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쓸 것인가(5)
SERICEO <리더의 글쓰기> 1:1 코칭 과정에서 의외로 많이 받은 질문이 ‘제목은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요?’ 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지어 불러주듯 글이 완성되면 제목을 꼭 붙여야 합니다. 제목은 그야말로 ‘글의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제목은 최종 퇴고과정에서 결정됩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제목을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제목으로 쓸 어휘 때문에 글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제목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잠정적인 제목(가제)를 붙이고 글을 써 나갑니다. 글이 완성되기 전까지(퇴고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글은 끝난 게 아닙니다. 초고를 완성하고나서 퇴고를 거듭하면서 글쓴이의 생각은 계속 바뀌고 그에 따라 글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의 윤곽이 확실하게 보여야 그에 맞는 제목을 붙일 수 있습니다.
‘제목은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서 저 스스로 어떤 과정으로 제목을 짓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걸 종합해서 제목짓는 방법을 공식처럼 만들어서 강의할 때 제안드렸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물론 이 공식이 절대적인 방법은 아닙니다만 막연하게 제목을 고민하는 것보다 행동강령처럼 이 순서대로 고려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먼저 글감이 제목이 될 수 있습니다.
제목 붙이는 순서의 첫번째 고려할 것을 글감으로 잡은 것은 글감을 제목으로 내세웠을 때 이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글감은 이야기나 글의 상징이나 주제를 함의하고 있을 수 있어 글감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글감이 단순한 어휘일 때는 앞이나 뒤에 ‘한정’어휘를 붙여 의미를 축소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글감이 ‘만년필’이었다면 ‘만년필’이라고 하지 않고 ‘아버지가 남겨주신 만년필’ 이라고 하면 의미의 범위가 좁아집니다. 특히 스토리텔링이 강한 성격의 글은 글감을 제목으로 뽑는 것이 장점이 많습니다.
두 번째로는 글의 주제가 제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제를 제목으로 붙이면 자칫 추상적인 어휘가 제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이 추상적인 어휘일 때는 첫번째 글감을 제목으로 삼는 경우처럼 앞에 수식어를 붙이던가 좀 더 범위를 축소해서 구체적인 어휘가 들어가게 짓는 것을 권합니다. 추상어는 범위가 넓기도 하지만 독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행복'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합시다. ‘행복’이란 말은 그 자체가 근사하고 그럴 듯합니다. 그런데 ‘행복'이란 어휘를 읽은 독자는 무엇을 떠올릴까요? ‘행복’은 그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되기 때문에 당연히 각자 너무나 다른 생각을 하겠죠. 행복은 뭘까? 나에게 행복한 시절은 언제였지? 행복한 때가 있었던가? 기타등등 별별 생각을 다할 것입니다. ‘행복'이란 의미를 좀 한정시켜 보죠. ‘행복했던 날들', ‘행복을 ……’ 이제는 추상어가 조금은 구체적인 제목으로 변했습니다. 사실 완전한 대가의 반열에 든 사람들은 이런 추상어도 글의 제목으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가니까요. 뭘해도 대가답고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지못한 필자들은 어떻게 하면 작은 범위의, 구체적인 어휘를 가지고 제목을 만들게 고민해야합니다. 그래서 제안드립니다. 주제를 제목으로 붙이려면 문장으로 만들어보세요. 추상적인 의미를 다소 피해갈 수 있습니다. 임팩트 있는 제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글 속의 어떤 문장이 제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글감과 주제를 제목으로 만들어보려는데 이도저도 마땅치 않을 때 시도할만한 방법입니다. 글을 천천히 읽어내려가면서 제목으로 마땅한 문장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의외로 글 앞에 내세울 문장이 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당연히 너무 긴 문장은 피해야겠지요. 긴 문장인데 제목으로 쓸만하면 살짝 가공해서 길이를 조정해도 무방합니다. 문장을 제목으로 뽑는 방법으로 마땅한 제목이 나온다면 첫번째와 두번째 방법 못지 않은 제목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위의 세 가지를 다 검토해 봤는데 마땅한 제목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계획대로, 의도대로 착착진행되면 좋지만 글도 뜻대로 안될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그러니까 제목 붙이는 게 어렵다고 말씀하시겠죠. 이쯤되면 그 글의 좋은 제목을 찾는 걸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합니다. 궁여지책으로 앞에서 말씀드린 세 개의 제목 붙이는 방법 중 아무거나 하나를 사용하든가, 맨처럼 가제로 붙였던 걸 그대로 사용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제목짓기 공식을 암기해 볼까요? 제목짓기의 순서 :글감 -> 주제 -> 문장-> 가제.