어, 글쓰기를 배우면 좋겠어, 라는 막연한 동기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쓰면서 목표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SERICEO <리더의 글쓰기>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왜 글쓰기를 배우려고 하는가’라는 사전과제를 내줍니다. 글쓰기 과정에 참석한 동기나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정리한 글을 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받습니다. 참여자는 스스로가 글쓰기의 목적을 정리할 수 있고, 과정을 이끌어가는 강사는 참여자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리더의 글쓰기' 과정에 들어오신 분을 모두 작가라고 부릅니다) 사전과제를 충실하게 써서 제출해 주셨습니다. 강렬하게 단 몇 줄로 요약해서 제출하신 분도 계셨고, A4 두 세 장 분량에 항목을 나눠서 세세하게 써서 보내주신 분도 계십니다. 그동안 읽었던 사전과제 중에 기억에 남은 글이 하나 있습니다.

‘떡볶이집에 왔더니 왜 떡볶이를 먹으러 왔느냐고 묻는다’ 이런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그냥 떡볶이를 먹으러 왔을 뿐인데 가게에 들어오기도 전에 ‘떡볶이를 왜 먹으러 왔어?’ 묻고 있는 격이라며 사전과제에 재밌게 반발하시며 글을 시작하셨더군요. 물론 답장에 글쓰기와 떡볶이를 먹는 것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리더의 글쓰기 목적은 크게 ‘소통'과 ‘정리'였습니다. 회사에서 조직 구성원들과 혹은 가족들과의 소통 목적이 가장 많았습니다.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메일을 보내서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 업무적인 딱딱한 내용에 양념을 치듯 좀 부드러운 느낌으로 소통하고 싶다, 자녀들에게 말로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글로 기록해서 남기고 싶다, 이런 목적이 가장 많았습니다. 퇴임을 앞 둔 작가님들은 그 동안의 회사 생활을 글로 정리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신 분들도 계셨고, 나아가 회사 생활에서 습득한 노하우 등을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하여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작가님들도 꽤 있었습니다.

‘리더의 글쓰기’ 과정은 이론 강의와 개별적인 원고 첨삭이 핵심입니다. 뭐든지 많이 해보면 언젠가는 방법이나 원리를 터득하게 됩니다. 하지만 글쓰기가 본업이 아닌 리더에게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론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글이란 결국 주제를 독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여기서 ‘잘’이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소통’을 의미합니다. 글은 그냥 전달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설득이란 타인의 태도와 행동의 변화라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주체가 대상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 라고 정의되어 있군요. 뜻풀이의 어휘 하나하나가 무겁습니다. ‘타인의 태도와 행동의 변화’라… 게다가 ‘특정한 목적을 가진 주체’라니. 말이나 글로 타인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떤 이는 역사상 말이나 글로 타인을 설득한 사례는 없다,라고 극단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겠죠. 사마천 <사기>에는 설득의 장면이 많습니다. 그리고 설득의 어려움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말을 꾸미지 않고 간결하게 하면 아는 게 없다고 하찮게 여길 것이고,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말이 많다고 할 것이며, 사실에 근거하여 이치에 맞는 의견을 말하면 소심한 겁쟁이라 말을 다 못한다고 할 것이고, 생각한 바를 거침없이 말하면 버릇없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 사마천<사기> 권63 '노자한비열전' 중에서


글쓰기의 모든 이론은 글의 화려함을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넘치지 않고 부족하지 않게 유지하면서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설득이 너무 거대한 목표처럼 보이니까 공감이란 말로 대체해 보겠습니다. 넘치지 않고 부족하지 않은 글로 ‘어떻게 하면 독자를 공감하게 할 수 있을까’.

글을 많이 써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글쓰기 이론을 알고 그 이론들을 글에 적용시켜보는 노력이 ‘공감’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글쓰기 목표를 설정했다면 글의 종류에 따른 글쓰기 이론들을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리더가 글을 써야하는 이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