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쓸 것인가(1)
글쓰기의 시작은 책상 앞에 앉는 것에서 시작될까요?
아닙니다.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글쓰기는 시작됩니다. 그런데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글감을 찾는 것에서부터 막히고 말죠. 뭔가 쓸 것이 있어야 시작할 게 아닙니까. 글감은 가까운 곳에 있다. 제가 소설 습작을 하면서 늘 들었던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글감인 줄 모르고 지나치는 게 대부분입니다.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좋은 글감을 찾는 실력과 글쓰기 실력은 비례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글쓰기를 지속하고 점점 글쓰기에 익숙해지고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때 좋은 글감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이 모두가 글감이 됩니다. 다만 ‘이거다’라고 알아차릴 눈이 없을 뿐입니다.
“좋은 글감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강의 중에도 글쓰기 코칭 중에도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여러분은 글감을 잘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경험, 독서, 깊은 사색, 정보수집… 등 여러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글감을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것인 글쓰기의 실력을 높이는 일입니다. 좋은 글감을 찾는 능력은 글쓰기 실력과 비례하기 때문에 우선 지속적으로 글을 쓰면서 고민하는 게 낫습니다. 글쓰기 실력이 늘면 좋은 글감이 보이고 글감이 좋으니까 만족할 만한 글이 만들어지고… 이런 선순환이 생기게 될 때까지 말입니다.
글감찾기 실력은 흩어진 돌덩이 사이에서 보석을 감별하는 눈을 갖는 것과 비슷합니다. 보석을 볼 줄 모르면 보석이 담긴 원석이 지천에 널려있어도 그걸 집어들 수 없습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글감을 찾는 사람도 있고,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서 밥을 먹다가 글감을 찾을 수도 있고, 거래처 사람들과 골프를 치고 돌아오면서 글의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널려있는데 그걸 보고 찾아내는 안목이 부족한 것 뿐입니다. 처음부터 글감찾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미술이나 음악엔 천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천재같은 건 없습니다. (물론 문학적 성취를 이룬 대문호들은 타고난 재능같은 게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보통 사람들의 글쓰기에는 천재성같은 게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시작하는 셈이죠.
어디에 보석이 있을까 촉수를 세우고 주위에 관심을 두는 것이 글감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글은 결과물일 뿐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습니다. 그 중 가장 성장하는 것은 글감을 찾기 위해 세상으로 뻗어가는 촉수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를 거듭할수록 촉수는 예민해집니다. 더듬이가 예민해질수록 똑같은 걸 보고 경험해도 다르게 받아들이듯 세상을 향해 늘 열어두게 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리더들이야말로 써야할 이야기가 넘칩니다. 할 얘기도 많습니다. 이미 많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했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부대끼고 시달리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도 많습니다. 그것만으로 글감은 충분합니다. 다만 무엇이 갈고 닦으면 원석이 될 것인지 구분하는 ‘눈'을 발달시키면 됩니다. 처음부터 쉽게 보석을 찾는 사람은 없습니다. 보석이 아닌 것들을 보석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써보면서 차츰 눈이 밝아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흩어져 있는 보석들을 찾아서 다듬고 글로 완성해 나가면 됩니다. ‘글감찾기'는 글쓰기 실력이 좋아지면 저절로 향상됩니다. 그러니까 첫 단계인 글감찾기에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엔 좀 서툴러서 흔한 돌덩이를 가지고 조각을 해도 괜찮습니다. 조각하면서 또 어떻게 쪼아야 원하는 작품이 되는지 기술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쓰고 고치면서 쌓아가면 어느 새 주변에 좋은 글감들이 널려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