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1)
이케아 쇼룸은 강제동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쇼룸 입구로 들어서면 주어진 길을 따라 걸을 수 밖에 없습니다. 거실 공간을 여러 컨셉으로 꾸며 놓은 공간을 지나면 여러 개의 아이 방이 나옵니다. 거길 지나면 아이방에 사용되었던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고 다시 부엌 공간이 시작됩니다. 걸으면서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떠올립니다. 어느 날은 거실 소파가 눈에 들어오고 어느 날은 아이방의 책상이나 의자에 유독 눈이 가기도 합니다. 눈은 이케아의 꾸며진 공간을 보고 있지만 눈 앞의 가구들을 가져다가 집에 이리저리 배치해보고 어떻게 꾸미면 좋을지 상상합니다.
글쓰기는 나와 함께 걸을 독자를 가정하고 그와 함께 걷는 일입니다. 실제 강의에서 저는 독자와 걷는 것에 빗대어 글쓰기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문단이 들어가서 독자보다 늦게 걷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여긴 빨리 진행을 했는데 좀 천천히 가볼까요.’ 이런 표현들을 하죠.
글쓰기가 독자와 함께 걷는 과정이라면 독자는 이케아 쇼룸의 강제 동선처럼 글을 따라 갈 수 밖에 없습니다.일단 입구로 들어서게 했다면 반쯤 성공한 셈입니다. 이제 흥미롭게 구경하고 아이디어를 얻고 살 것을 메모하고 집어들게 해야만 합니다. 물론 이케아 쇼룸과 다른 것은 언제든 다른 글로 옮겨가거나 책을 덮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케아 쇼룸도 돌아 나오면 되겠지만 그게 더 부자연스럽죠)
그래서 글을 쓸 때는 독자를 고려하는 것이 첫번째입니다. 아마 이케아의 쇼룸을 만들때 소비자의 니즈가 뭔지 조사하고 충분히 고민해서 가구들을 배치했을 것입니다. 이 글은 누구에게 유용할까, 어떤 사람들이 읽을까, 글의 목적을 생각하면 예상독자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독자와 걷는 과정에 글쓰기에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면 걷기의 끝, 목적지는 글의 주제가 될 것입니다. 목적지에 가는 방법은 수없이 많습니다. 늘 걷던 길처럼 보이는 길이지만 다른 시선에서 볼 수 있게 독자를 안내할 수도 있습니다. 낯선 소재로 시작한다면 독자에게 흥미를 줄 수 있겠지만 그만큼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낯선 길일 가능성이 커서 다루기 힘들수도 있습니다.
목적지까지 잘 가지 위해서(주제를 독자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 해야합니다. 독자가 머뭇거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이 길은 아닌 것 같은데 의구심이 들게하지 않고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따라 걸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독자가 슬그머니 걸음을 멈추고 우리에게 작별을 고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려면 다양한 장치와 기술이 필요합니다. 글쓰기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 모두가 어떻게 하면 목적지까지 독자와 잘 걸을 수 있을까와 관련이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할 것은 함께 걷는 독자는 글쓴이에게 그다지 호의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함께 걸을 생각이 별로 없는 독자도 있습니다. 어떻게하면 이들까지도 아우르고 함께 갈까. 이 부분이 글쓴이의 고민이겠죠. 아무리 생각해도 읽고, 쓴다는 건 호모 사피엔스가 이룬 가장 고등한 사유방법입니다. 쉬울 리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헤밍웨이도 ‘나도 때때로 글쓰기가 어렵고 힘들었다’고 말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